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깡통 아파트' 속출...두달새 아파트값 20% 폭락
아파트 거품 본격 파열, "내년에 10% 더 떨어질 것"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사이에 홍콩의 소형 아파트 가격이 최대 20%나 폭락하면서 집값이 구매 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보다 더 떨어지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홍콩은 우리나라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약해 주택 가격의 80∼90%에 달하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
홍콩모기지협회의 모기지 보증 프로그램에 따르면 450만 홍콩달러(약 6억5천만원) 미만의 집을 살 때는 집값의 90%를 대출받을 수 있다.
460만 달러 이상 600만 홍콩달러(약 8억7천만원) 미만의 집을 살 때는 집값의 80%를 대출받을 수 있다.
이처럼 집값에 대한 담보대출의 비율이 높으므로 집값이 20% 떨어질 경우 '깡통 아파트'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최근 2년 새 집값이 폭등하자 무리한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이 많았다.
홍콩모기지협회의 모기지 프로그램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액은 2016년 246억 홍콩달러에서 지난해 323억 홍콩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1분기에만 269억 홍콩달러(약 3조9천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담보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자 수가 6천955명이므로, 1인당 387만 홍콩달러(약 5억6천만원)의 대출을 받은 셈이다.
특히 낡은 소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 폭이 커 이를 사들인 구매자들이 가장 큰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HSBC은행의 시세 평가 기준에 따르면 홍콩 튄문 지역의 36년 된 234제곱피트 면적 아파트는 이달 초 382만 홍콩달러에 거래됐으나, 이제는 308만 홍콩달러까지 시세가 떨어졌다.
노스포인트 지역의 41년 된 128제곱피트 아파트는 지난 8월 310만 홍콩달러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시세가 20%가량 하락해 248만 홍콩달러로 떨어졌다.
가우룽 지역의 34년 된 210제곱피트 아파트는 지난 6월 387만 홍콩달러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338만 홍콩달러로 시세가 하락했다.
홍콩에서 깡통 아파트가 나타난 것은 지난 2017년 초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으로 집값이 폭락했던 시절 홍콩의 깡통 아파트는 10만5천 가구에 달하기도 했으나, 이후 14년 동안 집값이 6배 가까이 뛰면서 깡통 아파트는 사라졌다.
부동산 개발기업 센터라인의 루이스 챈 아태지역 부회장은 "홍콩의 아파트 가격이 내년에 1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보여 더 많은 주택소유자의 집값이 은행 대출금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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