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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경화, 어디까지 왔나

<기고> 소리없는 일본 ‘보통국가화’와 소리없는 한국정부

“일본내 우경화 움직임은 시대착오적 질병이다. 우익세력들은 일본이 군사적으로 팽창할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에 오히려 서두르고 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경향신문>에 쓴 8.15 광복절 기고문의 한 부분이다.

일본은 지난 15일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 내용을 담은 ‘방위청설치법 개정안’과 애국심 교육을 장려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아베 내각은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과 국가정보기구 창설 등을 추진하며 군사&#8228;안보체계의 ‘정상국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북 핵실험에 대한 대응을 이유로 군사력 강화, 자위대 행동반경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우경화, 즉 보통국가화는 어디까지 왔나?

일본의 우경화, 어디에서 왔나

최근 일본 우경화 흐름은 크게 3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치지형의 우경화다. 납북자 문제를 이슈화시키며 정권창출에 성공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적극 대응하며 일본판 ‘정상국가론’을 통한 군사 대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일본헌법 제9조 ‘무력행사 포기’조항까지를 포함한 헌법개정은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우리에게는 우경화지만 일본에게는 그저 ‘보통국가화’ 혹은 ‘정상국가화’일 뿐이다. 그래서 일본의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것조차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변화와 한묶음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2월 발표한 ‘4년 주기 국방검토보고서’(QDR: Quadrennial Defense Review)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재앙적 도전’(Catastrophic Challenges)과 함께, 전략적 교차로에 있는 국가(중국)의 ‘방해적 도전’(Disruptive Challenges)을 ‘새로운 형태의 위협’으로 상정한다. 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미-일 동맹 강화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통해 중국의 지역패권구도를 저지함과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겠다는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이다. 일본은 자연스럽게 이 흐름에 편승하여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동북아전략의 한 축을 대신한다. 미국과 일본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결국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미국이 일본을 버리고 어느 순간 중국과 손잡게 되는 상황을 가장 염려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과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국익에 충실하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개입할 만한 여지도 별로 없다.

셋째, 최근 강화되고 있는 역내 안보경쟁의 심화도 우경화의 환경적 조건을 이룬다. 중국은 1996년 이후 2003년을 제외하고 매년 10% 이상 국방비를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2006 아시아 군사균형’ 보고서에서 중국은 2005년 현재 800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어 447억 1천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일본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 강화는 동북아 지역 패권을 꿈꾸는 일본에게 있어 군비강화의 강한 자극으로 다가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외에도 최근 계속되어 온 북한발 군사적 불안, 인도-파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에너지 안보경쟁, 러시아의 극동해로의 이해관계 확장 등도 결국 일본의 이해관계를 위협함과 동시에 일본의 우경화를 재촉하는 측면이 있다.

북한 미사일에 맞서 해상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 ⓒ연합뉴스


평화헌법의 안전장치를 풀고 있는 일본

사실 일본의 우경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변화는 지금까지 우리의 평가를 넘어서고 있어 한번쯤 중간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나치게 국내정치에 매몰된 나머지 외교안보이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현실, 여기에다 외교안보팀의 교체에서 비롯된 외교적 공백, 북핵문제와 6자회담에 진력한 나머지 일본 문제의 방기되어 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지난 2003년 6월 일본의 유사법제 통과가 일본 우경화의 ‘중간기착지’임을 경고한 바 있다.(<오마이뉴스> “유사법제는 일본 우경화 ‘중간기착지’” 2003. 6. 15) 물론 일본의 우경화 혹은 보통국가화는 헌법개정으로 최종완성될 것이다.

우경화의 움직임은 제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첫째는 헌법개정의 전단계로서의 각종 법률의 제&#8729;개정이다.

일본 교육에서 ‘평화헌법’의 역할을 해왔던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15일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모두 18개조로 이루어진 개정안은 국가와 전통, 공공정신 함양 등 애국심 교육을 장려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일으킨 법안이다.

방위청(廳)의 성(省) 승격을 포함하고 있는 ‘방위청설치법’ 개정안과 자위대의 해외 활동을 ‘본래 임무’로 격상시킨 ‘자위대법’ 개정안도 같은 날 통과 됐다. 1954년 만들어진 방위청 설치법은 침략전쟁을 주도한 군부를 축소시킴으로 ‘평화헌법’의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었으나 법 개정으로 다른 각료들과 동등한 권한을 갖는 방위상은 독자적으로 각료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법안 제출과 예산 요구도 할 수 있다.

개정된 ‘자위대법’은 국제긴급원조활동, 국제평화협력업무, 테러대책조치법 관련활동, 이라크 특별조치법 관련 활동, 지뢰제거, 재외국민 수송 등의 활동을 자위대의 ‘부수적 임무’에서 ‘본래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위대는 더이상 ‘국외’에서만큼은 ‘자위’대가 아니다. 그저 일본 ‘군대’일 뿐이다.

둘째, 국가안보에 대한 기획조정기구의 창설이다.

