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은 건설업자 위한 사업일뿐"
베른하르트, 콘돌프 교수 잇따라 '4대강 비판' 논문 발표
13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미친 짓"이라고 질타했던 독일의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칼스루에 대학)와 미국의 맷 콘돌프 교수(버클리대)는 최근 ‘하천공사 연구. 대한민국 4대강 사업’과 ‘녹색뉴딜, 준설과 댐 건설: 대한민국의 4대강 복원사업’이란 제목의 논문을 각각 발표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논문에서 "유럽연합의 물 관리 기본지침에 따르면 한국의 4대강은 자연 상태 최상의 1등급 또는 자연에 가까운 양호한 상태인 2등급이나 4대강 사업으로 심각하게 변형됐다”며 “4대강 사업은 운하의 변종으로, 결코 하천 복원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콘돌프 교수도 논문에서 “복원은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했지만, 실제로 복원이라는 말이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다른 목표를 가진 사업에 친환경이라는 색을 덧칠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며 “4대강 사업이야말로 본질적 목적이 정치적인 것인지 하천 복원인지 조사해 보아야 할 사례”라고 비판했다.
"4대강사업은 건설업계 위한 사업일뿐"
이들은 우선 대규모 준설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 파괴 현장을 보면서 ‘환경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변한다면, 강이 지닌 자연스러운 삶의 조건과 그 변화로 인해 예측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완벽한 무지의 소치”라면서 “4대강 사업은 ‘건설업계를 위한 사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강바닥과 강물이 침투해 지하수를 형성하는 전이층인 저층대에는 하천에 서식하는 모든 동식물들이 의존하고 있는 무수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며 “준설 과정에서 투수층 저층대에 서식하는 생명체가 말살됐다”고 탄식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8월 한국 방문때 “독일에서는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준설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하자 국토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네덜란드 준설 사례를 든 것을 상기시킨 뒤 “한국의 국토부는 네덜란드의 준설은 제한된 구역에서 이뤄진다는 점과 준설시 저서생물에 미칠 영향을 꼼꼼하게 검토한다는 것을 외면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콘돌프 교수도 “미국과 유럽에서 준설 관련 작업이 많이 진행되던 1960~1970년에는 준설의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중요한 문헌이 많다”면서 “선진국에서 준설에 대한 연구가 최근 몇 십 년 간 거의 없는 이유는 준설이 환경적으로 얼마나 파괴적인지에 대한 인식이 이미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하천에서 준설이 실시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으며, 현재 실시되는 4대강 사업에 비하면 만분의 일 혹은 십만 분의 일의 규모로 좁은 지역에 한정된 사업이었다”고 덧붙였다.
"홍수 위험, 배로 늘어났다"
이들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격을 가했다.
콘돌프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어떻게 홍수를 줄일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홍수 방어를 위한 표준적 방안은 홍수를 예방할 지역 상류에 댐을 만드는 것인데, 수문학과 수력학적 기준으로 봤을 때, 하류에다 댐을 만드는 사업이 어떻게 홍수를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과 EU의 표준 기준으로 비추어봤을 때 이 사업에서 댐이 건설되는 장소, 구성, 계획한 작동 방식을 보면 홍수 예방 목적에는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른하르트 교수 역시 “단언컨대 보를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저비용의 홍수예방책이 존재한다”며 “강을 운하와 비슷한 구조로 만들면 홍수 위험까지 배가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도리어 홍수 위험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독일 칼스루에-막사우(Karlsruhe-Maxau) 수위측정소의 자료에 따르면, 1880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수위 8m을 넘는 홍수는 겨우 세 차례 발생했지만, 라인강 상류 하천공사가 마무리된 1977년 이후에는 빈도(최소 12회)가 매우 잦아졌다. 그는 “하천 공사로 빈번해진 홍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력과 재정이 소요된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노력과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보가 세워지기 이전보다 더 나은 홍수보호 수준을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보 건설에 의한 홍수 및 첨두홍수위 증가 사례는 독일 바이에른(Bayern) 주를 통과하는 다뉴브 강 구간에서도 발생했다. 1845년 이후 7 차례의 홍수가 발생했는데 이중 1994년 이후에만 4차례 발생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질 악화"
이들은 또한 4대강 사업으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이 수질 문제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콘돌프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가 분명하게 내세우는 논리는 주어진 공간에서 물의 양이 많아지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보로 막힌 강은 흐르지 않으리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보 부근에 퇴적작용이 심해지는데, 평수량 조건에서 세립질과 오니의 퇴적이 진행된다”며, 게다가 유속이 감속하면 산소 양이 크게 줄어들고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 막아 정체돼 수질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도 “라인 강 상류 보로 막힌 구간에서 유해물질을 포함한 퇴적물이 쌓이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실제로 이페츠하임 보에서는 강의 횡단면은 증가한 반면 유속은 감소해 매년 15만㎥의 퇴적량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곳의 퇴적물을 준설하지 않으면 홍수가 발생했을 때 보 구조물 위로 물이 범람할 위험이 있고, 오니 등 퇴적물은 유해물질에 오염됐기 때문에 하류로 그대로 흘려보낼 수 없어 특수한 방법으로 제거해야 한다”며 향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4대강 예찬론자들 맹점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끝으로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박석순 이대 교수, 차윤정 4대강 본부 환경부본부장,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등의 주장에 대해 “전문적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간단한 의견을 제시한다”면서 이들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우선 박석순 이대 교수가 2009년 11월 신문기고를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도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와 준설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보와 준설을 예찬한 데 대해, 베른하르트 교수는 “강에 보를 건설함으로써 초래되는 수많은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에 이견은 없다”고 맞받았다.
차윤정 4대강본부 환경부본부장이 지난해 5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래사장은 사람의 정서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물고기에겐 사막이나 마찬가지다. 강을 준설해서 물이 풍성한 ‘젊은 하천’을 만들어야 한다. 노년기(老年期)인 우리 하천엔 수만년 동안 퇴적된 토사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 주장은 전체를 보는 전문적 지식이 없음을 시사한다. 강변 구조의 다양성, 물 흐름의 역동성, 활발한 토사 운반은 생태계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일침을했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가 지난해 5월 한나라당 특강에서 “4대강은 퇴적토에 의해 동맥경화에 빠진 만큼 깊게 파는 게 가장 현명하고 옳은 길이다. 물을 흐르도록 만드는 것을 생태계 파괴라고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베른하르트 교수는 “토사가 운반되어 쌓이는 퇴적토를 동맥경화에 비유한다는 사실은 논리에 객관성이 얼마나 부족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확고한 신념도, 위에서 설명한 보 설치로 인해 이후 나타날 실상들을 바꾸지는 못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MB씨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은 앞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정치인 62명의 명단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19일 4대강 사업에 찬동했던 전문가, 공직자, 언론인, 기업인 등 2차 찬동인사 인명사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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