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15개월 침묵 깨고 朴대통령 대북정책 비판
"北정권 붕괴 시나리오에 기반한 강압적 대북정책 안돼"
손 전 고문은 지난달 29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키맵대학에서 '위기하의 효율적 리더십'(Effective Leadership in Crisis)이라는 제목으로 행한 강연에서 "박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관계가 좋았고 통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런 기대는 실제 성과로 나타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대화와 교류의 대가로 어떤 물질적 보상을 주지는 않는다는 대북정책을 고수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이 북한은 물론 남한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지는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북한정권을 인정하는 데 있어 좀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권 붕괴 시나리오에 기반한 강압적 전략이 아니라, 관계와 협력에 기반한 정책은 박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에 굳건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김정은 정권 붕괴 시나리오에 기초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이 명확해지자 급변사태를 반영하도록 입장을 바꾸는 듯했다"며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따른 통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거듭 급변 사태를 전제로 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손 전 고문이 해외에 강연을 나간 것도, 박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 비판한 것도 지난해 7월 정계은퇴후 1년 3개월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정가에서는 총선전 정계복귀를 호소하는 새정치연합 비주류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 수순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다른 정치인들도 정계은퇴를 했다가 복귀할 때에는 해외 강연 등의 수순을 밟은 전례가 많아, 손 전 고문의 행보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손 전 고문의 해외 나들이에는 일부 기자들도 동행해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손 전 고문 측은 강연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언론 보도가 나오자 1일 서둘러 강연문을 삭제한 뒤, 홈페이지 관리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의 홈페이지에는 손 전 고문의 정계은퇴 후 한 번도 게시물이 올라온 적이 없어 해명에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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