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정운찬 기회 놓치면 역사뒤로 사라질 것"
<인터뷰> 정 전총장의 조기 결단 강력 촉구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최대 정치조언자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 정 전총장에 대해 조기 결단을 강력 촉구했다.
김종인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용기가 있어야"
김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 전총장에 대해 자신이 정 전총장의 대선출마를 지지하는 이유와 관련, “자기 확신과 소신을 갖고 구체적인 지향점을 가진 정치인이 있어야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이 정치권에서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인간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역사에서 하나의 ‘별의 순간’이 있고 정운찬이라는 개인에게 그 순간이 도래한 것”이라며 “그 ‘별의 순간’을 포착 못하고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스스로가 건곤일척으로 뛰어들어 그 표를 잡으면 자신의 업적도 남기고 국가를 위해서도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본인이 용기가 없어서 그런 순간을 놓치면 어쩔 수 없다”며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결국 한나라당 대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조기 결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절대적인 용기가 없어서는 안된다. 고건식의 접근으로는 절대 안된다”며 “내 몸 상처 입을까 재는 사람도 안된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확신을 갖고 정치에 덤벼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盧, 더 이상 정치권에서 유의미한 역할 못해”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이 대해선 “노 대통령은 스스로 정계개편의 키를 쥐고 싶겠지만 앞으로 그런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임기 마지막에 뭔가를 하려는 것은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가장 정확히 전달될 때가 선거결과가 나올 때”라며 “민주주의를 한다는 사람이 국민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면 민주주의를 모르는 사람이고 절대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록펠러, 대통령 되려다 두번 다 실패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대세론'을 일시적 현상으로 일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70%를 넘고 있으니 안이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론이라는 것은 10개월 사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여론조사가 맞아떨어졌다면 이회창씨는 벌써 두 번은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 전시장을 향해 "자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내세우는 게 CEO로 성공했다는 것인데 기업인으로 성공한 사람은 나라를 끌고가는 것과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며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윤추구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 예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만장자 넬슨 록펠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두 번 다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나"라며 "그가 1960년과 68년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하면서 공화당은 와해 직전까지 갈 뻔했다"고 미국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이 현재로서는 워낙 현실이 답답하고 집권여당이 형편없으니까 그래도 CEO로서 성공한 이 전 시장을 지지할지 몰라도, 난 만약 국민들이 대선에 가서도 그런 선택을 하다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고 본다"며 "우리 국민들은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종인 의원과의 지난 9일 인터뷰 전문.
“정상적 사고 가진 정치인이면 열린당 중심 통합 참여하겠나”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김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말해왔다. 최근 열린우리당은 당이 쪼개진 가운데 범여권 대통합신당론이 나오고 있고, 한나라당은 주자들간 검증 공방이 한창이다. 현재 정치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김종인 의원(이하 김종인) 우리나라 정치의 전반적 흐름으로 볼 때 결국 정상적인 정치흐름이라면 여야 대결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당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 솔직히 열린우리당의 지역-계층기반이 다 무너진 상황 아닌가. 집권당이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의원들이 집단탈당한 사례는 우리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결국 여당이 와해되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고 그 수순은 이미 작년 5.31 지방선거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거의 완패나 다름없는 참담한 결과를 낳고 단체장도 전북에서 겨우 하나 건졌다. 이정도라면 이미 정당으로서 기본을 상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여당에서 대선주자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상 의미 없는 주자들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70%를 넘는 상황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음 선거는 한나라당 주자들끼리 해도 될 정도다. 우리나라가 민주정치를 시작해서 제대로 선거를 한게 87년 대선부터다. 그런데 정상적인 민주주의로 가려면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결국 정치의 전반적 흐름이 새로운 정치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의 대세론을 절대 꺽지 못한다.
열린우리당이 통합의 기치를 걸며 전당대회를 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전혀 범여권 통합의 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통합의 대상이 언필칭 민주당인데 이미 통합 거부를 선언했다. 그럼 누구와 통합할건가. 그리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정치인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정당, 열린우리당 주임의 통합에 참여하려고 하겠나.
지금 범여권 유력주자로 떠오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여당이 꽃가마 메도 안간다고 할 정도면 이제 그들 중심의 통합은 의미 없는 것이다. 우리 정치흐름 자체가 새로운 정치세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흐름이고, 이것은 특정인을 전제로 한 추세는 아니다.
