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박근혜 大오보'에 망신살
"박근혜, MB 뜻 받아들일듯" 보도했다가 박근혜 강공에 '화들짝'
<조선일보>는 이날 1면과 4면에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수용할 것이란 전망 기사를 내보냈다. 1면에는 <박근혜 "세종시와는 다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4면에는 <TK·PK 어느 한쪽 편들기 어려운 상황… 수도권 여론도 부담>에는 제목의 해설기사를 보냈다.
<조선일보> 기사를 접한 영남은 발칵 뒤집혔다. 한 예로 대구 <매일신문> 같은 경우는 이날 <조선일보> 기사를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으로 기정사실화하며 <박근혜에게 대실망> 등의 기사를 무더기로 쏟아내며 박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일보> 기사는 이날 박 전 대표가 대구를 방문해 입장 표명을 하기 전에 측근들을 통해 '흘린 것'처럼 리얼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세종시와는 다르다">는 기사를 통해선 박근혜 전 대표는 31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신공항은 장기과제로 계속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한 측근은 30일 "신공항 추진이 비록 경제성 부족으로 중단됐어도 지역경제 상황을 볼 때 신공항은 필요하고 시간을 갖고 검토돼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로부터 신공항 백지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를 듣고 '신공항 문제는 세종시와는 다르다'는 말을 계속 해왔다"며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거나 맞서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고 <조선>은 보도했다.
<조선>은 이어 대구가 지역구인 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 의원들이 발표한 "정부의 백지화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성명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며, 박 전 대표는 이날 '신공항 백지화' 발표 전 청와대로부터 신공항 입지(立地) 평가 내용 등을 미리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선>은 4면의 <TK·PK 어느 한쪽 편들기 어려운 상황… 수도권 여론도 부담>이란 제목의 해설기사를 통해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세종시 수정안 때와는 달리 즉각 반발하지 않고 있다"며 "지역구가 대구인 박 전 대표는 신공항 문제에서도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가 정부 발표에 즉각 반발하지 않고 보기에 따라선 받아들이는 듯한 쪽으로 기운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 논란'과 '신공항'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세종시의 경우엔 박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충청도를 여러 차례 방문해 세종시 추진을 약속했었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려고 할 때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야 했으나, 신공항은 관련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이해관계는 있으나 사생결단하듯 맞서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핵심 측근은 "작년 8월 이 대통령과 단독 만남을 가진 이후 만들어진 양측의 협력 관계를 지금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조선>은 더 나아가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지역이 수도권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세종시 수정 논란 때 보여준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입장이 수도권에선 '충청권 표를 의식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라며 "수도권은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거나 비판적인 쪽에 가깝다. 따라서 박 전 대표로선 또 한 번 수도권 여론에 맞서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지적"이라고 그럴듯한 분석도 곁들였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는 이날 박 전 대표가 대구를 방문해 이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강도높게 질타하면서 자신은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을 내걸겠다고 밝히면서 몇시간만에 오보로 판명됐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도 당황한듯, 앞서 종이신문 기사를 화면에서 신속히 지우고 대신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을 톱으로 내걸었다.
<조선일보>의 오보 파동은 두가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하나는 스스로 국내 최강이라고 자부해온 <조선일보>의 취재 네트워크가 박 전 대표 주변만 맴돌고 있을뿐, 박 전 대표와는 전혀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박 진영에서는 <조선일보> 최고위층이 박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회동을 제안했다가 거절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때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분노가 여전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조선일보>에게 오보를 하게 만든 친박들도 박 전 대표 의중을 모르고 있다는 것. 아니, 모른다기보다는 가능하면 이 대통령과 싸우지 말고 넘어가야 좋다는 게 원내 친박 대다수의 생각이다 보니, 자신들의 희망사항이 담긴 얘기가 마치 사실인양 전달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번 오보 파동은 이런 의미에서 <조선일보>와 상당수 친박 모두에게 뼈아픈 실수일 수밖에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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