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MB의 '인사 컴플렉스' 공개 힐난
김무성 "감사원장과 문화-지경부장관, 연내에 개각하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사원장이 총리가 됨으로써 석달간 공백상태"라며 "감사원 업무공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어 대통령은 올해 안으로 감사원장을 임명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 장관도 교체 예정인 부처로 공무원 안정적 근무가 어렵다는 여론을 감안해 빨리 (교체)해야 한다"며 8.8개각때 내정자들이 낙마한 이래 넉달 이상 후임자를 뽑지 않고 있는 이 대통령을 힐난했다.
김 원내대표가 이처럼 이 대통령에게 연내 개각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가 지적한 감사원장, 문화부장관, 지경부장관 외에도 현재 장기간 공석인 자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퇴임후 반년째 공석인 국민권익위원장, 7개월째 공석인 금융통화위원 등 부지기수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장기 공석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머뭇거리는 것은 '인사청문회 컴플렉스' 때문으로 관측된다. 한번도 내정자들이 순탄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적이 없다보니, 인사에 자신감을 잃고 미적미적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역대정권이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해온 개각을 제때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그럴 바엔 공석인 자리들을 모두 없애지, 뭐하는 거냐"는 불만이 공공연히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수장이 장기 부재중인 해당 부처에서도 볼멘 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원내대표가 이같은 당 안팎의 비판여론을 대변하고 나선 셈이다.
한나라당이 연내 개각을 주장한 더 큰 이유는 예산안 날치기후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개각이 필요하다는 상황 판단 때문으로 알려진다. 개각을 하면 인사청문회가 필요하고, 그러면 민주당이 원내 복귀할 명분이 생겨 국회 정상화의 길이 열린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한나라당은 더 나아가 예산안 강행처리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템플스테이 등 여야 합의 예산안까지 대폭 삭감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등 일부 경제부처 장관들도 차제에 물갈이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속죄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 이렇게 되면 개각 폭은 '중폭'이 되게 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연내 개각 및 중폭 개각에 미온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이달 말까지 부처 업무보고가 진행되는 만큼 연내 개각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연초에 일부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장관들을 교체하더라도 한꺼번에 중폭이상의 개각을 하진 않고 1~2명씩 교체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부분 새롭지 못한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한 예로 감사원장 후보로는 MB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이던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 MB 최측근인 백용호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거론되고 있다. 문화부장관 후보로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불교계와 관계가 돈독한 주호영 여의도연구소장이 거론되고 있으며, 지식경제부장관 후보로는 한미FTA 협상대표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꼽히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들을 후보로 내정할 경우 보나마나 인사청문회는 또 한차례 여야 격돌의 장이 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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