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특종', <위클리경향>의 '영포회 大특종'
구호는 "이대로", 노래는 "영일만 친구"
그러나 영포회에 관한 한, <경향신문>의 '지분'을 인정해야 한다. 2년전 '영포회 송년회 파문'을 비롯해 영포회의 실체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접근한 매체는 다름아닌 <경향>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향>의 시사주간지 <위클리 경향>이 지난해 1월 파헤친 '영포회'의 실체는 단연 독보적이다.
<위클리경향>는 지난해 1월13일자 808호에 <대한민국의 신(新)인맥-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 모임 ‘영포목우회’>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문제의 영포회 송년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영포회 대상인 포항 출신 5급 이상 중앙공무원이 120여명으로 이 중 일부는 MB정부 출범후 고속승진을 하고 있음을 파헤쳤다.
하지만 최근 영포회 파문이 불거지자 일부 언론들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위클리 경향> 기사를 사용, 마치 독자적 취재의 산물처럼 보도하고 있다. '특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위클리 경향> 기사는 인터넷 상에서 검색을 하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영포회 관련 기사가 쏟아지면서 일반인이 찾기가 쉽지 않다. <위클리 경향> 기사 전문을 전재한다. '잊혀진 특종'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다.
한편 <위클리 경향>은 5일 지난 2009년 1월 기사와 관련, "기사에 나온 명단은 2008년 6월25일 현재 포항 출신 5급이상 공무원 명단일뿐, 이것이 영포회 회원 명단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해당 명단의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은 영포회 모임에 나가 본 적도 없다며 무관함을 밝히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음은 기사 전문.
[대한민국 新 인맥]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 모임 ‘영포목우회’
2008년 11월 말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회’는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출신 공무원 모임에 나타난 거물 인사들의 인사말이 <경향신문>에 보도된 후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모임에 참석해 건배사를 했다. 최 위원장이 ‘이대로’를 선창하자, 다른 사람들은 ‘나가자’로 답했다. ‘이대로’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라는 뜻으로 대선 캠프에서 쓰던 건배 구호였다. ‘나가자’는 ‘나라를 위해, 가정을 위해, 자신을 위해’라는 의미다.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 의원(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은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다지고 뒷받침할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후원한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렇게 물 좋은 때에 고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죄인이 된다”고 말했고, 최영만 포항시의회 의장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이 소개된 후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 이명박 정부를 ‘영포 정권’으로 규정하며 “영 국민을 포기한 정권, 영 상식을 포기한 정권, 영 경제를 포기한 정권, 영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한 정권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영포회의 정식 이름은 영포목우회다. 화제가 된 모임은 지난해 11월 26일 밤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2008 영포목우회 송년의 밤’ 행사였다. 이날 자리에 참석했던 강석호 의원 측은 “모임에 정식 회원이 아니라 초청이 와서 참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100명에 가까운 회원이 참석했다. 1995년 영일군이 포항에 편입되면서 포항·영일 출신이라면 말할 필요 없이 그냥 포항 출신이라고 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유행가 제목처럼 ‘영일만 친구’라고 할 수 있다. 11월 26일 행사에서는 이 노래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영포목우회는 ‘포항·영일 출신 5급 이상의 중앙부처 공무원 모임’이라는 것 외에 그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서울사무소가 매년 발간하는 <향우공무원 수첩>을 보면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난다. 중앙 부처(산하기관 포함)에 근무하는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은 모두 120여 명(2008년 6월 25일 현재)이다. 이들이 영포목우회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부 지역신문은 영포목우회의 송년 행사를 간략하게 보도했다. 이들 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회장은 국민권익위 행정심판위원회 이원 상임위원이다. 이원 상임위원은 1952년생으로 1980년 법제처 행정사무관을 시작으로 2005년 법제처 경제법제국 국장, 2007년에는 법령해석관리단 단장을 역임했다.
영포목우회의 존재는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 시절에 거론됐다. 박 전 장관은 2006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열린우리당 예비 후보로 출마하면서 영포목우회 총무와 회장이라는 약력을 사용했다. 2006년 지방선거 출마를 접은 박 전 장관은 2006년 말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로 인사청문회에 출석하면서 영포목우회라는 이름이 한 번 거론됐다.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영포목우회를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당시 전 서울시장)과 인연을 물은 것이다. 박 전 장관은 포항 출신으로 행정안전부의 전신인 총무처와 행정자치부에서 기획관리실장·중앙공무원 교육원장(차관급)을 역임했다.
정장식 교육원장 ‘이례적 복귀’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으로 눈에 띄는 인물은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다. 정 전 시장은 2006년 경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인 2008년 3월 차관급인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이 됐다. 그의 차관급 기용은 공직에서 물러나 정치에 몸담은 후 다시 공직에 복귀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포항 출신 공무원으로 고위직에 속하는 인물로는 이병욱 환경부 차관을 손꼽을 수 있다. 이 차관은 2007년 세종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부 차관을 맡았다.
외교부에서 알제리 대사를 지낸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총재는 이명박 정부에서 일약 KOICA 총재로 부상했다. 박 총재는 대선 캠프에서 인수위까지 이 대통령의 외교를 자문해왔다. 권종락 외교부 제1차관 역시 포항 출신으로 인수위에서 활약한 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외교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청와대 파견 공무원이 많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전인 2007년과 정권 교체 후인 2008년을 비교하면 이들의 부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법제처에서 한영수 부이사관이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실로 파견됐다. 한 부이사관은 2007년에는 법제처 재정기획기획관실 재정기획관으로 일했다. 공정거래위에서는 대통령실로 포항 출신인 황명석 행정관이 파견됐다. 황 행정관은 2007년 공정거래위 심판관리관실에서 심판행정팀 서기관으로 일하다가 인수위 경제1분과 실무위원으로 활약했다.
이강덕 경무관 민정비서관실 파견
기획재정부에서는 대통령실 재정경제비서관실로 최상대 행정관이 파견됐다. 최 행정관은 2007년 국제부흥개발은행 팀장으로 기획예산처 소속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조낙현 사무관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로 파견됐다. 조 사무관은 2007년 과학기술부 울진원전주재관실 사무관으로 일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대통령실 국책2비서관실로 윤종진 행정관이 파견됐다. 윤 행정관은 2007년 행정자치부 지방혁신전략팀 팀장이었다. 지식경제부에서는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실로 심학봉 행정관이 파견됐다. 심 행정관은 2007년 산업자원부 로봇팀 팀장으로 근무했다. 노동부에서는 조재정씨가 고위공무원으로 대통령실 사회정책수석실로 파견됐다. 조씨는 2007년에는 해외 유학 중이었다. 노동부에서는 최종석 서기관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다.
국토해양부 역시 대통령실 파견은 포항 출신이 많이 차지했다. 2007년 건설교통부 하천관리팀 팀장이던 김형렬 부이사관이 대통령실에 파견됐고, 2007년 건설교통부 감사팀 사무관이던 김철문 행정관이 대통령실로 역시 파견됐다.
이들 외에도 청와대에는 인수위를 거쳐 입성한 포항 출신 인사가 있다. 행정자치부 균형발전기획관을 역임한 주낙영 행정관은 대통령실 행정자치비서관실에 근무 중이다. 경찰청에서는 포항 출신인 이강덕 경무관이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실로 파견돼 있다. 인사선임행정관인 이상휘 행정관 역시 포항 출신이다.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역시 포항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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