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후의 핵옵션' 미국국채 매각 경고
미중 무역전쟁 점입가경...국제금융시장 큰 타격 우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미 국채 매각 가능성을 묻는 말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해 국채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이 대사는 "어떠한 일방적이고 보호주의적인 조치도 미국 자신을 포함해 모든 당사자에게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중국은 무역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에 잘 준비돼 있다"며 일전불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 1월말 현재 1조1천700억달러(우리돈 1천300조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해외 보유 미국국채의 19%에 달하는 것으로, 중국은 미국정부 다음으로 미국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미국에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는 대신, 미국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형식으로 미국과 공존해왔다.
이런 중국이 미국국채 보유분 가운데 일부만 내다 팔아도 미국경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국채를 팔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미국 가계와 기업에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타격을 가하게 된다. 또한 국제 금리도 급등하면서 미국 주가가 폭락하며 세계주가도 동반폭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 역시 패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로버트 매닝은 앞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들(중국)이 ‘핵 옵션’을 선택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며 “중국의 ‘핵 옵션’이란 외환보유액 중 2천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매각해 환율 시장을 망가뜨리고 미국 금리를 올리는 일”이라고 심각성을 경고했다.
중국은 이미 미중 무역전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 1월 미 국채 보유 규모를 100억달러 줄임으로써 미국정부에 간접적으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다.
중국의 미국국채 매각은 최후의 '핵 옵션'으로 당장 사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나, 중국의 미국국채 매각 가능성이 공개리에 거론됐다는 점만으로도 국제금융시장은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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