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박근혜 47%, 이명박 18%?", '야후-갤럽 논란'

박사모 '음모론'에 야후 "터무니 없어. 어디서 그런 결과 들었나"

포털 ‘야후코리아’와 ‘한국갤럽’이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비해 압도적 우위로 나오자 야후 등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박사모측과 박근혜 캠프가 '야후 음모설'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후-갤럽 "특정후보 지지자층 집단투표 의심돼" 발표연기

'야후'는 지난 14~16일 사흘간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과 함께 ‘야후! 코리아 2007 대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야후는 이를 위해 온라인 상에서 투표인단을 공개 모집했고 이제까지의 온라인 여론조사가 단순한 회원 가입만으로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점을 감안,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엄격한 투표인단 관리제를 실시했다. 야후는 이를 위해 투표인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온라인 회원에 대해 휴대전화 실명인증과 부정 응답을 방지하기 위한 IP Address/e-mail 등을 통해 패널 검증 절차를 마련했다.

논란은 여론조사가 끝난 뒤에 당초 예정됐던 지난 22일 야후측이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야후는 갤럽과의 공동 공지를 통해 "여론조사를 분석하면서 일부 특정후보 지지자층이 집단으로 투표하는 것으로 의심돼 발표시기를 다음주로 늦춘다"고 밝혔다. 일반 여론조사들과 달리 박근혜 전대표측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왔음을 감지할 수 있는 공지였다.

'야후 코리아'는 이번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위해 발표 시기를 다소 늦췄을 뿐, 박사모가 주장하는 음모설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Yahoo


*박사모 "박근혜 47%, 이명박 18%" 주장

당연히 박근혜 전대표 지지층과 박근혜 캠프가 발끈하고 나섰다.

박근혜 지지모임인 ‘대한민국 박사모’는 다음날인 23일 ‘야후-갤럽 여론조사 결과 발표 안 하나, 못 하나?’라는 성명을 통해 “'중립, 신속, 정확'을 모토로 진행된 여론조사에는 무려 2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참여했다”며 “이 정도의 인원이 참여했다는 것은 그 신뢰도에서 고작 1천명이 참여하는 여론조사와는 그 격이 다르다”고 이번 여론조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박사모는 “또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엄격한 실명 인증을 거친 1인 1표제에 핸드폰 인증까지 거쳤다”며 “이 정도면 어떤 여론조사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사모는 이어 야후를 겨냥해 “그 결과는 박근혜 47% 이상, 이명박 18%대, 이렇게 나오자 포털사이트 '야후'는 여론조사 결과의 발표를 1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하였다”며 “야후-갤럽은 여론 조사를 하자는 것인가, 여론 조작을 하자는 것인가”라고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박사모는 또 갤럽을 겨냥, “애초 한국 갤럽이 참여할 때부터 느낌은 이상했다. 야후도 야후지만, 한국 갤럽의 놀라움은 컸을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한국 갤럽이 발펴했던 모든 수치가 거짓말이 되어버릴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박사모측은 갤럽이 <조선일보>와 정례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소 갤럽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다.

이밖에 박사모 게시판에는 '박근혜 47.2%, 이명박 18.1%, 손학규 11.5%'라는 숫자까지 나도는 등 박근혜 지지자들은 크게 흥분하고 있는 상태다.

박근혜측도 ‘야후 음모설’에 가세

박근혜 캠프도 음모론에 가세했다.

박근혜 캠프의 한선교 대변인은 26일 국회 기자회견실에서 “야후와 갤럽은 진실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며 “여론조사를 하고도 그 결과를 밝히지 않은 것은 기관의 공신력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는만큼 두 기관은 지체 없이 결과를 발표하고 그 경위를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사실 지금까지 우리는 여론조사 결과와 보도에 대해 몇 가지 소망스럽지 못하고 미심쩍은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고 기존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뒤, “일일이 나열하는 것을 자제하겠지만 여론조사가 대선 후보 경선에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추호의 의혹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여론조사 공개를 압박했다.

야후 “터무니 없어. 어디서 그런 결과 들었나?”

야후측은 박사모와 박근혜 캠프의 음모론에 “터무니 없다”며 일축했다.

야후측 핵심 관계자는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도대체 누가 박근혜 47% 대 이명박 18%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확인해 줬냐”고 박사모 성명에 대해 반박한 뒤, “우리가 이번 샘플링을 만들고 결과까지 다루는데 어느 누가 결과를 먼저 알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 지연과 관련해서도 “기존 온라인 폴과 달리 휴대전화 인증을 거치는 등 여론조사 표본 추출과정에서도 면밀한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 것 뿐”이라며 “기존 온라인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따르는 만큼 이번에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표본까지 추출해 실시하는 것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야후측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의 총 투표인단(패널)수는 박사모측이 주장하듯 20만명이 아니라, ▲1차 5천명 ▲2차 2천명 등 총 7천여명에 이른다. 야후가 14일 이전까지 온라인 상에서 공개모집한 1차 투표인단은 5천명으로 이중 3천7백여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이어 14일부터 16일까지 모집한 2차 투표인단 2천여명 전원은 투표에 참가했다. 이로써 실제로 여론조사에 참가한 총 투표인원은 5천7백여명이라는 게 야후측 설명.

야후 관계자는 “1차 투표인단은 일반적인 여론조사 표본이 갖추어야 할 지역-연령 안배에서 기준을 갖추었기에 문제가 없었다”며 “문제는 2차 투표인단 2천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2차 투표인단 2천명 중 특정 정치성향을 띠는 표본이 대거 발생, 이를 최종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할 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이게 됐다”며 “만약 이같은 2천명까지 최종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할 경우, 자칫 특정 지지자들의 인기투표 형식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이 부분을 걸러내는 데 시간이 걸린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사모, 근거자료는 제시 못해

이같은 야후측 반박에 대해 정광용 박사모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박근혜 47%, 이명박 18%라고 결과가 나왔다는 근거는 나도 잘 모른다”며 “다만 여러 인터넷 상의 글에서 그러한 말이 대거 유포돼 성명에 그렇게 기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쪽이 그렇게 근거도 없이 그렇게 지지율을 딱 집어 성명으로 발표한 것은 우리쪽의 ‘에러’로 인정하겠다”면서도 “그래도 하루 수백만명이 오고가는 포털사이트 야후에서 고작 7천명 정도가 투표 참가를 신청했다는 것은 믿지 못하겠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한선교 대변인 역시 “야후나 갤럽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발표가 지연되니 하루 속히 발표해서 의혹을 해소해 달라는 차원의 문제제기”라고 한 발 물러섰다.

야후측은 빠르면 27일 중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어서, 발표 결과가 주목된다.

<네이버>는 인기정치인 검색순위 조작논란 일자 삭제

<야후> 논란은 앞서 <네이버> 논란의 '인기정치인' 검색 순위조작 가능 논란과 맞물려 포탈 여론조사의 객관성에 적잖은 의문을 제기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KBS는 실험을 통해 <네이버>의 '인기 정치인' 순위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음을 입증해내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네이버>는 그후 홈페이지에서 '인기 정치인' 검색 순위를 아예 삭제했다.

이같은 인터넷 여론조사 신빙성은 앞서 미국의 CNN이 미하원이 추진중인 종군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와 일본네티즌들의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