뷰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갈망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자신들이 그런 새 정치세력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 정당이 아닌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한다고 보나?
김종인 새로운 정치세력은 지금까지의 사고를 완전히 바꿔야한다.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사회의 조화를 이루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노무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현재같은 양극화 심화로는 조화를 이룰 수 없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갖춘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막연히 진보다 보수다, 평화세력이다 개혁이다, 민주화다 그건 다 낡은 구호에 불과하다. 이제 국민들의 지지를 그런 식으로는 못 끌어온다. 한나라당이 선진화 세력이라는 것도 대단히 애매하다. 도대체 어떤 의미의 선진화인가.
뷰스 여야와 정치를 바꾼 시민사회세력 등 제 정파는 서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야기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현 시점에 맞춰볼 때 새로운 정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종인 일반 국민들이 당면한 과제를 제대로 잡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세력을 말하는 것이다. 국가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세력, 그걸 하기위해 동참하는 세력을 포괄하는 것이다.
“한국사회 문제 해결할 정치세력 절실, 인물 찾기는 그 다음”
뷰스 그렇다면 향후 정계구도에서 그 흐름은 어떤 정치를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키고,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보나?
김종인 우선 이념 중심의 정치는 안된다. 이념은 이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낡은 구호가 됐다 학자들이 공부하는데는 괜찮겠지만 현실적으로 국제화되는 사회에서 우리 당면한 현실을 볼 때 이념을 갖고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개혁 운운하는데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알아야한다. 한국사회에 누적된 문제가 있고 그걸 고치는 것이 개혁인데 그 결과가 국민들의 삶이 조화롭게 향상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과 동떨어져서 말로만 개혁을 부르짖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우선 그런 정치세력이 형성되면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나타날 것이다. 인물을 찾는 것은 정치세력화 이후의 문제지, 인물 중심으로 정치세력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뷰스 모든 정치세력은 올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행보를 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일정에 비춰볼 때 그런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고있나?
김종인 조만간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당장 12월이 선거인데 다들 역산해보면 시기적으로 어떤 상황에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인물을 뽑아야 할지 알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확고한 기반을 가진 당이고 열린우리당은 바닥이 없어져버린채 형체와 의원 숫자만 남아있지 않나. 그걸 보면 대충 언제까지인지 일정이 뻔히 보인다.
이제 앞으로 우리 국회는 초재선 의원들이 이끌어나가게 될 거다. 그렇다면 이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 시점에서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알아야한다. 여권만 봐도 어떻게 같은 당에서 있다 나온 사람들인데 생각이 다 다른가. 정치라는 것은 자기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으면 조직을 만들 수 없다. 정당은 의견이 조금 달라도 지향하는 목표가 같다면 동참하고 가야하는데 개인적 관계, 누구 누구의 계보로 엉켜져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결국 시간의 압박이 오게되면 저절로 이런 차이들은 없어지게 된다. 새로운 정당은 늦어도 5월까지는 만들어진다. 통합신당 또한 만들어지려면 5월까지는 구성이 되야한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서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다 .설사 장렬한 전사를 하더라도 지키고 가야한다. 지금 판국이 정치판이 그들의 책임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운찬, 건곤일척으로 뛰어 국가에 업적 남기려는 용기 필요해”
뷰스 현재 범여권의 초점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게 맞춰져있다. 당내 예비주자들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 형국인데?
김종인 글쎄, 그런 현상이 왜 생겨났는지 나도 궁금하다. 정치를 잘하는 정치인이 없기 때문 아니겠나. 자기 확신과 소신을 갖고 구체적인 지향점을 가진 정치인이 있어야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이 지금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들을 보면 그 사람들은 다 노무현 정부의 내각의 일원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절대 자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공동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사람이 없고 어떻게든 새로운 사람을 불러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 전 총장을 떠올린게 아니겠나.
1950년대 초, 당시 미국 공화당이 내부에 승산이 보이는 후보가 없으니까 2차대전의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후보로 내세워 집권하지 않았나. 지금 소위 새로운 정치세력을 지향하는 이들도 뚜렷하게 내세울 사람이 없고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정운찬 전 총장이 경제-교육 전문가에다 서울대 총장 출신이라는 덕망 등이 부각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게 뭐 억지로 될 수는 없다.
