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망언 'MB 양배추', 어처구니상 '로봇물고기'
한 남성잡지에 나타난 '시중 민심'...올해의 과대포장상 'G20'
바로 잡지를 구해봤다. 신 논설위원이 거론한 로봇물고기, G20이 풍자의 도마위에 올라있었고, 이밖에도 김치파동때 이명박 대통령의 '양배추 발언', 계속되는 천안함 미스테리 등도 힐난의 대상이 돼 있었다.
앞으로 많은 매체들이 <GQ>처럼 올해를 회상하는 특집을 발표할 것이고, 교수들은 곧 '올해의 사자성어'도 발표할 것이다. <GQ>가 예고했듯 세간의 연말 민심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다음의 <GQ>의 '올해의 상' 가운데 몇몇 시사관련 선정 전문.
올해의 실언. “배추가 비싸니 내 식탁에는 대신 양배추 김치를 올려라.”
지난 9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9월 30일 현재, 배추는 한 포기에 8천9백원, 양배추는 1통에 9천4백80원에 팔리고 있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 말했던 건 마리 앙투아네트였나? 이승만 대통령은 “춘궁기라서 국민들이 굶고 있다”는 전언에 “쌀이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는 말도 ‘패키지’로 전해온다. 과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통적이고 ‘글로벌한’ 실언이다.
올해의 어처구니. 로봇 물고기
이런 어처구니가 있어서 옛 어른들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니, ‘삽’먼저 단속해야 맞으려나. 로봇 물고기를 만든다고 했다. 대당 2천4백만원으로 예산 60억을 투입하는 일이다. 세상에 눈먼 돈이 그리 많나 싶어 쓴웃음이 다 나온다. 나중에 어디 수영장에나 안 가 있으면 다행이지 싶다.
올해의 과대평가. G20
라디오에선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거리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유쾌한 한국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했다. 서대문구청은 G20 기간에 음식물 쓰레기를 회수하지 않겠다 발표했다가 취소했다. 단체 이름이나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고 경찰이 검문한 어떤 사람의 옷엔 ‘유니세프unicef'라고 적혀 있었다. 강남 일대 전봇대에 내걸린 화분들은 회의 전날까지 검은 비닐봉지에 싸여 있다가, 회의기간 동안 화사했다가, 지금은 얼어 죽었다. 어쨌든 회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하고, “G20의 성공은 국민의 성공”이라고들 하니, 이제 한국은 곧 선진국이 될 것이다.
올해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을 분석하고, 원인을 확정 짓는다. 최소한의 논리다. 천안함을 둘러싼 논쟁에선, 발생과 확정만 있었다. 나머진 엇갈리는 분석과 의혹의 연속이었다. 물기둥은 실제로 있었을까? 중어뢰의 폭발력과 그날 발생한 지진파의 폭발력의 맥락이 맞지 않는다는 건? 녹슨 어뢰 추진체의 설계도는 가짜로 밝혀졌고, 러시아 천안함 보고서는 이 추진체가 이미 6개월 이상 수중에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에 대한 설명은? 그 유명한 ‘1번 어뢰’안에서 발견된 가리비는 지금 제거되고 없다. 의혹은 의혹으로만 남았다. 그런 채 뭔가를 확정 짓는데 필요한 건 언론의 단정과 정부의 정책이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상한 일엔, 논리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의 1면. <경남도민일보> 8월 30일자
8월 30일자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각종 비리로 사퇴하자, 김태호가 두 번이나 도지사를 지낸 경남의 일간지 <경남도민일보>는 ‘권력 감시 역할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1면에 발표했다. 신문의 1면은 그들의 정치적 어젠다와 입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얼굴과 같다. 지금껏,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일간지 1면의 헤드라인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언론의 감시견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선명하게 경종을 울린 사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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