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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슛 좀 쏘면 안되겠니?"

5게임 연속 득점포 침묵, '완전한 챤스' 욕심 버려야

FC서울은 16일 광주상무와의 홈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최근 5 경기에서 단 1득점만을 기록하는 극심한 '골가뭄'을 이어갔다. 근원은 주 득점원인 '축구천재' 박주영의 골 침묵.

경기 전날 이장수 감독과 1시간 개인 비디오분석도 효과없어

이장수 FC서울 감독이 밝혔듯 박주영은 현재 '특별과외' 중이다. 그러나 이 감독이 경기 전날 1시간 가량을 할애해 비디오 분석을 통해 박주영에게 득점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한 이래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박주영의 득점이 멈추자 서울의 승리도 멈췄다. 3월 25일 제주유나이티드전 3-0 승리이후 최근 5경기에서 4무 1패만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정작 박주영 본인은 그다지 조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16일 광주와의 경기를 마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런 경기였다"고 밝힐만큼 아직은 여유를 보이고 있다. 평소 '애늙은이'로 불리는 스타일 그대로이다. 하지만 팀의 간판 골잡이로서 팀의 득점을 책임지고 있는 선수의 입에서 나올만한 발언으로는 어딘지 좀 부적절해 보인다.

박주영의 최근 부진은 박주영에게 볼을 공급하는 미드필더진의 지원이 부족한 탓도 있다. 하지만 이장수 감독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토로한대로 너무나 완전한 챤스에서의 골을 만들어내려는 욕심에서 비롯한 바가 크다.

슈팅 아끼는 박주영 플레이 상대팀에 간파 효과적인 전술적 대안 못찾아

경기때마다 박주영에게 따라붙는 상대팀의 전담수비도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는 하나 최근 박주영의 플레이를 보자면 골에어리어 부근에서 슈팅을 망설이는 모습을 여러번 노출하고 있다.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상대 골키퍼가 예상치 못한 슈팅을 날릴 수 있어야 하나, 요즘의 박주영은 슈팅하기에 좀 더 좋은 위치를 찾아 움직이려고 하거나 좀 더 좋은 위치의 동료를 찾은 데 시간을 보내며 타이밍을 빼앗기기 일쑤다.

또한 최근에는 박주영이 상대 수비를 몰고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중앙에 공간을 침투하는 다른 동료들에게 챤스를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김은중, 정조국 등 또 다른 최전방 공격수들도 상대 수비에 의해 측면의 좁은 공간으로 밀려나면서 이렇다할 골챤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박주영이 웬만한 위치에서는 슈팅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석을 통해 미리 준비하고 나온 상대수비는 박주영을 마크하는 데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수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띤다. 너무 속 보이는 공격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송종국이 포르투갈의 피구를 꽁꽁 묶어놓았던 것은 피구의 드리블 성향이나 플레이 스타일을 비디오분석을 통해 철저히 대비한 탓이다. 당시 피구가 변칙적인 개인전술을 선보였다면 상황은 좀 달라졌을 수 있다.

박주영의 골 = 일석삼조의 효과

박주영의 골은 단순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그의 골은 소속팀인 서울의 승리는 물론 K리그의 열기를 살리는 하나의 중요한 매개체다. 자타가 공인하듯 그는 최고의 '관중몰이 메이커'이다. 뿐만 아니라 이동국의 공백으로 인해 고민에 휩싸인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훌륭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데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6일 광주전에서 서울이 기록한 슈팅은 전후반 통틀어 10회였다. 이 중 박주영이 시도한 슈팅은 5회. 그나마 2회는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프리킥 슈팅과 수비벽 맞고 나온 볼을 재차 슈팅한것으로 순수한 필드플레이 상황에서의 슈팅은 3회다.

박주영 혼자 한 경기에 10개의 슈팅을 시도해도 팬들 입장에선 모자라다고 느낄 것이다. 박주영 개인이 만족하는 게임도 중요하지만 팬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골게터가 상대 문전을 향해 시원스런 슈팅을 거침없이 날려주는 모습을 원할 것이다.

광주와 0-0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된 직후 박주영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서울의 한 팬은 "박주영에게 골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비슷한 위치에서 슈팅이라도 좀 시원하게 때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언제쯤 박주영의 '겸손한 슈팅'이 좀 더 과감하고 건방져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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