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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통한 재벌 기업지배, 갈수록 강화”

한국 기업지배구조 수준, 타이완.말레이시아보다 크게 떨어져

재벌 총수들의 순환출자를 통한 과도한 기업지배권 행사가 여전하며 이로 인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타이완이나 말레이시아보다 훨씬 뒤처져 있어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선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갈수록 논란이 커지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하며,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벤처기업의 효율적 지배구조 모델을 정립 등도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지적됐다.

기업지배구조 국제심포지움 “불투명.부패 이유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증권선물거래소(KRX) 국제회의장에서 KRX와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업 지배구조 국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재벌 총수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사실상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는 소유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교수는 이어 “과거보다 개선되는 추세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경영자들이 주주가 아닌 총수를 위한 기업경영에 나섬으로써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교수는 “현금흐름권과 기업지배권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한국 기업의 재벌총수들은 작은 현금흐름권에 비해 과도한 기업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크레디리요네(CLSA)증권,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원(IMD) 등의 지배구조 평가에 의하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싱가포르, 홍콩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고 심지어 타이완이나 말레이시아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증권선물거래소(KRX) 국제회의장에서 KRX와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업 지배구조 국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열중하고 있다. ⓒ 김홍국 기자


그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불투명지수나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에서도 한국은 아직도 투명하지 않고 부패가 많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한국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동종 산업의 외국기업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업지배구조가 좋을수록 국가경쟁력이 높고 부패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는 권한 행사 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제고할 의무도 있어"

앤 심슨 국제지배구조네트워크(ICGN, 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 상임이사 역시 역시 주제발표를 통해 "주주는 기업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제고할 의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슨 이사는 "특히 기관 투자가의 경우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가 요구되며 기업의 단기이익만 추구할 경우 위탁자의 이익도 저해하게 되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위탁자에 대한 명백한 의무설정, 이해상충 공시 및 관리, 투자연결고리의 투명성 등으로 국제기구들이 토론의 범위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슨 이사는 “미국의 경우 종전에는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주주의 권한은 주립법에 따라 규정되었지만 분식회계를 했던 엔론 등 기업 스캔들로 인해 기업개혁법인 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의 제정 등 연방법을 통한 규제를 시작하는 등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밝히고 ”반면 유럽에서는 단일금융시장의 성장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재자투표, 대리투표허용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현안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유럽의 경우 일부 정치인들은 헤지펀드를 탐욕자로 비난하는 등 인수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권리보다는 국가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현황을 볼 때 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일관된 규제체계의 정립, 기관투자가에 대한 규제방안 수립 등에 유의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지배구조원칙`과 `공기업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 제정을 담당했던 매츠 아이작슨 OECD 이사는 "기업지배구조는 기업활동의 핵심요소로 개별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공공재적 개념"이라며 “특히 기업지배구조 관련 정책 입안 시 법 전체 테두리 내에서 일관된 규제체계의 정립과 규제의 양면성, 이사회의 견제와 균형기능 및 기관투자가에 대한 효율적 규제방안 수립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작슨 이사는 “최근의 글로벌 이슈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민간경제활동의 비중 증가 및 국제적 상호의존성 증가, 신산업과 신기술 등 벤처기업에 대한 효율적 지배구조 모델 정립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며 “우수한 기업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 민간경제분야의 효율적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적ㆍ물적자원의 국제간 이동 증가로 국제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식기반, 무형자산, 인적자원 중시 및 유연한 조직문화 등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신산업ㆍ신기술 벤처기업에 대하여 전통 굴뚝산업과 다른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모델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진화하는 기업과 이에 적합한 기업지배구조 정책의 수립은 현대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선물거래소와 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가 공동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은 이영탁 거래소 이사장의 개회사와 남상구 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 원장의 환영사, 박병원 재정경제부 1차관의 기조연설에 이어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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