정운찬이라는 소위 개인도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가고 자기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이 오게 된 것 아닌가.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역사에서 하나의 ‘별의 순간’이 있고 정운찬이라는 개인에게 그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그 ‘별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흐름에서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가 건곤일척으로 뛰어들어 그 표를 잡으면 자신도 업적을 남기고 국가를 위해서도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용기가 없어서 그런 순간을 놓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결국 한나라당 대세로 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상황이 요구하는데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 얽혀서 못하면 그건 할 수 없다. 그렇게 만들었는데도 그걸 받아먹을 사람이 없으면 그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절대적인 용기가 없어서는 안된다. 고건식의 접근으로는 절대 안된다. 내 몸 상처 입을까 재는 사람도 안된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확신을 갖고 정치에 덤벼들어야한다.
"한나라, 지금처럼 국민 지지 받을 수 있을지 상당히 회의적"
뷰스 정 전 총장이 유일하게 주목받는 상황이지만 기존에 거론된 후보들이나, 우리 사회의 인재군들을 볼 때 다른 후보들이 나오게될 가능성도 있지 않다고 보는가?
김종인 다른 좋은 분들 중에도 그만큼 부각되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사람이 없지 않나.
뷰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등이 건설.경제 중심의 논리들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최근 현재의 한나라당 후보들이 당선될 경우 나타날 상황을 막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김종인 난 한나라당을 막아야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과연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이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완벽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정상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CEO 출신 지도자 없었다”
뷰스 한나라당의 주자들의 지지도를 합치면 70-80%가 넘는 국민들이 지지하는 압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는데 왜, 어떤 점 때문에 그런 평가를 하는가?
김종인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70%를 넘고 있으니 안이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론이라는 것은 10개월 사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거다. 여론조사가 맞아떨어졌다면 이회창씨는 벌써 두 번은 대통령이 됐다. 거기에 안주하면 안된다. 자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내세우는게 CEO로 성공했다는 것인데 기업인으로 성공한 사람은 나라를 끌고가는 것과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윤추구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 예는 없다.
백만장자 넬슨 록펠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두 번 다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나. 그가 1960년과 68년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하면서 공화당은 와해 직전까지 갈 뻔했다. 결국 당시 외부로부터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던 리처드 닉슨이 재지명되지 않았나. 당시 록펠러는 경선에서 패배한 후 ‘록펠러라는 이름을 달고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경영과 국가운영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그의 정치인생은 뉴욕시장에서 멈췄다.
국민들이 현재로서는 워낙 현실이 답답하고 집권여당이 형편없으니까 그래도 CEO로서 성공한 이 전 시장을 지지할지 몰라도, 난 만약 국민들이 대선에 가서도 그런 선택을 하다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당 위기 구한 박근혜 성공했으나 대처만큼 준비됐는지는 의문”
뷰스 최근 박근혜 전 대표는 지지도가 다소 하락한 이명박 전 시장과 달리 지지도가 견고하고 지역적 기반도 탄탄해 보인다. 특히 대처 리더십을 내세우는 등 공세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94년 이전까지만 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 외에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제 정치입문한지 13년이 됐고 그동안 박 전 대표 특유의 정치적인 리더십은 본인 스스로 확립했다고 본다.
실례로 2004년 차떼기 정당 등 희망없는 정당이라는 평가가 고착화됐을 때 풍전등화였던 당을 짊어지고 선거에 임해 1백2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않았나. 처음으로 당을 맡아서 정치 경험이 미약한 사람이 그만큼 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다. 이후 각종 보선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고 작년 지자체 선거는 완승하지 않았나.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서는 누구도 당내에서 그 업적들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대처 전 영국총리는 1954년에 국회에 들어간 사람이다. 옥스퍼드에서 화학공부를 해서 식품회사에 들어갔다가 적성에 맞아 뒤늦게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학업에 전념하면서 사회운동에 발을 들여놓았고 뒤늦게 정치에 참여했다. 당시 대처는 영국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을 목표로 정하고 경제를 열심히 공부했다. 영국은 당시 60~70년대 거치면서 장기 불황으로 유럽의 2류 국가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대처는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자기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하나의 지도자를 만났고 그가 당시 보수당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조셉 테이트였다. 그가 당시 당수인 에드워드 히스의 적수로 당내 선거에 출마해 경쟁하려고 했는데 불행하게도 출마 직전 언론의 포화를 맞으면서 스스로 포기하게된다. 그때 대처가 대신 나서 결국 당수가 됐고 다음 선거에서 총리가 되면서 자기의 이상을 실현한 것이다. 그게 대처리즘이고 대처의 리더십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영국 경제의 폐해를 모두 제거했고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국민의 지지가 확 쏠렸다. 그후 재선에 성공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오늘날의 영국을 유럽에서 원위치로 되돌린 것이다. 그런데 과연 박근혜 전 대표가 그와 같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대한민국을 끌어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의문이다.
