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11만마리 또 살처분, '제2의 대만' 현실로
이미 대만의 60% 손실. 정부, 구제역 발생지-피해액 축소에 급급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소·돼지 등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대상 두수가 전날에 비해 11만4540마리 증가해 210만4천448마리를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전체 가축숫자가 1천350만마리인 점을 감안할 때 전체 가축의 15.5%가 도살됐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소보다 도축이 많이 된 돼지의 경우 이미 20%를 넘어선 상태다.
더 큰 우려는 구제역이 계속 맹위를 떨치면서 이러다가 정말 '제2의 대만'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1997년 구제역 사태로 전체 사육 돼지의 40%에 달하는 385만마리가 도살되면서 41조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고, 세계적인 양돈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축 숫자는 당시 대만의 60%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도축이 행해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6일에 없었던 구제역 의심신고가 17일에는 대구, 충남 예산에서 2건이 추가로 접수돼 167건으로 늘어나면서 구제역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구제역 의심신고가 뜸해졌다며 백신접종 때문에 구제역이 진정기에 들어선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정부의 구제역 발생 통계는 지자체의 통계보다 몇배나 적다. 이는 정부가 양성판정이 내려진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10km이내에서 또 다시 양성판정이 내려지면 통계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통계만 보면 마치 구제역이 진정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 살처분되는 가축 숫자는 변함없이 하루에 10만~20만마리씩 늘어나는 가공스런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구제역 사태가 몰고온 엄청난 재정적 손실 또한 축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예비비 4천여억원을 갖고 구제역 사태에 대처하던 정부는 돈이 떨어지자 18일 국무회의에서 살처분 보상비 5천억원을 긴급 의결했으나 이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피해액을 최대 2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나, 앞서 대만의 경우 41조원의 천문학적 손실을 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입은 피해도 20조원대에 달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현재 도축된 가축 숫자는 대만의 60%대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도 과거 대만이 범했던 무차별적 매립에 따른 침출수 유출 사태 등의 '2차 재앙'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 막대한 추가 재원 소요가 우려되고 있다. 과거 대만도 침출수 사태가 발생하자 매립지를 다시 파고 콘크리트 옹벽 등을 만들면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야 했다.
정부의 안이한 초동대응이 몰고온 구제역 전국 확산이 말 그대로 '재앙'이 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이번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워낙 통제불능 상태로 전국으로 확산된만큼 최악의 경우 오는 5월까지 구제역과의 전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암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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