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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전비 부담, '일본 59%' vs '한국 95%'

독도 외교협상 실패에 이어 한국의 '외교협상력 부재' 또 드러나

동북아 기동군화 전략에 따라 한국, 일본과 주한미군-주일미군 재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해병대의 괌 이전비용을 일본측에 대폭 양보했다. 그러나 미국은 용산기지 이전을 놓고는 우리정부에 대해선 당초의 요구외에 추가부담을 요구하고 있어 "한국이 봉이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일본 강력 항의에 미국 대폭 양보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과 누카가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본 방위청장관은 23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오키나와 해병대 8천명의 괌 이전비용 가운데 59%를 일본측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당초 미국은 "해병대 시설에 75억9천만달러, 해.공군시설에 9억4천만달러, 기지밖 시설에 9억8천만달러 등 도합 1백억달러가 든다"며 "이 가운데 75%를 일본이 부담하라"고 요구해왔다.

럼즈펠드 장관은 회담후 펜타곤에서 기자들에게 "서로의 이익이 되는 형태로 이해에 달했다"고, 누카가와 방위청장관은 "금액을 포함해 모두 합의했다. 미국측이 양보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교도(共同)> 통신은 누카가와 장관이 회담에서 "일본측이 거액을 부담할 경우 국민들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는 입장을 설명하면서 미국측의 부담 축소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등 일본에서는 "주일미군 기지 이전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인만큼 일본이 이 비용을 부담해선 안된다"는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23일(현지시간) 펜타콘에서 주일미군 이전비 분담 협상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럼즈펠드 미국방장관과 누카가와 일본방위청장관.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본측 분담금을 대폭 삭감했다. ⓒAP 연합뉴스


일본의 부담액은 총액 60억9천만달러로 이 가운데 재정지출(일반회계) 등 일본 정부가 부담하는 금액은 43억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8억달러는 재정지출로 해병대 사령부와 막사, 학교 건립 비용 등에 활용되고, 15억달러는 정부 보증으로 민간에서 조달해 미군 군속의 주택건립을 위한 출자금으로 쓰인다. 나머지 17억9천만달러는 국제협력은행 등에서 일본이 융자하는 방식으로 조달돼 전력 및 하수도 정비 등을 위해 소요된다.

주한미군 이전 美부담금은 5%, 한국에 추가부담 요구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끌려다니는 양상이다.

경창호 국방부 대미사업부장(육군 준장)은 지난 6일 공식 브리핑에서 “한국 쪽이 전액 부담하는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35억~45억달러로 추정된다”며 “여기에다 한국 쪽이 이전을 요구한 8개 기지의 이전 및 대체시설 건립비용 10억달러를 고려하면 모두 55억달러를 한국 쪽이 부담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 부장은 또 “미국은 최근 육군 공병대 극동공병단(FED)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2사단 재배치와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기지 통폐합 등으로 미국 쪽이 35억~45억달러를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방한해 주한미군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부시 미대통령. 부시 대통령 방한후 우리나라의 협상 기류는 주한미군 이전 부담금을 거의 전담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연합뉴스


국방부 발표만 본다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부담을 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측 발표는 다르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그동안 미 의회 등의 증언에서 "한국내 기지 이전에서 미국이 순수하게 부담할 비용은 4억8천만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이전비용의 5% 정도만 미국이 부담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양국간 차이는 우리측이 국내 비난여론을 의식, 우리 부담금을 축소은폐하는 과정에 생겨났다. 즉 우리가 미국측 부담금이라고 계산한 내역에는 △한국 쪽에서 매년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 중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금액 16억8천만달러(2004~2008년) △민간업자에 의한 임대건물 건설투자금 16억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미국과의 협상에서 '민간업자에 의한 미군 군속의 주택 건립 자금'을 일본 정부부담금으로 계산, 이를 미군 부담으로 계산한 우리정부와 큰 대조를 보였다.

여기에다가 현재 주한미군은 반환 미군기지 환경복구 비용과 용산기지 이전터인 평택지역 성토작업 비용(미국 추산 5천억~6천억원)을 한국정부가 떠맡아야 한다는 추가요구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 부담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미국 요구에 대해 환경부 등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국방부는 환경부 등에 오는 6월까지의 '조속한 타결'을 이유로 미국측 요구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보수들, 일본 보수들에게서 배워야"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지난 22일의 한일 외교 타결을 "한국의 외교협상력 부재"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또다시 한국정부의 "외교협상력 부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해주는 미일 합의 내용이 발표됨에 따라 앞으로 정부의 외교협상력에 대한 국민적 비난여론이 증폭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외교협상 부재의 책임이 정부에게만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굳건한 미일동맹'을 최우선 외교정책으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일미군기지 이전비 부담 같은 현안에서는 일본의 보수적 언론들까지도 "부당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국방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영향력이 큰 보수신문이나 보수단체들이 미국측 요구는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식이어서 정부의 외교협상력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한국 보수언론 등도 일본 보수언론 등의 태도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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