뷰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발의 등 정치적인 끈을 놓지않겠다는 의지를 현실화하고 있다. 개헌관련 논란 등 향후에도 정계개편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종인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그렇게 하고 싶겠지만 앞으로 그런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임기 마지막에 뭔가를 하려는 것은 대단히 잘못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성격으로 봐서는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표시를 하려고 애쓰겠지만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다.
“노 대통령, 더 이상 정치권 유의미한 역할 못해”
뷰스 노무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이 범여권 진영의 새로운 정치세력 규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김종인 국민들이 알아서 다 판단하는게 그게 무슨 부담이 되겠나. 시선을 자기에게 집중시키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가 않다. 이제 유권자가 많이 변했다는 걸 알아야한다.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가장 정확히 전달될 때가 선거결과가 나올 때다. 결과를 보고 시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수긍하겠지만 그걸 다 무시하는 길로 가면 유권자들은 더 이상 쳐다보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이 다 그래서 실패한 것이다. 이승만이 그래서 정권에서 내려왔고 박정희가 그래서 암살당한거다. 전두환은 그나마 유권자들의 선택의 결과에 항복해서 그나마 지낼만큼 지내고 있는 거다. 민주주의를 한다는 사람이 국민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면 민주주의를 모르는 사람이고 절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한반도 지형 변화, 북미-북중가 한반도 거론하는 한심한 상황”
뷰스 2월 임시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 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특히 한국경제의 붕괴위기를 언급했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김종인 경제흐름으로 보면 참여정부는 적어도 현상유지는 해왔다. 문제는 현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양극화가 점점 심화된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참여정부가 속수무책이었다. 그래서 사회에 갈등구조가 점점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글로벌한 상황의 운영을 어떻게 할지 인식을 하지 못한 결과다. 매번 자랑거리라고 주가지수가 얼마나 올랐나를 말하는데 주가지수는 국제 자금 시장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것이지 한국이 잘해서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증권과 자금은 하나의 상품일 뿐이고 국가와는 따로 돌아가는 것이다.
뷰스 중국 베이징에서의 2.13합의로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보이고 차기 6자회담이 실무협의까지 연결된 데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북미 수교 등까지 언급되고 있다. 해빙무드를 맞은 한반도의 지형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인 한반도의 지형 변화에 대한 대처는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동북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정립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막강한 군사경제대국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로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정책적으로 판단해야한다.
과거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압도적으로 앞서서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핵실험 한번으로 위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이제 북중, 북미관계에서 한반도 문제가 주로 거론되고 있는 것 아닌가. 굉장히 한심한 상황이다.
지난 번 독일을 갔더니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강연을 한다고 써있는 포스터를 볼 기회가 있었다. 의아했는데 바로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이 날라와서 둘이 3일동안 얘기를 한 것이다. 거기서 상당 부분 북미 관계에 대해 일치를 본 것 같다. 그 내용들이 중미 협의에서 이뤄진 것이고 결국 우리는 그 결과를 따라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 6자회담은 형식적인 회담에 불과하다.
결국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우리가 엄청나게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금을 동원하는 일말고는 없는 처지다.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은 사회 양극화 등 내부 갈등구조를 해소해나가면서 한국의 외교적 위상정립, 남북관계에 있어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가야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이념-평화세력으로 되는게 아니다. 이제 쓸데없이 관념적인 이야기들은 국민들의 피부에도 닿지 못한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가야한다.
"좋은 지도자 만나면 꽃 피지만, 반대상황이면 정체 오래 갈 것"
뷰스 현재 범여권이나 현실 정치권에 그 정도 정치적 역량을 지닌 정치인이 있다고 보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대한민국이 다시 국운융성의 계기를 잡아 도약할 수 있다고 보나?
김종인 솔직하게 지금은 없다. 하지만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도 급변하고 세계도 변하고 동북아의 역학관계도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서 국가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세력이 나와야한다. 쓸데 없이 개혁을 운운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현실을 타개하지 못하면 한국의 장래를 밝지 못하다. 하나의 국가라는 것은 침체하고 어렵게 가다가도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다시 꽃을 피우는 거다. 하지만 반대 상황이 되면 정체된 상황은 오래 갈 수밖에 없다.
