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겪는 중소-중견기업 급증
은행 대출 줄어들고 회사채 발행도 막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5곳 중 1곳은 6개월 만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0% 이상 감소했다. 이들 업체의 92%는 중견ㆍ중소기업이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에 비상이 걸렸으나 유동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 시중은행 대출이 축소됐고 회사채 발행은 거의 불가능하며 유상증자도 쉽지 않다. 일부 중소기업은 돈을 구하려고 고금리의 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29일 한국상장사협의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유가증권시장) 가운데 지난해 말과 비교할 수 있는 632개사(금융사제외. 개별재무제표 기준)의 6월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모두 48조1천330억원으로 작년 말의 52조940억원보다 7.6%(3조9천610억원) 줄었다.
현금성자산은 만기 3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자동 전환되는 예금, 적금 등 자산을 말한다. 주식 등 증권은 가격 폭락 때 현금화가 어려운 점 등의 이유로 회계상 현금성 자산에서 제외된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감소는 올 상반기에 투자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액이 32조9천950억원이었으나 투자는 43조8천300억원에 달했다. 투자는 설비 외에 계열사 지분 등에 많이 이뤄졌다.
분석 대상 상장사 632곳 중 244곳(38.5%)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였다. 영업활동으로 돈이 들어온 게 아니고 오히려 나갔다는 뜻이다.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0% 이상 줄어든 상장사는 34.0%인 215곳에 달했다. 50% 이상 감소한 회사는 20.3%인 128곳, 70%이상 줄어든 회사는 9.3%인 59곳이다.
현금 및 현금자산이 50% 이상 감소한 128곳 가운데 대기업은 10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118곳(92.2%)은 중견ㆍ중소기업이었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40.7%), 종이ㆍ목재(-33.1%), 운수창고(-26.4%), 서비스업(-21.4%), 전기전자(-18.2%) 등의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중견ㆍ중소기업이 많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많이 줄어들었다.
10대그룹 70개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모두 24조6천55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634개사 전체 유동성의 50%를 차지했다.
상장사들의 현금 흐름이 나빠지고서 영업자금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중견ㆍ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현금조달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전월말보다 1천322억원 줄었고 신한은행은 4천490억원, 우리은행은 4천541억원, 외환은행[004940]은 3천301억원, 하나은행은 554억원 각각 축소됐다.
기업은행[024110]은 1천505억원을 늘렸고 농협은 9천476억원, 산업은행은 597억원을 각각 확대했으나 농협과 산업은행은 작년 8월 말보다는 줄였다.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8월과 9월 유상증자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자금 확보 수단인 코스닥 신규상장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의 한 소형 전자업체 사장은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3년 전 리먼 사태 당시 수준이거나 그때보다 나빠졌다. 부도를 내거나 도주하는 업체 사장도 있다"고 전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보유현금이 부족해지면 부도 등 사태에 직면할 수 있고, 투자 중단으로 기업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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