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안상수 등 한나라, 줄줄이 '토론 기피'
오세훈 MBC토론 거부, 안상수 KBS토론 거부. '부자 몸조심'?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13일 밤 예정된 서울시장 후보간 MBC <100분 토론>에 불참하겠다고 이날 오전 MBC측에 전격 통고했다. 며칠 전 사전 모임에서 오 후보측은 토론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혀, MBC는 예정대로 이를 진행해왔다.
오 후보가 급작스레 불참을 통보한 명분은 전날 한명숙 후보와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가 만나 오는 14일 후보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한 대목. 오 후보측은 "두 사람 중에 한명만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둘 다 나오겠다는 것은 불공정 토론이 아니냐"며 토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 한명숙 선대위의 임종석 대변인은 긴급 국회 브리핑을 통해 "단일화를 이유로 토론에 불참하겠다는 것은 오세훈 후보가 현재 지지율이 앞서가고 있고 현직 프리미엄이 높은 상황에서 최대한 검증없이 이번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고, 한명숙 후보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오 후보를 성토할 예정이다.
졸지에 불방 위기에 처한 MBC의 한 관계자도 "야당 후보단일화와 상관없이 야당후보들이 출연하면 선두를 달리는 오세훈 후보를 집중공격하는 건 당연한데, 야당 후보단일화 핑계를 대 예고된 방송을 불방시키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며 오 후보측에 유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오 후보뿐 아니라, 안상수 후보 등 한나라당의 다른 수도권후보들도 토론회를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의 안상수 후보는 지난 12일 송영길 민주당 후보와 예정된 KBS 토론회를 보이콧했다. KBS 토론회 역시 토론 주제와 일정까지 잡힌 상태였다.
송영길 후보는 안상수 후보에게 거듭 방송토론에 응할 것을 촉구했으나, 안상수 후보측은 “선거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토론회를 피했다.
이규의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 논평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에 이어 인천시장마저 KBS TV토론이 무산된 배경에는 한나라당과 수도권 후보들이 선거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띄우지 않으려는 것은 물론, 시·도정의 무분별한 운영에 대한 수도권 시민들의 비판을 무마하고 제기되는 각종 정치적 쟁점들을 희석시키기 위한 책략"이라며 "TV 앞 시민들의 눈이 무서워서 쥐구멍 속에 숨겠다고 떳떳하게 밝혀라. 그마저도 자신 없으면 차라리 출마하지 마라"고 맹비난했다.
야당들은 이처럼 한나라당 수도권 후보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TV토론을 피하는 것과 관련, 토론회에 나가봤자 야권후보들로부터 협공을 받기 때문에 TV토론을 최소화하는 게 현재의 '앞선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부자 몸조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한명숙 후보 등이 기대 이상으로 토론에 강한 면모를 보인 대목도 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한명숙 후보와 오세훈 후보간 첫 '관훈토론회'후 나온 한나라당 반응이 이런 관측을 낳고 있다. 관훈토론회후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한명숙 후보가 토론에 약할 줄 알았는데 장관과 총리를 한 관록이 있어서 그런지 예상 밖으로 강하더라"고 긴장 어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KBS 토론의 '형평성' 파문에 이어 또다시 여권 후보들의 토론 기피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토론이 중심이 돼야 할 지방선거운동은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양상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