김종인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용기가 있어야"
김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 전총장에 대해 자신이 정 전총장의 대선출마를 지지하는 이유와 관련, “자기 확신과 소신을 갖고 구체적인 지향점을 가진 정치인이 있어야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이 정치권에서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인간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역사에서 하나의 ‘별의 순간’이 있고 정운찬이라는 개인에게 그 순간이 도래한 것”이라며 “그 ‘별의 순간’을 포착 못하고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스스로가 건곤일척으로 뛰어들어 그 표를 잡으면 자신의 업적도 남기고 국가를 위해서도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본인이 용기가 없어서 그런 순간을 놓치면 어쩔 수 없다”며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결국 한나라당 대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조기 결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절대적인 용기가 없어서는 안된다. 고건식의 접근으로는 절대 안된다”며 “내 몸 상처 입을까 재는 사람도 안된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확신을 갖고 정치에 덤벼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盧, 더 이상 정치권에서 유의미한 역할 못해”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이 대해선 “노 대통령은 스스로 정계개편의 키를 쥐고 싶겠지만 앞으로 그런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임기 마지막에 뭔가를 하려는 것은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가장 정확히 전달될 때가 선거결과가 나올 때”라며 “민주주의를 한다는 사람이 국민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면 민주주의를 모르는 사람이고 절대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록펠러, 대통령 되려다 두번 다 실패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대세론'을 일시적 현상으로 일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70%를 넘고 있으니 안이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론이라는 것은 10개월 사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여론조사가 맞아떨어졌다면 이회창씨는 벌써 두 번은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 전시장을 향해 "자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내세우는 게 CEO로 성공했다는 것인데 기업인으로 성공한 사람은 나라를 끌고가는 것과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며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윤추구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 예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만장자 넬슨 록펠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두 번 다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나"라며 "그가 1960년과 68년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하면서 공화당은 와해 직전까지 갈 뻔했다"고 미국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이 현재로서는 워낙 현실이 답답하고 집권여당이 형편없으니까 그래도 CEO로서 성공한 이 전 시장을 지지할지 몰라도, 난 만약 국민들이 대선에 가서도 그런 선택을 하다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고 본다"며 "우리 국민들은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종인 의원과의 지난 9일 인터뷰 전문.
“정상적 사고 가진 정치인이면 열린당 중심 통합 참여하겠나”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김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말해왔다. 최근 열린우리당은 당이 쪼개진 가운데 범여권 대통합신당론이 나오고 있고, 한나라당은 주자들간 검증 공방이 한창이다. 현재 정치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김종인 의원(이하 김종인) 우리나라 정치의 전반적 흐름으로 볼 때 결국 정상적인 정치흐름이라면 여야 대결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당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 솔직히 열린우리당의 지역-계층기반이 다 무너진 상황 아닌가. 집권당이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의원들이 집단탈당한 사례는 우리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결국 여당이 와해되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고 그 수순은 이미 작년 5.31 지방선거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거의 완패나 다름없는 참담한 결과를 낳고 단체장도 전북에서 겨우 하나 건졌다. 이정도라면 이미 정당으로서 기본을 상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여당에서 대선주자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상 의미 없는 주자들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70%를 넘는 상황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음 선거는 한나라당 주자들끼리 해도 될 정도다. 우리나라가 민주정치를 시작해서 제대로 선거를 한게 87년 대선부터다. 그런데 정상적인 민주주의로 가려면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결국 정치의 전반적 흐름이 새로운 정치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의 대세론을 절대 꺽지 못한다.
열린우리당이 통합의 기치를 걸며 전당대회를 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전혀 범여권 통합의 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통합의 대상이 언필칭 민주당인데 이미 통합 거부를 선언했다. 그럼 누구와 통합할건가. 그리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정치인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정당, 열린우리당 주임의 통합에 참여하려고 하겠나.
지금 범여권 유력주자로 떠오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여당이 꽃가마 메도 안간다고 할 정도면 이제 그들 중심의 통합은 의미 없는 것이다. 우리 정치흐름 자체가 새로운 정치세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흐름이고, 이것은 특정인을 전제로 한 추세는 아니다.
뷰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갈망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자신들이 그런 새 정치세력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 정당이 아닌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한다고 보나?
