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4대강이 지역문제라고? 국민돈으로 하는데"
"4대강사업 강행은 머슴이 주인 능멸한 형상"
이상돈 교수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과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던진 화두는 ‘국운(國運)융성’과 ‘국가 백년대계’였다. 그런 4대강 사업이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자 이제는 ‘지역’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남한강이 여주 지역을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그 남한강이 여주 주민의 것이 아님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알 것이다. 팔당호를 포함한 우리나라 하천 전체, 더 나아가서 국토환경 전체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정부는 하천을 포함한 우리의 국토환경 전체를 건전하게 관리할 수탁의무(受託義務)를 지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토환경은 ‘국민의 것’이기에 일시적인 정치적 바람 때문에 그것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국토와 하천 환경에 변화를 주는 사업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런 절차를 아예 생략하거나 약식으로 처리해 버렸으니, ‘머슴이 주인을 능멸한 형상’"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교수 글 전문.
4대강이 지역문제?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압도적으로 나타나자 이젠 “4대강 사업 지역민들이 찬성하고 있는데 왜 타지(他地)에서 반대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경기도 여주에서 열린 4대강 찬성 주민집회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다는데, 일단의 지역민들은 현장을 방문한 야당의원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한 달 여 전에 김문수 경기지사가 양수리 유기농 단지에서 생명평화미사를 지내고 있는 천주교 사제들에 대해 “남의 물통에서 뭘 하느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시도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도 비슷한 것이다. 김두관 지사와 안희정 지사가 4대강에 반대하는 측과 대통령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자, MB는 "(4대강 사업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 정책적 문제"라며, "단체로 모여서 다른 지역의 4대강 문제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쾌하게 답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과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던진 화두는 ‘국운(國運)융성’과 ‘국가 백년대계’였다. “대운하를 건설하면 국운이 융성해 질 것”이라고 했고, “4대강 사업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꼭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4대강 사업이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자 이제는 ‘지역’을 내세우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수십조가 들어가는 국책사업이다. 여주 앞 남한강에 세우는 흉측한 3개의 댐 만 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서 하는 사업이지 경기도민이나 여주 주민들이 낸 돈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남한강이 여주 지역을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그 남한강이 여주 주민의 것이 아님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알 것이다. 사실을 말한다면, 팔당호를 포함한 우리나라 하천 전체, 더 나아가서 국토환경 전체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부는 하천을 포함한 우리의 국토환경 전체를 건전하게 관리할 수탁의무(受託義務)를 지고 있을 뿐이다. 국민이 국토환경의 주인이고, 정부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수탁자로서 관리를 할 따름이다. 우리 헌법과, 환경정책기본법, 하천법, 자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률은 이에 대해 분명한 규정을 두고 있다.
국토환경은 ‘국민의 것’이기에 일시적인 정치적 바람 때문에 그것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국토와 하천 환경에 변화를 주는 사업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천법이 4대강 등 중요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해서 특별히 관리하도록 한 것도 이 하천들은 국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이 국민 세금을 많이 쓰는 사업은 사전에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런 절차를 아예 생략하거나 약식으로 처리해 버렸으니, ‘머슴이 주인을 능멸한 형상’이다.
4대강 사업은 평범한 정책결정의 소산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의 산물’이었다. ‘오만과 아집, 그리고 독선의 정치’의 산물이었다. ‘4대강’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문제’다. ‘정치’가 개입되지 않았더라면 하천 본류를 파헤치고 괴물 같은 댐을 주렁주렁 세우는 4대강 사업은 애당초 거론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4대강’은 ‘정치적 문제’이기에, 거기에 집착하는 집권세력은 ‘4대강’과 같은 길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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