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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들이 나라를 팔아먹으려 하고 있다"

<현장> 1만5천명 ‘한미 FTA 저지’ 집회, 반정부투쟁 선언

“정부가 한미 FTA를 강행할 경우 96년 노동법 개악 대투쟁 이후 사회전반을 아우르는 최초의 범국민적 저항을 겪게 될 것이다.”

노동자와 농민, 학생, 영화인 등 1만 5천여명의 ‘한미 FTA 저지’ 함성이 15일 오후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대정부 투쟁 선언

총 274개 사회단체와 9개 부문대책위원회로 구성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한미 FTA 저지 1차 범국민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운동본부는 한미 FTA 협상 정국에서 정부의 ‘통상비밀주의’와 ‘국익론’에 여론이 흔들리던 지난 3월에 출범한 이후 4월 4일 제주를 시작으로 10일간 전국을 돌며 각계각층의 연대와 지지를 결집시키는 활동을 계속해왔다.

4월 1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1만 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최병성


이날 열린 범국민대회는 그 활동의 결과물. 범국본은 이날 1만 5천여명(경찰추산 8천명)의 군중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성사시킴으로써 정부와 보수언론의 공세에 맞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체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범국민대회는 지난 해 쌀개방, 비정규법 투쟁처럼 특정단체에 대한 지원의 성격이 아닌 각각의 투쟁 명분을 축적한 개별 단체들의 ‘연대’였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시민사회운동의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연대집회였다.

개별현안 중심의 투쟁으로는 국가간 통상협정을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농축산계, 스크린쿼터제 축소로 이미 투쟁의 중심에 뛰어든 영화계를 비롯해 노동계(공공서비스 부문 개방), 교육계(교육시장 개방), 보건의료계(의료시장 개방)를 공동의 투쟁영역으로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이 나라를 팔아먹으려 하고 있다"

이날 운동본부는 “‘한미FTA협상을 멈추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참여정부의 진지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위정자들이 민심을 저버리고 나라를 팔아먹으려 한다면 이제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본부는 또 “더 이상 굴욕적이고 졸속적인 한미FTA로 인해 나라가 망하고 우리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한국사회의 미래를 지켜볼 수 없어 범국민적 항쟁을 시작한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범국민적 저항의 대열은 10만, 1백만으로 확산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FTA 협정 타결 이후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축산계에서는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집회에 참석했다.ⓒ최병성


오종렬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책위원장도 “동학농민대항쟁, 4·19 혁명, 87년 민주화운동에 이어 오늘 이곳에서 한미 FTA를 저지하고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전민항쟁이 시작됐다”며 강력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정부의 졸속개방, 외환위기 다시 불러올 것”

한미 FTA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미칠 파급효과를 반영하듯 정부를 맹비난하는 각계각층의 연대사도 봇물을 이뤘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 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하자면서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킬 개악안을 강행처리하고 농민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쌀 수입을 강행했다”며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협정 FTA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나라의 경쟁력을 위해, 산업을 위해 FTA를 한다고 하지만 방송, 통신, 교육 물 모든 부분을 미국 입속에 싹쓸어 넣을 음모라는 걸 우리는 똑똑히 안다”며 “80만 조합원이 필사적으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정종권 금융대책위 위원장은 “1년 농업생산이 20조라는데 론스타와 제일은행을 팔아 외국투기자본에게 안겨준 돈이 20조를 훌쩍 넘는다”며 “경제주권이 없는 나라에서 무슨 대통령을 뽑나, 미국의 52번째 주지사를 뽑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식 사무처장은 “YS정권이 개방만이 살길이라며 개방하고 IMF를 맞았다”며 “남은 임기동안 정권이 한미FTA에 올인한다면 역대정권의 비참했던 말로를 떠올려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공동결의문 낭독과 범국민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봉화를 피우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본대회를 마무리 짓고 5시 30분경 가두시위에 나섰다.

"투쟁의 봉화를 올린다" 영화배우 최민식, 정진영과 민주노총 윤영규 수석부위원장, 낙농육우협회 이승회 화장이 민중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봉화를 올리는 상징의식을 갖고 있다.ⓒ최병성


대학로에서 종각으로 이어진 가두시위에서 노동자, 농민 대오 500여명이 횃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최병성


이들은 대회장소인 마로니에 공원에서 종로 3가를 거쳐 정리집회 장소인 종각 삼성타워 앞까지 2.7km 구간을 행진하며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대국민 선전전을 펼쳤고 행렬의 선두에 선 400여명의 노동자, 농민들은 횃불을 들었다.

정리집회 장소인 종각 삼성타워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의 투쟁사와 ‘한미 FTA 저지’라고 써진 글자 조형물을 태우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7시 30분경 범국민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범국민대회는 종각 삼성타워 앞에서 정리집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최병성


정부 한미 FTA 잰걸음에 시민사회단체 투쟁 강도 높일 듯

운동본부는 이날의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시작으로 19일 광화문 비상시국선언, 5월 7일 전국 1백여개 시군 동시다발 궐기대회를 거쳐 6월 3일에는 2차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운동본부는 한미FTA의 미국 워싱턴 방문협상이 시작되는 6월 5일에는 각 단위별 원정투쟁단을 현지에 파견하고 7월 9일에는 청와대 앞 인간 띠잇기 대회를 진행하며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4월 예비협상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한미FTA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한 잰걸음에 나서고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의 노골적인 협상체결 지지보도도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향후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도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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