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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이 걸림돌이다"

천정배-정동영계 '강봉균 포함' 이견, 개혁-보수신당 양분

"강봉균이 걸림돌이다."

앞서 열린우리당 탈당을 단행한 천정배, 이계안 의원 등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내주초 집단탈당을 추진 중인 '정동영계'와 함께 신당을 만들 용의가 있으나,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탈당의 한 축으로 급부상한 강봉균

앞서 탈당한 5명의 의원들 가운데 천정배 염동연 이계안 최재천 의원 등 4명은 함께 정치적 행보를 하기로 잠정합의한 상태다. 문제는 이들만 갖고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내주초 집단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추가탈당파들에게 내심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문제는 빠르면 오는 5일께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는 집단탈당의 주요 축을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 정책위의장은 열린우리당에서 가장 보수적 의원들의 모임인 '실사구시'의 좌장으로, '안개모' 등 여타 보수의원들과 상당한 세를 형성하면서 집단탈당을 추진하고 있다.

정동영 전의장은 탈당이 파괴력을 갖기 위해선 일정한 규모가 돼야 한다는 판단아래 강봉균 정책위의장 진영과 공동행보를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 전의장 역시 강 정책위의장과 비슷한 보수라는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

정동영 전의장 텃밭인 전북 군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기도 한 강 정책위의장은 지난주 정 전의장의 전북 순방때 동행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 전의장에게 밀착하고 있다. 강 정책위의장이 이렇듯 정 전의장에게 밀착하는 것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이 "열린우리당 철새정치인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데 따른 반작용이기도 하다. 한때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강봉균 영입'론을 펴기도 했으나 당 안팎의 눈총이 따갑자 슬그머니 접은 상태.

상황이 이렇게 삼엄하다 보니 강 정책위의장이 설 수 있는 땅은 정동영 전의장 쪽밖에 없으며, 이에 적극적으로 정동영 진영에 합류한 모양새다. 이에 강 정책위의장은 31일 새로 뽑힌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집단탈당을 막기 위해 그에게 정책위의장을 계속 맡아달라고 제안했으나 이를 일축하며 누구보다 강력하게 집단탈당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그는 친정동영계인 김한길 원내대표 진영과 현재 원내교섭단체 구성 가능 인원을 규합했으며, 오는 5일을 '탈당 D데이'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한길 의원과 함께 집단탈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 ⓒ연합뉴스


범국민적 '네거티브 이미지' 강봉균

문제는 이렇듯 집단탈당의 주요 축을 차지하고 있는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범국민적 '네거티브 이미지'다.

강 정책위의장은 김대중 정권 시절 경제수석-재경부장관을 할 때만 해도 대우그룹 해체 등 재벌개혁을 주도했던 인물.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후 '의원 강봉균'은 확 달라졌다. 그는 노무현 정권의 최대 실정이라 일컬어지는 '부동산대란'의 주역 중 하나로 변신했다.

한 예로 전국 땅값을 폭등시킨 정책 중 하나인 '기업도시'를 2004년 중반 전경련이 제안했을 때 그는 "전경련이 지난 몇년간 내놓은 아이디어 가운데 제일 좋은 구상"이라며 '기업도시법' 의원입법을 주도해 그해말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과시켰다.

지난해 11월 '추병직 부동산대란'이 발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면서 여야가 분양원가 공개 등 부동산해법 마련에 앞다퉈 나설 때 강 의원의 '진가'는 유감없이 드러났다. 열린우리당 거의 대부분이 분양원가 전면공개를 주장할 때 정책위의장인 그는 '고독하게'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했다. 그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선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김근태 의장 등 대다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친북좌파"라 매도하기도 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진보-보수 여부를 떠나 국민의 80%가 요구하는 대표적 개혁안. 그러나 그는 재경-건교부관료들과 건설업계 편에 서 '외로운 투쟁'을 벌였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묵인아래 '무늬만 분양원가' 공개라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 강봉균은 범국민적 네거티브 이미지가 됐다.

분양원가 공개를 저지한 양대 축인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박병원 재경원 차관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강봉균과 신당 만드는 건 정치적 자살행위"

"강봉균과 신당을 만드느니 차라리 안 만들고 말겠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의원의 말이다.

그는 "왜 열린우리당이 오늘날 같이 국민적 외면을 받는 처지가 됐나. 바로 강봉균 같은 반국민적 보수세력 때문 아닌가. 노무현 정권 지지층이 왜 등을 돌렸나. 집권 4년 내내 집값을 폭등시켜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민-중산층의 등허리를 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폭등의 주범인 강봉균과 신당을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만 봐도, 국민들은 과거보다 중도-보수층이 늘었지만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보수-진보 예외없이 분양원가 공개 등 진보적 정책을 원하고 있지 않더냐"고 반문한 뒤, "강봉균과 함께 신당을 만든다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의원들과 신당을 함께 할 지, 안할 지는 강봉균으로 대표되는 보수관료출신들을 포함시키냐 마느냐가 될 것"이라며 "강봉균이야말로 단일 신당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봉균과 함께 가자는 세력은 결국 보수신당을 만들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쪽은 개혁신당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강봉균'이 앞으로 만들어질 신당들의 보수-개혁성을 나누는 바로미터가 돼 가는 양상이다.
박태견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6 5
    어쩌다

    차라리 잘&#46124;다.
    박기자님 참여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으로 엄청난 질타를 하셨는데 결과적으로는 맞는말이 되었네요. 하지만 부동산 정책이 조,중,동의 엄청난 딴지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부동산 투기는 완전히 제압하고 조세의 형평성에도 큰전환점을 맞은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박기자님 이야기는 대안제시나 비판보다는 일종의 저주나 비난성으로 보이는건 저만의 의견일까요?
    박기자님은 전지전능한 제왕적 대통령을 기대하시는 건 설마 아니겠지요.
    하여튼 이번 열린당 사태는 어쩌면 아이러니칼하게도 정책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 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정동영계는 유럽식 보수당으로 차후 한나라당의 일부세력과 한정당으로 가고,열린당은 중도자유당,그리고 민노당은 진보당으로 자리매김하면 덩말 덩말 대한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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