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간부들 '파업지지' 봇물, 김재철은 '총선 출마운동'?
MBC간부들, '김재철 비판' 릴레이 성명, 김재철 더욱 고립무원
특히 이들은 84 사번 성명에 대해 김 사장측이 대부분이 명의를 도용당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곧바로 실명을 밝히며 성명을 발표해 김 사장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노조는 더 나아가 김 사장이 노조 파업의 와중에도 고향을 찾아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MBC 고참간부들, '김재철 질타' 릴레이 성명
TV 제작본부 보직부장 12명은 15일 실명을 모두 공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파업 사태는 김재철 사장의 무리한 인사에서 비롯된 만큼,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철회하고 노조와 적극 대화에 나서달라”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단호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직부장들이 이름을 걸고 사장을 비판한 일은 MBC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이다.
이어 부국장급인 85사번 사원(보직자 제외, 34명 가운데 70% 동의)들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사장에 대한 신뢰의 상실에서 비롯된 만큼 해결의 책임 또한 전적으로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며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을 즉시 고소하고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87사번 사원(사고자 5명 제외, 48명 가운데 38명이 동의)들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김 사장과 MBC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진상을 투명하게 드러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김우룡에 대한 고소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김 사장이 김우룡은 놔두고 조합 집행부에 대해 강경수단을 동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충언한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경영인협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에게 “내후년의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것”과 “황희만 부사장 내정을 취소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근행 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 “오로지 MBC를 살리기 위해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나서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왜 MBC를 지켜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며 고참 간부들의 잇단 성명 발표에 고마움을 표시한 뒤, “김재철은 조합 간부들을 해고하고 구속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선배들의 양심과 이를 이어받은 우리의 양심에는 절대 쇠고랑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재철, 파업 와중에도 고향 찾아가 선거운동?"
15일 발표된 여러 성명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경영인협회의 “내후년의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대목이다. 16일자 MBC <총파업 특보>는 왜 이런 요구조건이 나오게 됐는가를 상세히 전하고 있다.
진주 MBC 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9일(금요일) 고향인 경남 사천을 찾아 한 식당에서 초등학교 친구와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보>는 "김 사장은 당초 10일(토요일)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지역구 관리에만 신경 쓰는 그의 행태를 비판하는 MBC 내부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약속을 취소하는 대신에 하루 앞서 사천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가 사천을 찾은 9일은 회사에 들어왔다가 조합원들에게 쫓겨난 다음날"이라고 꼬집었다.
<특보>는 "5도 2촌(5일은 서울에서 주말은 고향에서 보낸다는)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김재철의 각별한 지역구 챙기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는 MBC 사장이라는 타이틀도 철저하게 지역구를 관리하는 데 이용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특보>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김재철이 사장에 선임된 날, 사천 시내 곳곳에는 그의 취임을 축하는 플래카드가 일제히 내걸렸다"는 <기자협회보>의 최근 기사를 인용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축하 현수막이 사장에 선임된 당일 시내 여러 곳에 한꺼번에 게시된 것에 적잖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며 “자연스럽게 현수막이 게시됐다기보다는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천에서 현수막 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한 업자는 “현수막을 의뢰받아 제작을 끝내 놓고 사장에 선임되기를 기다렸다”며 “삼천포 농협 앞 등 시내 17곳에 부착하기 위해 읍.면 사무소로부터 허가도 받았다”고 말했다.
<특보>는 "실제로 김재철은 2007년 10월 경상남도 사천시 용현면의 한 아파트로 주소지까지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역 정치권에는 2012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이와 관련해 MBC 내부에서는 '김재철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도록 모든 MBC 구성원들이 발 벗고 뛰어줄테니, MBC 만큼은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고 이번에 제발 나가달라'는 웃지 못 할 농담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