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자살 "장애인 아들을 위하여..."

일용직 50대, 장애아들 수당 받게 하기 위해 목매 자살

2010-10-08 16: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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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전도사' 최윤희씨 부부 동반자살로 8일 세상이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관심을 끌지 못한 또하나의 자살이 있었다.

지난 6일 오전 8시5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윤모(52)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빈 소주병이 하나 있었고, 윤씨의 주머니에서는 유서가 나왔다.

종이 4장에 큰 글씨로 쓴 유서에는 "일자리를 못 구해 힘들다"며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 내가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고 적혀 있었다.

윤씨는 날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온 일용직 노동자였다. 그에게는 13년전부터 동거해 왔으나 결혼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는 부인(54)과 12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그의 아들은 왼쪽 팔이 마비된 상태이나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서와 가족 진술 등을 토대로 생활고에 시달린 윤씨가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장애인 아들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이나 장애아동부양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가정도우미 일을 하며 힘들게 살고 있는 부인은 "(남편이) 5일 오전 아무런 말 없이 집을 나가고서 연락이 끊겼다"며 "장례를 치를 돈도 없어 시신이 보관된 병원에서 시신을 인도할 수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유서 말미에 "아들아 사랑한다. 내 뼈는 화장해서 그냥 공원에 뿌려달라"는 슬픈 유언을 남겼다.

6년 전인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때도 대구에서 장애인 어린아이가 굶어죽은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사회는 사각지대를 소홀히 한 정부를 질타하며 발칵 뒤집혔고, 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기까지 했다.

연일 친서민 정책을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목을 매달아야 했던 이번 시대적 참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경찰은 윤씨가 발견된 장소의 현장 부검을 마친 뒤 윤씨가 목을 매단 나무를 신속히 베어 버렸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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