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실명 출간 파문, 검사 50명 추가 공개
낯뜨거운 술자리 향응 등도 적나라하게 묘사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은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 정희상, 구영식 씨가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씨의 구술을 받아 쓴 책이다.
책 속에는 정씨가 검사 스폰서가 된 계기와 자세한 스폰서 내역을 비롯해 MBC PD수첩을 통해 세간에 의혹이 폭로된 후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정황이 담겼다.
정씨는 검사들에게 금품을 건넨 일시와 장소, 액수 등을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의 부탁으로 중국술 20병을 들고 입국한 일을 이야기하면서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당시 박 전 지검장의 연락을 받고 정씨를 무사통과시켜준 세관 직원의 실명까지 밝히는 식이다.
또 성접대가 포함된 술자리에서의 낯뜨거운 놀이 등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책 속에서 정씨는 2006년 검찰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후 "그동안 나름대로 검찰세계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자부해온 나조차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속수무책으로 똘똘 말리는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는데 검찰을 모르는 일반 국민은 오죽할까 싶었다"며 배신감과 분노감으로 폭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폭로 이후 하루에도 수십 번 자살을 생각하며 지냈다"며 "내가 지금까지 직접 수백 명의 검사를 겪어왔지만 이렇게까지 야비하고 치졸하게 보복을 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책 속에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실명이 공개된 일부 검사들 외에도 50여 명의 검사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당사자들의 법적 대응 가능성 등 파문이 예상된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검사 스폰서 사건이 터졌을 때 공개된 일부 고위직 검사들뿐 아니라 일반 검사들조차도 '스폰서 문화'에 포획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 검사들의 '실명 공개'"라고 소개했다.
이어 "(정씨가) 안동교도소로 이감되기 직전 부산구치소에 있을 때, 그의 구속을 지휘한 부산지검 검사가 이 책 초고를 손에 넣으려고 구치소 내 그의 방에 들이닥쳤지만 간발의 차이로 원고를 우편으로 내보낸 뒤여서 허사로 끝났다고 했다"며 검찰의 출간 저지 의혹도 제기했다.
책의 편집자는 "이 책에서는 '정용재 문건'에 나온 대로 모든 연루자의 실명을 밝히고 있는 바, 그 연루자 가운데 혹 '억울하다'는 분이 있어 '공개적'으로 그 '억울함'을 명백하게 입증한다면 입증 이후 발간되는 책에서는 그 사정을 밝혀 배려할 용의가 있다. 또 혹‘물증’ 운운하며 저자와 출판사를 겁박하려는 분이 있다면 먼저 자기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그 증거를 물을 것을 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책 말미에는 당시 사건 관련 언론보도와 더불어 세 차례에 걸쳐 방송된 PD수첩의 내용도 부록으로 함께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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