지난 11월 22일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창설을 지향하는 관료&#8228;전문가 모임인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총리관저 기능강화회의’를 출범시켰다. 이 회의는 아베 총리가 의장을 맡고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국가안전보장 담당 총리보좌관, 야나이 준지(柳井俊二) 전 주미대사, 사토 겐(佐藤謙) 전 방위청 차관 등 관료 출신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미국 백악관의 NSC를 본딴 일본판 NSC 창설을 목표로 한다. 사실 NSC는 미국과 같은 군사대국이나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직속기구로 가능한 기구이다. 내각들끼리의 동등함을 지향하는 내각제에는 익숙하지 않은 제도이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조차도 NSC를 ‘기획조정집행기구’로 운영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NSC를 설립해 방위청&#8228;외무성과 내각 관방 등에 분산돼 있는 외교안보정책의 사령탑 기능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11월 22일자 사설을 통해 ‘총리관저 기능강화 회의’의 역할이 NSC 창설 준비에 국한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 멤버 가운데 한 명인 군사분석가 오가와 가즈히사는 “집단적 자위권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NSC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통 인식이며, 이를 의제에 포함하면 이른 시일 안에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로 일본판 CIA 창설도 중요한 흐름이다. 사실 일본의 공식정보기관은 고작 200명 수준에 이르는 총리실 소속 내각조사실이 전부였다. 물론 방위청과 외무성 등 각 기관에서 정보수집과 분석기능을 수행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일본은 독자적인 정보수집과 분석이야말로 ‘보통국가화의 전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일본 외무성 정보조사국 안전보장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모리모토 사토시 현 타쿠쇼쿠 대학 외사정(外事情) 연구소장은 최근 얼마전 <세계주보(世界週報)>에 실은 글을 통해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위기 상황에서 정보를 미국과 영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단일한 정보 담당기관 및 담당자 체계 구축’, ‘국가 정보 전문가 육성’, ‘정찰위성&#8228;무인 정찰기 및 핵심 센서 기술 개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정보력의 강화 노력은 일본판 NSC 창설 구상과 함께 군사 대국화를 향한 지휘통제체계 구축이라 할 수 있다. 미국도 일본의 정보기구 창설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특히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둘러싼 미일간의 정보교류는 한미간의 정보교류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시스템 아래서 움직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소리 없는 한국정부, 대화의 단절이 대안일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해 대화를 통한 논의의 틀을 만들기 보다는 대화 단절을 통한 ‘거부권’ 행사로 일관해 왔다. 미국에 대한 제목소리 내기의 한 방편으로 한일관계를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하는 것보다 일본에 대해 할 말을 다 하는 것으로 미국을 견제해 온 측면이 있었다. 한일간의 전략대화는 고작 차관급 수준이고, 새로운 한일관계의 미래를 담보할 만한 어떠한 의제 설정도 하지 못한다.

일본은 이러한 대화의 단절과 한국의 강경대응을 도리어 역이용한다. 물론 원칙은 한국정부의 입장이 맞다. 하지만 일본은 정략적으로 이를 되치기한다.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나 ‘독도 영유권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한국의 강경대응을 역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는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그저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 길은 당연히 우경화다. 군사대국화다. 하지만 일본은 보통국가화나 정상국가화로 생각한다. 어느새 일본은 우경화의 길을 저만치 달아나고 있지만 대화의 틀을 갖고 있지 못한 한국 정부는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차라리 외교안보팀이 손을 놓고 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중국과 일본은 지난 5년 간의 단절을 넘어 본격적인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노 요헤이 일본 중의원 의장이 중국을 방문 중이고, 26일 베이징에서는 중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첫 합동회의도 시작됐다. 난징대학살 등의 문제도 논의대상이다. 양국간 군사교류도 2년만에 재개됐고, 내년 봄에는 9년 만에 처음으로 후진타오 중국주석이 일본을 방문한다.

그런 차원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의 25일 일본 방문은 적절하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왜 이토록 악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화된 지금, 보다 큰 차원의 외교안보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한미일 동맹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 한국 스스로도 가지고 있지 못하고, 한일간에도 마찬가지이다. 한미간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미-일간에는 자신들만의 거대한 군사안보전략과 비전을 구축해 간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고, 일본은 어느새 군사대국으로 우뚝 자리한다.

대화가 필요하다.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관련 전략대화가 필요하다. 차관급이 아닌 장관급, 그리고 대통령 간의 셔틀 외교가 강화돼야 한다. 그 틀 안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논의하고,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함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안보대화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염려가 일본의 정책에 반영되고, 일본은 보다 능동적이고 반성적으로 한국 국민에 대한 설득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일본의 전쟁책임은 여전히 무한하다. 주변국의 동의 없는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필자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연합뉴스
국회의원 최재천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21 28
    걱정마

    북한핵이 우리꺼 된다
    퍼주기 1년만 중단하면.

  • 25 16
    광주 무등산

    좌충우돌식 촐랑대고 다니는군
    이 넘 노무현처럼 변호사 출신인디
    이 변호사 하는넘들 정치하면 나라 망한다.
    앞으로 변호사는 정치하면 안된다.
    노무현처럼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
    이 넘도 비슷한 부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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