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최측근 "요즘 롯데, 문제 많다"
롯데계열사 줄줄이 세무조사, 롯데의 SSM 진출 비판도
최근 만난 한나라당 의원이 한 말이다. 대검 중수부가 그룹 2~3곳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와중에 이런 비판이 나왔다. 그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MB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이다.
그의 비판은 다소 의외적이었다. 롯데는 MB정권 출범후 시쳇말로 '가장 잘 나가던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초 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롯데 신격호 회장의 오랜 숙원이던 초고층 제2롯데월드를 허가 내줬다. 야당은 물론, 군을 비롯한 보수진영 내에서도 상당히 논란이 됐던 결정이었다. 야당은 이 대통령 대학동기인 장경작 호텔롯데 총괄사장(67)을 주목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후에도 롯데는 국내기업중 가장 막강한 현찰을 무기로 끊임없이 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영세상인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SSM(대기업슈퍼)를 앞다퉈 늘려가는 등 공격적 경영을 계속해 세간에서 "역시 롯데"라는 눈총을 받았다. 이처럼 '잘 나가던' 롯데였기에, MB 최측근의 강도 높은 '롯데 비판'은 상당히 의외일 수밖에.
하지만 최근 롯데를 겨냥한 사정당국의 일련의 조치를 보면 그리 의외도 아니다. 국세청은 지난 5일 롯데건설 본사에 조사4국 요원들을 투입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현재도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탈세 제보를 받아 움직이는 특명조직인 조사4국이 투입됐다는 것은 롯데의 불법행위를 감지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재건축 비리 및 탈세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어 지난 26일에는 국세청 조사2국이 롯데 계열사인 롯데미도파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롯데미도파는 앞서 신 회장의 불법증여 의혹이 제기됐던 문제의 계열사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지난 1월부터 롯데카드, 4월에는 롯데정보통신, 롯데상사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 바 있다. 마치 외곽에서부터 천천히 롯데를 옥조여가는 양상이다.
롯데측은 "정기 세무조사일뿐"이라고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부심하나, 롯데를 바라보는 정·재계 분위기는 다르다. 정권 초반에 밀월 관계를 구가하던 MB정권과 롯데 사이에 뭔가 심상치 않은 난기류가 읽히고 있다는 것.
난기류는 이미 올 봄에 감지됐다. 이 대통령 대학 동기로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장경작 호텔롯데 사장이 지난 3월 돌연 현대아산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 MB정권 출범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대아산이 위기 돌파책으로 적극 영입작업을 편 결과라고도 볼 수 있으나, 재계의 대체적 반응은 "의외"라는 것이었다.
각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장 사장이 미련없이 롯데를 떠나다니, 롯데를 바라보는 정권의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재계에는 롯데가 현정권을 서운하게 만든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기도 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최근 SSM 확장을 일시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피자집과 스시집을 개점하는 것처럼 속여 SSM 서울대점과 원효로점을 잇따라 '위장 개점'한 데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서둘러 진화 작업에 나선 셈이다.
신 부회장은 또 26일 사장단회의에서 '동반성장 추진 사무국' 신설을 지시하는가 하면, 롯데마트 협력사인 안성의 한 버섯농장을 방문하는 등, 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인 '상생'과 '현장경영'에 충실히 따르는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를 둘러싼 심상찮은 기류가 본격 사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 경고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롯데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계 전체를 바짝 긴장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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