文대통령, 고 김용균씨 사망 70일만에 유족 면담
"생명과 안전을 이익보다 중시하는 제도 만들겠다"
문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유가족과의 면담 의향을 밝혔지만, 유가족측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면담을 거부해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먼저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에게 다가가 두손을 잡은 뒤 포옹을 하면서 "많이 힘드셨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아버지 김해기 씨와 이모인 김미란 씨 등과도 악수하면서 "명복을 빈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스물네살 꽃다운 나이의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사고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며 "특히 첫 출근을 앞두고 양복을 입어보면서 희망에 차있는 동영상을 보고 더 그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모든 국민들이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을 다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애도의 마음을 전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문 대통령은 "사고 이후 조사와 사후대책이 늦어지면서 부모님의 맘 고생이 더 심했으나 다행히 대책위와 당정이 잘 협의해서 좋은 합의를 이끌어내서 다행"이라며 "대책위 여러분 수고가 많았다. 앞으로 더 안전한 작업장, 차별없는 신분보장을 이루는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 꼭 그리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인의 아버지 김해기씨는 이에 "대통령이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을 다 알고 계셔서 너무 고맙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서 더 이상 동료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 절대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도 "우리 용균이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죽음을 당해 너무 억울하고 가슴에 큰 불덩이가 생겼다. 진상조사만큼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통령이 꼼꼼하게 챙겨주길 바란다"며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용균이 동료들이 더 이상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어머니 말처럼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작년과 재작년에 타워크레인 사고가 빈발해 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그러나 집중대책을 세우니 사고는 나더라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생명과 안전을 이익보다 중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공기관 평가 때도 생명과 안전이 제1의 평가 기준이 되도록 하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며 "대책위와 합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당도 잘 이행되도록 끝까지 챙겨달라. 그렇게 해야 용균이가 하늘나라에서 ‘내가 그래도 좀 도움이 됐구나’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5분간 면담후 본관 앞 현관까지 유가족들을 배웅하고 차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이날 면담에는 유가족들을 비롯해 고 김용균시민대책위 박성운 공동대표와 이태의 공동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우원식, 박홍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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