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주교 "4대강사업은 심각한 살인행위"
"정부, 언론매체 손에 쥐고 자기네 주장만 듣고 보게 해"
주교회의 경고를 묵살하고 현정부가 4대강사업을 계속 강행하자, 주교들의 분노가 연쇄 폭발하는 양상이다.
1일 천주교매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따르면, 전주교구장인 이병호 주교는 전주교구 계간지 <쌍백합> 2010년 여름호에 기고한 글에서 "강을 재창조하겠다며 수백, 수천만 년에 걸쳐서 자연이 만들어 놓은 물길을 따라 산하를 파헤치는 굴삭기 소리"는 "법도 절차도 생략한 폭거"라고 꾸짖었다.
이 주교는 "(천주교뿐 아니라 불교계와 개신교 목회자들이) 4대강사업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그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간단한다"며 "이 일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그 폐해가 자연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하여 그 영향이 앞으로 수백 수천 년 동안 계속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 세대 뿐 아니라 앞으로 이 땅에서 살게 될 후손 대대로 그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교는 이어 "(이런 판단에는) 어렵거나 무슨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게 되어 있고, 흐르기 위해서는 막힘이 없고 바닥도 제대로 조성되어야 하는데 엄청난 규모의 둑을 막고 바닥을 파헤치면 그 자연스런 흐름이 방해를 받고 습지와 모래가 사라져 물이 정화되지 못하고 생명의 고리에서 한 부분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이 주교는 더 나아가 "모든 생명의 집이라 할 수 있는 자연환경의 문제는 종교나 신념체계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 전 인류에게 똑같은 중요성을 띤다"며 "(무력으로 남의 생명을 해치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오염시킴으로써 수많은 생명체와 인간이 살아가는 집인 환경 자체를 해치거나 그 생명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것은 더 심각한 살인행위일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 주교는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외면하는 보수언론들에 대해서도 호된 꾸지람을 했다.
이 주교는 일각에서 "정부가 하는 일에 왜 교회까지 들고 일어나서 반대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관련, "(이는) 홍보매체들이 이 문제와 관련한 진실을 충분히 알려주지 못하고 정부 측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전해 주는 현실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주교는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이 백성이 마음의 문을 닫고 귀를 막고 눈을 감은 탓이니, 그렇지만 않다면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아서서 마침내 나한테 온전하게 고침을 받으리라"는 성경 귀절까지 인용하며, 정부와 보수언론에 삼엄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 주교는 "지금 당국자들은 진실 앞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귀를 막고 눈을 감을 뿐 아니라, 국민의 눈과 귀인 언론 매체를 손에 쥐고 자기네들의 주장만 듣고 보게 함으로써 그들까지 눈과 귀를 멀게 만들고 있다"며 "자기의 주장에 자신이 있으면, 찬성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을 한 자리에 앉혀놓고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주장을 펼치는 공개토론회를 열라.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