김종인 새로운 정치세력은 지금까지의 사고를 완전히 바꿔야한다.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사회의 조화를 이루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노무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현재같은 양극화 심화로는 조화를 이룰 수 없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갖춘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막연히 진보다 보수다, 평화세력이다 개혁이다, 민주화다 그건 다 낡은 구호에 불과하다. 이제 국민들의 지지를 그런 식으로는 못 끌어온다. 한나라당이 선진화 세력이라는 것도 대단히 애매하다. 도대체 어떤 의미의 선진화인가.
뷰스 여야와 정치를 바꾼 시민사회세력 등 제 정파는 서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야기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현 시점에 맞춰볼 때 새로운 정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종인 일반 국민들이 당면한 과제를 제대로 잡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세력을 말하는 것이다. 국가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세력, 그걸 하기위해 동참하는 세력을 포괄하는 것이다.
“한국사회 문제 해결할 정치세력 절실, 인물 찾기는 그 다음”
뷰스 그렇다면 향후 정계구도에서 그 흐름은 어떤 정치를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키고,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보나?
김종인 우선 이념 중심의 정치는 안된다. 이념은 이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낡은 구호가 됐다 학자들이 공부하는데는 괜찮겠지만 현실적으로 국제화되는 사회에서 우리 당면한 현실을 볼 때 이념을 갖고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개혁 운운하는데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알아야한다. 한국사회에 누적된 문제가 있고 그걸 고치는 것이 개혁인데 그 결과가 국민들의 삶이 조화롭게 향상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과 동떨어져서 말로만 개혁을 부르짖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우선 그런 정치세력이 형성되면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나타날 것이다. 인물을 찾는 것은 정치세력화 이후의 문제지, 인물 중심으로 정치세력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뷰스 모든 정치세력은 올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행보를 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일정에 비춰볼 때 그런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고있나?
김종인 조만간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당장 12월이 선거인데 다들 역산해보면 시기적으로 어떤 상황에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인물을 뽑아야 할지 알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확고한 기반을 가진 당이고 열린우리당은 바닥이 없어져버린채 형체와 의원 숫자만 남아있지 않나. 그걸 보면 대충 언제까지인지 일정이 뻔히 보인다.
이제 앞으로 우리 국회는 초재선 의원들이 이끌어나가게 될 거다. 그렇다면 이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 시점에서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알아야한다. 여권만 봐도 어떻게 같은 당에서 있다 나온 사람들인데 생각이 다 다른가. 정치라는 것은 자기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으면 조직을 만들 수 없다. 정당은 의견이 조금 달라도 지향하는 목표가 같다면 동참하고 가야하는데 개인적 관계, 누구 누구의 계보로 엉켜져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결국 시간의 압박이 오게되면 저절로 이런 차이들은 없어지게 된다. 새로운 정당은 늦어도 5월까지는 만들어진다. 통합신당 또한 만들어지려면 5월까지는 구성이 되야한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서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다 .설사 장렬한 전사를 하더라도 지키고 가야한다. 지금 판국이 정치판이 그들의 책임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운찬, 건곤일척으로 뛰어 국가에 업적 남기려는 용기 필요해”
뷰스 현재 범여권의 초점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게 맞춰져있다. 당내 예비주자들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 형국인데?
김종인 글쎄, 그런 현상이 왜 생겨났는지 나도 궁금하다. 정치를 잘하는 정치인이 없기 때문 아니겠나. 자기 확신과 소신을 갖고 구체적인 지향점을 가진 정치인이 있어야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이 지금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들을 보면 그 사람들은 다 노무현 정부의 내각의 일원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절대 자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공동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사람이 없고 어떻게든 새로운 사람을 불러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 전 총장을 떠올린게 아니겠나.
1950년대 초, 당시 미국 공화당이 내부에 승산이 보이는 후보가 없으니까 2차대전의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후보로 내세워 집권하지 않았나. 지금 소위 새로운 정치세력을 지향하는 이들도 뚜렷하게 내세울 사람이 없고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정운찬 전 총장이 경제-교육 전문가에다 서울대 총장 출신이라는 덕망 등이 부각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게 뭐 억지로 될 수는 없다.
