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촛불 "이제 행동해야 한다"
<현장>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 추모집회 열려
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대응 각계 원탁회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세월호 참사 추모 5.17 범국민촛불행동'을 개최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전교조와 횃불시민연대, 엄마의 노란손수건, 서울민권연대, 민주시민실현본부 등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추모집회를 열고 청계광장에 집결했다.
원탁회의 대표를 맡은 김상근 목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온전한 정부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 온전한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그 죄를 반드시 물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이어 "이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게될거다. 무엇이 잘못된건지 드러나게 될거다. 그러나 이 정부에 맡겨서는 안된다. 이 정부는 진정성도 없고 진심도, 눈물도, 가슴도 없다"며 "반드시 피해자 가족과 시민사회가 참여해야 한다. 이 정부릴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각자가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야 한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우리 힘으로 혁파해내자. 생명과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엄마의 노란손수건' 대표인 오혜란씨는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이 생사를 오가는 그 촌각의 시간에도 그냥 지켜보기만 한 미개한 엄마가 되고 말았다"며 "부모의 눈 앞에서 아이들을 수장시키는 무능하고 무서운 정부를 믿고 눈물이나 흘리며 앉아있었다. 그런 우리를 용서할 수가 없어서 엄마들이 나섰다. 그렇게 행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유가족이 생떼를 쓴다고, 촛불에 종북좌파가 끼어있다고, 일당 육만원을 받고 알바한다고,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하면 세월호 희생자 사망자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이제 너희들의 말 실컷 들었다. 제발 그 입 좀 다물고 가만히 있어라. 그렇게 원한다면 차라리 불순하고 위험한 선전선동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스승의 날' 반납선언을 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김갑수 교수도 단상에 올라 "침몰하는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자세는 방안에 가만히 쳐박혀서 정치적으로 이용말라는 정부의 협박에 가만있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국민의 안녕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부와 진실을 외면하는 언론, 돈이 생명보다 먼저인 자본에게 간담 서늘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며 "그런 날이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스승의 날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 앞에 와계신 분들은 시민이 아니라 체제를 전복하려는 국가전복세력이다. KBS, MBC는 여러분들을 그렇게 취급했다"며 "그렇게 보도한 '기레기'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보도했나. 정부발표 받아쓰지 않았나. 박 대통령의 사과는 비중있게 보도하고 유족들의 항의는 애써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어 "저 역시 여러분들이 욕하는 기레기 중 한명이다. 이 자리에 설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기레들들도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내일부터 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한다. 치몰하는 KBS, MBC, 한국언론의 선원이 되서 국민들을 구조하겠다. 더럽다고 외면만 말고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침묵행진'을 처음 제안했던 대학생 용혜인씨는 "가만히 있으라는 한마디가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300명의 사망자를 만든 한마디였지만 사실 한국에서 우리 모두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유가족들은 '내 자식이 죽어서 슬프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신다. 그리고 잊혀지는게 너무 두렵다고 하신다. 세월호 사고는 잊을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검은티 운동을 제안했던 권순영씨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선장과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해경, 현장을 취재하지 않고 보도지침만 받아쓰고 오보를 일삼던 언론, 혼란을 틈타 KBS 수신료를 인상한 여당의 파렴치함, 침묵을 유지하다가 '대통령 사과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야당대표,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영정을 들고 면담을 요구하는 그 시간에 세월호 참사로 경기가 안좋다며 경기활성화 대책을 요구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원탁회의는 저녁 8시 15분께 촛불집회를 마무리짓고 종로 보신각, 종로3가, 을지로3가, 을지로 입구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후 합동분향소에서 단체 참배를 하고 이날 일정을 모두 마무리지었다.
원탁회의는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요청한 세월호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을 지속하는 한편, 오는 2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추모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도 청계광장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들이 모여 "더 이상 국가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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