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술집까지 뒤져", 남경필 "제주땅 기증"
'의원사찰 파문' 확산, 정두언 "나를 사찰한 자는 국정원 요원"
27일 주간 <시사저널> 최신호에 따르면, 정두언 의원은 <시사저널> 기자와 여러 차례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청와대 사람들이 2008년 4~5월쯤 나를 내사했다. 내가 다니는 술집까지 조사했다"며 "나오는 것이 없자 한 언론사에는 취재를 해 보라며 나와 관련한 자료를 건네주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증권가 정보지에는 나와 관련한 온갖 소문이 난무했다"고 주장했다.
눈에 불을 켜고 어디서, 누가 자신을 조사하고 있는지를 수소문한 정 의원은 그해 7월초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실에 파견 나와 있던 국가정보원 직원 이 모씨를 당사자로 지목했다. 이씨도 알고 정 의원도 아는 한 인사가 정 의원에게 정보를 주었다. 기획조정비서관실은 그해 6월 박영준 비서관이 떠나기 전까지 청와대를 움직임 핵심 조직이었다. 대구경북 출신인 국정원 직원 이씨도 이른바 '박영준 사람'이었다.
2008년 7월16일, 정 의원과 이상득 의원은 '화해 만찬'을 했다. 정 의원은 당시 이 의원에게 자신에 대해 사찰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히며 울분을 토로했다.
정 의원은 지인을 통해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이씨를 국정원으로 복귀시키라"고 요구했으나, 김실장은 "내부 반발이 심하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 의원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결국 정 의원은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을 만나 강력 항의했고, 이씨는 정 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은 두달쯤 뒤인 2008년 9월말 청와대 기조비서관실을 떠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 자리를 옮겼다고 <시사저널>은 보도했다.
남경필 의원도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2008년 4월총선후 자신에 대한 공직지원윤리관실의 불법사찰과 관련, "누군가가 날 조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낌새는 있었다. 내 주변의 일에 대해 악의적인 얘기들이 정치권 주변에서 많이 떠다니고 해서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그 무렵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제주도 땅을 갑자기 처분한 것과 관련해선 "처분한 것이 아니고, 문제가 있어서 그냥 나라에 기증했다"며 "그때 내가 굉장히 조심해서 살려고, 내 주변을 다 한번 정리를 해봤고, (제주도 땅이) 문제가 생길 소지가 굉장히 많아서, 그러면 이것은 아깝지만 그냥 나라에 기증하는 것이 깔끔하겠다 싶어서 그렇게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땅의 문제 소지에 대해선 "아마도 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경작 확인서를 써야 하는데, 그것을 내 어머니가 임의대로 써서 내신 것 같더라. 그런데 그것은 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 그래서 당시 그걸 뭐,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이미 일은 벌어진 것이고, 그러면 국가에 헌납하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며 문제 땅이 농지법 위반 땅이었음을 시인했다.
문제의 <시사저널> 기사가 나오자, 정두언 의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시사저널>에 무슨 기사가 났다고 저한테 물어보는데 저도 아직 안 봤다"며 "그런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인터뷰한 사실은 없고, 아마 그동안에 있었던 얘기들을 주변인들과 종합해서 썼을 것이다. 저도 한번 보겠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으나, 보도 내용이 정 의원 발언에 기초한 상세한 내용이어서 파문은 급속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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