정운찬이라는 소위 개인도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가고 자기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이 오게 된 것 아닌가.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역사에서 하나의 ‘별의 순간’이 있고 정운찬이라는 개인에게 그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그 ‘별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흐름에서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가 건곤일척으로 뛰어들어 그 표를 잡으면 자신도 업적을 남기고 국가를 위해서도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용기가 없어서 그런 순간을 놓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결국 한나라당 대세로 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상황이 요구하는데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 얽혀서 못하면 그건 할 수 없다. 그렇게 만들었는데도 그걸 받아먹을 사람이 없으면 그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절대적인 용기가 없어서는 안된다. 고건식의 접근으로는 절대 안된다. 내 몸 상처 입을까 재는 사람도 안된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확신을 갖고 정치에 덤벼들어야한다.
"한나라, 지금처럼 국민 지지 받을 수 있을지 상당히 회의적"
뷰스 정 전 총장이 유일하게 주목받는 상황이지만 기존에 거론된 후보들이나, 우리 사회의 인재군들을 볼 때 다른 후보들이 나오게될 가능성도 있지 않다고 보는가?
김종인 다른 좋은 분들 중에도 그만큼 부각되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사람이 없지 않나.
뷰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등이 건설.경제 중심의 논리들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최근 현재의 한나라당 후보들이 당선될 경우 나타날 상황을 막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김종인 난 한나라당을 막아야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과연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이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완벽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정상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CEO 출신 지도자 없었다”
뷰스 한나라당의 주자들의 지지도를 합치면 70-80%가 넘는 국민들이 지지하는 압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는데 왜, 어떤 점 때문에 그런 평가를 하는가?
김종인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70%를 넘고 있으니 안이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론이라는 것은 10개월 사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거다. 여론조사가 맞아떨어졌다면 이회창씨는 벌써 두 번은 대통령이 됐다. 거기에 안주하면 안된다. 자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내세우는게 CEO로 성공했다는 것인데 기업인으로 성공한 사람은 나라를 끌고가는 것과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윤추구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 예는 없다.
백만장자 넬슨 록펠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두 번 다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나. 그가 1960년과 68년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하면서 공화당은 와해 직전까지 갈 뻔했다. 결국 당시 외부로부터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던 리처드 닉슨이 재지명되지 않았나. 당시 록펠러는 경선에서 패배한 후 ‘록펠러라는 이름을 달고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경영과 국가운영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그의 정치인생은 뉴욕시장에서 멈췄다.
국민들이 현재로서는 워낙 현실이 답답하고 집권여당이 형편없으니까 그래도 CEO로서 성공한 이 전 시장을 지지할지 몰라도, 난 만약 국민들이 대선에 가서도 그런 선택을 하다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당 위기 구한 박근혜 성공했으나 대처만큼 준비됐는지는 의문”
뷰스 최근 박근혜 전 대표는 지지도가 다소 하락한 이명박 전 시장과 달리 지지도가 견고하고 지역적 기반도 탄탄해 보인다. 특히 대처 리더십을 내세우는 등 공세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94년 이전까지만 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 외에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제 정치입문한지 13년이 됐고 그동안 박 전 대표 특유의 정치적인 리더십은 본인 스스로 확립했다고 본다.
실례로 2004년 차떼기 정당 등 희망없는 정당이라는 평가가 고착화됐을 때 풍전등화였던 당을 짊어지고 선거에 임해 1백2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않았나. 처음으로 당을 맡아서 정치 경험이 미약한 사람이 그만큼 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다. 이후 각종 보선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고 작년 지자체 선거는 완승하지 않았나.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서는 누구도 당내에서 그 업적들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대처 전 영국총리는 1954년에 국회에 들어간 사람이다. 옥스퍼드에서 화학공부를 해서 식품회사에 들어갔다가 적성에 맞아 뒤늦게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학업에 전념하면서 사회운동에 발을 들여놓았고 뒤늦게 정치에 참여했다. 당시 대처는 영국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을 목표로 정하고 경제를 열심히 공부했다. 영국은 당시 60~70년대 거치면서 장기 불황으로 유럽의 2류 국가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대처는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자기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하나의 지도자를 만났고 그가 당시 보수당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조셉 테이트였다. 그가 당시 당수인 에드워드 히스의 적수로 당내 선거에 출마해 경쟁하려고 했는데 불행하게도 출마 직전 언론의 포화를 맞으면서 스스로 포기하게된다. 그때 대처가 대신 나서 결국 당수가 됐고 다음 선거에서 총리가 되면서 자기의 이상을 실현한 것이다. 그게 대처리즘이고 대처의 리더십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영국 경제의 폐해를 모두 제거했고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국민의 지지가 확 쏠렸다. 그후 재선에 성공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오늘날의 영국을 유럽에서 원위치로 되돌린 것이다. 그런데 과연 박근혜 전 대표가 그와 같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대한민국을 끌어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의문이다.
