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헌정 콘서트', 1만 시민 운집
<현장> 박영선 "전두환 시절보다 언론탄압 더 심해"
MBC노조는 이날 오후 7시 30분 김재철 헌정 콘서트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를 서울광장에 개최했다. 파업 이후 세 번째 콘서트로 궂은 날씨에도 1만여명(경찰 추산 4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콘서트 시작전까지 계속 내린 비로 주최측은 서울광장 무대 앞에 1천여개의 의자만 배치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오후 9시께는 서울광장 잔디밭 대부분이 시민들로 가득했다.
박완규, 이은미, 들국화, 뜨거운감자, DJ DOC "MBC파업 지지한다"
예고대로 초호화 출연진들이 총출동했다. 오프닝 공연에는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가수 박완규씨가 올랐다. 박씨는 "대한민국의 40대가 가장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 뉴스"라며 "무언가 감춘 걸 알기 위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뉴스를 보는데 나는 요즘 MBC뉴스는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기 계신 MBC노조 조합원들에게 묻겠다. 국민들과 진실과 소통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겠나. 뛰어들 수 있다면 이 노래를 바치겠다"며 <소금인형>을 열창했다.
역시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가수 이은미씨도 무대에 올라 "본의 아니게 여러분들의 파업으로 나가수 MC를 꿰찼다. 많은 분들이 파업콘서트에 나가면서 파업 중인 MBC에 출연하는 것을 비난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입장을 밝히겠다"며 소신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이명박과 새누리당 정권이 싫다고 내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거부할 수 없듯, 가수로서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데 김재철 때문에 출연하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이렇게 제 방식대로 동참하고 있다. 153일 파업으로 힘들겠지만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자부심이 여러분을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세 번째로 출연한 DJ DOC는 악동 이미지에 걸맞게 거침없는 입담으로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김창렬은 "파업을 지지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고, 이하늘은 "저도 정직상태라 잃을 것이 없다. 아마 창렬이나 재용이는 이 무대 출연으로 김재철 사장이 있을 때까지는 방송활동이 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늘은 정재용이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자 "재용이가 지금 상태가 메롱이다. 김재철 사장과 상태가 비슷하다. 이해해달라"며 재치있는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의 리더 김C는 "정의는 승리한다는 말이 도덕책에 나오는 허황된 문구가 아니길 바란다"며 "잘 버텨줘서 고맙고 월급 못 받아서 어쩌나 그게 걱정이다. 힘내시라"고 격려했다.
박원순 "파업투쟁 지지한다"
시민사회인사와 정치인들도 이날 콘서트에 대거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MBC파업 최초로 남경필 의원이 참석했고, 정동영, 신경민,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과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이 참석했다. 시민사회에서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정용건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석운 공정언론행동 대표가 참석했고 공연 중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외유를 마치고 귀국해 단상에 오른 박원순 시장은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지만 여기보다는 방송에서 만나뵙고 싶다"며 "여러분들이 바른 길, 정의로운 길, 진실의 편에 서 있기 때문에 파업 투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전두환 시절에도 탄압을 받았지만 이렇게 해고하지는 않았다. 김영삼 정권 당시 제가 뉴스를 진행하다가 김문수 도지사가 보궐선거에 나온 걸 보고 변절자로 말했을 때도 앵커에서는 잘렸지만 해고되지는 않았다"며 "지금 김재철 사장을 만든 구조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기 위해 사장을 직원들이 뽑는 직선제로 하자"고 제안했다.
노회찬 "김재철 미쳤다", 박영선 "MBC 사장 직선제"
노회찬 의원은 김재철 사장이 일간지에 낸 광고를 언급하며 "김재철 사장은 '이래도 정치파업이 아니냐'고 했는데 그럼 MBC파업이 정치파업이지 경제파업이냐, 정치사장 물러나라고 하니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을 물어보는데 광고비 6억을 쓰니 정말 미친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MBC 정상화의 구체적 방법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영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이라며 "굳이 김재철 사장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하니 올해 8월에 사장에서 물러나도 MBC 지하에 감방을 만들어서 2014년까지 꼭 계시게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남경필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희가 이번에 MBC, KBS 사장 선임시 대통령과 권력의 영향이 지나치게 행사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남 의원의 발언 중간중간 일부 시민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직접 참석하지 못한 수십명의 각계인사들은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MBC의 파업 투쟁을 지지했다.
정치인 중에는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등 민주당의 대선주자를 비롯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 등이 참여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연기자 차인표, 영화감독 변영주.이해영, 영화제작자 심재명씨, 작가 고은.박범신.조정래.안도현 등이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이밖에도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석연 전 법제처장, 금태섭 변호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조국 서울대 교수도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MBC노조 "100만 서명운동 계속"
콘서트의 대미는 데뷔 25주년을 맞아 재결성한 들국화가 장식했다. 들국화는 마지막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히트곡 <행진>, <매일 그대와>, <그것만이 내 세상> 등 이날 공연 중 최다인 5곡을 열창했다. 들국화의 마지막 곡 <사노라면>을 부를 때는 파업 기간 동안 사측으로부터 징계받은 203명의 조합원들이 무대에 올라 합창하며, 2시간 30여분의 공연을 마무리지었다.
MBC노조는 현재까지 60만명이 서명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이어가는 한편, 공정언론공동행동이 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진행 중인 '쫌 보자 무한도전X2' 프로젝트를 매주 금요일 이어간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1일 2명으로 시작해 매일 2배수로 인원을 늘려가며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로 이날 서울광장에서 1천24명이 참여해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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