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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실세' 럼스펠드 사퇴요구 잇따라

미군 장성들, 이라크전 책임지고 '물러나라'

미 행정부 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최근 숨을 곳을 찾기에 바쁠 지경이다.

2003년 말부터 퇴임요구에 시달려온 럼스펠드 장관이 그나마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은 딕 체니 부통령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뉴스위크>등 외신은 보도 했다.

그러나 최근 리크게이트와 관련, 체니 부통령마저 수세에 몰리고 있어 럼스펠드 장관이 실세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럼스펠드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퇴역장성들도 줄을 잇고 있어 이제 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뜨는 라이스, 지는 럼스펠드'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초 당시 라이스 국가안보좌관은 럼스펠드 국방장관과는 견줄 수 없는 위치에 있었지만, 2005년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정반대가 됐다. 라이스는 콜린 파월의 뒤를 이어 국무장관에 취임했고 부시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국의 목소리를 전파하는데 여념이 없을 정도로 귀한 몸이 됐다.

워싱턴 상원 무기위원회에 출석, 이라크전 작전상황에 대해 증언하는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연합뉴스


반면 1기 부시 행정부 당시, 이라크 침공의 선봉장으로 '전쟁 대통령'이라 불리던 럼스펠드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지적대로 2003년 말 이라크 폭력저항사태와 아부 그라이브 포로학대 사건 등으로 부시대통령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부시 행정부의 막강한 실세로 불리던 럼스펠드가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서부터 라이스 장관에게 밀려 입지가 좁아지는 한편 사퇴압력까지 끊임없이 받고 있다.

이라크 사태악화, 부하들도 "물러나라"

끊임없는 사퇴요구에 럼스펠드는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며 애써 담담한척 해왔다. 그는 그러나 이제 자신의 부하들로 부터도 '물러나라'는 요구가 나오자 당황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이라크 보안군 훈련을 맡았던 폴 이튼 전 소장이 럼스펠드의 교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럼스펠드의 이라크 내전사태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며 "부시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럼스펠드를 교체하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일에는 미 중부군 사령관을 지낸 앤서니 지니 장군이 "이라크 전에서 전술적 실수와 전략적 오류 등 잘못이 있다"며 럼스펠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지니 장군의 주장은 지난달 31일 라이스 국무장관의 "이라크 전에서 수천가지의 전술적 오류가 있었다"는 발언을 근거로 한 요구였다.

그레고리 뉴볼드 전 해병중장도 10일 <타임>지 기고를 통해 "이라크 전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는 인물은 물러나야 한다"며 럼스펠드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12일에는 이라크 주둔 제1일 보병 사단장이었던 존 바티스트 예비역 소장이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협박과 자신의 색채로 지도부를 꾸리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국방부 쇄신을 위해 군을 존중하고 단체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일각에선 후임 장관 이름도 거론

이미 워싱턴에서는 후임 국방장관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조 리버맨 민주당 사원의원, 고든 잉글랜드 국방부 부장관등이 그들이다.

지난달 럼스펠드 장관의 교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부시대통령은 "그의 업무수행에 만족한다"며 교체설을 부인했지만 언제까지 '지고 있는' 럼스펠드가 국방장관으로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사퇴요구에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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