뷰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발의 등 정치적인 끈을 놓지않겠다는 의지를 현실화하고 있다. 개헌관련 논란 등 향후에도 정계개편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종인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그렇게 하고 싶겠지만 앞으로 그런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임기 마지막에 뭔가를 하려는 것은 대단히 잘못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성격으로 봐서는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표시를 하려고 애쓰겠지만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다.
“노 대통령, 더 이상 정치권 유의미한 역할 못해”
뷰스 노무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이 범여권 진영의 새로운 정치세력 규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김종인 국민들이 알아서 다 판단하는게 그게 무슨 부담이 되겠나. 시선을 자기에게 집중시키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가 않다. 이제 유권자가 많이 변했다는 걸 알아야한다.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가장 정확히 전달될 때가 선거결과가 나올 때다. 결과를 보고 시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수긍하겠지만 그걸 다 무시하는 길로 가면 유권자들은 더 이상 쳐다보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이 다 그래서 실패한 것이다. 이승만이 그래서 정권에서 내려왔고 박정희가 그래서 암살당한거다. 전두환은 그나마 유권자들의 선택의 결과에 항복해서 그나마 지낼만큼 지내고 있는 거다. 민주주의를 한다는 사람이 국민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면 민주주의를 모르는 사람이고 절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한반도 지형 변화, 북미-북중가 한반도 거론하는 한심한 상황”
뷰스 2월 임시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 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특히 한국경제의 붕괴위기를 언급했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김종인 경제흐름으로 보면 참여정부는 적어도 현상유지는 해왔다. 문제는 현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양극화가 점점 심화된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참여정부가 속수무책이었다. 그래서 사회에 갈등구조가 점점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글로벌한 상황의 운영을 어떻게 할지 인식을 하지 못한 결과다. 매번 자랑거리라고 주가지수가 얼마나 올랐나를 말하는데 주가지수는 국제 자금 시장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것이지 한국이 잘해서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증권과 자금은 하나의 상품일 뿐이고 국가와는 따로 돌아가는 것이다.
뷰스 중국 베이징에서의 2.13합의로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보이고 차기 6자회담이 실무협의까지 연결된 데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북미 수교 등까지 언급되고 있다. 해빙무드를 맞은 한반도의 지형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인 한반도의 지형 변화에 대한 대처는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동북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정립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막강한 군사경제대국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로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정책적으로 판단해야한다.
과거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압도적으로 앞서서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핵실험 한번으로 위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이제 북중, 북미관계에서 한반도 문제가 주로 거론되고 있는 것 아닌가. 굉장히 한심한 상황이다.
지난 번 독일을 갔더니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강연을 한다고 써있는 포스터를 볼 기회가 있었다. 의아했는데 바로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이 날라와서 둘이 3일동안 얘기를 한 것이다. 거기서 상당 부분 북미 관계에 대해 일치를 본 것 같다. 그 내용들이 중미 협의에서 이뤄진 것이고 결국 우리는 그 결과를 따라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 6자회담은 형식적인 회담에 불과하다.
결국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우리가 엄청나게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금을 동원하는 일말고는 없는 처지다.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은 사회 양극화 등 내부 갈등구조를 해소해나가면서 한국의 외교적 위상정립, 남북관계에 있어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가야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이념-평화세력으로 되는게 아니다. 이제 쓸데없이 관념적인 이야기들은 국민들의 피부에도 닿지 못한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가야한다.
"좋은 지도자 만나면 꽃 피지만, 반대상황이면 정체 오래 갈 것"
뷰스 현재 범여권이나 현실 정치권에 그 정도 정치적 역량을 지닌 정치인이 있다고 보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대한민국이 다시 국운융성의 계기를 잡아 도약할 수 있다고 보나?
김종인 솔직하게 지금은 없다. 하지만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도 급변하고 세계도 변하고 동북아의 역학관계도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서 국가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세력이 나와야한다. 쓸데 없이 개혁을 운운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현실을 타개하지 못하면 한국의 장래를 밝지 못하다. 하나의 국가라는 것은 침체하고 어렵게 가다가도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다시 꽃을 피우는 거다. 하지만 반대 상황이 되면 정체된 상황은 오래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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