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살 노인을 이불로 말아 밖에 내놓고 이런 X같은 경우가"
<현장> 이재오, 뉴타운 개발로 쫓겨난 주민들 시위로 곤욕
이 장관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민주당 김희철 의원 등과 함께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신주택정책 방향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론회 시간에 맞춰 뉴타운 개발로 쫓겨난 주민 등 150여명이 몰려와 토론회장 앞에서 '뉴타운 개발 반대' 유인물을 나눠주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주최측은 이에 유인물을 압수하려 했으나, 주민들은 더욱 반발하면서 분위기는 더 험해졌다.
이들은 "평생 모아 마련한 집, 뉴타운이 앗아가네", "뉴타운 개발 즉각 철회하라", "서민재산 강탈하는 뉴타운개발 중단하라", "속아서 도장 찍은 건 우리 잘못이지만 조합 만들기 위해 주민 속여도 되냐" 등의 구호가 적힌 손카드를 들고 원주민들을 몰아내는 뉴타운 개발을 맹성토했다.
장경태 전국주거대책연합 의장은 토론장 단상 위로 올라가 "우리가 바라는 바는 지구지정 해지, 바로 그것 하나"라며 "내 집, 내 땅이 어떻게 되는 것도 모르고 인감을 받아가 사기를 쳐 놓고 관리처분때 공시지가만 보장하는 것이 뉴타운이다. 10년간 국민의 재산을 강탈해 가면서 오늘 또 조합추진과 법 완화하는 공청회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외쳤고, 주민들은 "옳소", "옳소"라고 호응했다.
이에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여러분들이 이러시면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며 "여러분의 눈물, 애환도 알고 있다. 반대하는 것을 잠시 후 토론회에서 논리적으로 개진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정 의원은 거듭 "이재오 장관이 여러분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실세 이재오' 이름을 앞세워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이 장관은 주민들의 반발로 토론회장에 입장조차 할 수 없었다.
전여옥 의원은 "오늘 세미나는 서민들의 아파트를 새로 지어 다시 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하는가를 고민하기 위한 자리"라며 "절대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도 귀담아 듣겠다. 어떻게 하면 그 아파트에서 30년, 40년 살았던 분들을 지원할 지에 대해서도 많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대치상황이 1시간여동안 계속되자 국회 경위들이 토론장으로 투입돼 질서유지에 나서려했으나, 이 장관측은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등의 행위는 하지 못하게 했다.
토론회 진행을 맡은 최찬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결국 반대 주민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어야 했다.
한 주민은 "전 쌍문 1구역에서 왔다. (강제집행) 안 한다고 해놓고 어제 깡패들이 와서 이삿짐은 어디로 가져가고 어제 길에서 잤다"며 "대한민국에 이런 억울한 일이 있겠나. 70~80살 먹은 노인네를 이불에 둘둘 말아서 밖에 갖다 놓고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있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복지, 복지' 하더니 이렇게 사람을 살인해도 되냐"라고 반문한 뒤, "어머니같은 분, 아버지같은 분을 깡패가 이불에 싸서 이사 안 간다고 강제집행하고, 전 어제 두시에 당했다. 억울해서 하소연한다. 목숨 걸고 (뉴타운 정책) 반대하자"고 덧붙였다.
또다른 주민은 "철거를 인도 집행할때 법원 집행관이 안 나오고 어떻게 해서 조합에서 지명한 철거업체가 나오나"라며 "부정부패한 시공업체, 조합장들이 이것만 믿고 지금 개판치는 거다. 이것을 어떻게 법치국가에서 승복하라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주민들의 성토 등이 2시간여 넘게 계속되자 축사를 하려 왔던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피하면서 토론회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 장관은 반대 주민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참석자들도 대거 자리를 뜬 이날 오후 4시 30분께가 되어서야 토론회장에 나타나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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