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한나라당의 '두 얼굴'
'선거전 추가수사' 반대하면서 '피의사실 공표'는 반겨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13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추가수사에 대해 "나부터도 선거를 총괄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전혀 우리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정 사무총장은 그러나 이어 "그게 검찰이 고유 권한을 가지고 문제가 있는데 오히려 그것을 수사를 하지 않고 수사 중단을 했다, 그것이야말로 정치 검찰 아니겠나?"라고 반문하며 "이것을 가지고 야당이 야당탄압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정치검찰이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발언이다.
13일자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12일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49·수감 중)씨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씨는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후보로 나선 한 전 총리 본인에게 직접 수차례에 걸쳐 현금과 미화 20여만달러를 포함해 9억원가량을 전달했다는 것"이라며 '검찰발 기사'를 썼다.
신문은 이어 "검찰은 또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오찬을 가진 날인 2006년 12월 20일 한만호씨와 경기 고양시의 C건설 배모 회장, P그룹 백모 회장 등 3명과 만찬을 함께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백 회장과 배 회장을 최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당시 만찬 경위 등을 조사했다"며 추가수사 현황을 검찰발로 전했다.
이날자 <조선일보>의 압권은 두편의 사설이다. <조선>은 이날 <2006년 12월 20일 한 前 총리 점심 상대·저녁 상대>라는 사설과, <검찰, 한 前 총리 새 수사는 지방선거 뒤 하는 게 순리다>라는 두 편의 사설을 나란히 실었다.
앞의 사설은 '검찰발 피의사실'에 기초한 한 전 총리 맹비난이었고, 뒤의 사설은 검찰의 선거전 추가수사에 반대하는 사설이었다.
<조선일보>는 앞의 사실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2006년 12월 20일 공관에서 점심에는 자신에게 인사청탁조로 5만달러를 줬다는 혐의를 받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 저녁에는 자신에게 9억여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한모씨와 각각 식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총리가 공관 식사에 초대했다면 공적(公的)으로 그럴 만한 무게가 있는 인사이거나 아니면 사적으로 친분이 매우 두텁고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인사로 보는 게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특히 "만찬에 초대받은 세 명은 모두 건설업자였고, 그 중 두 사람은 당시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던 한 전 총리의 지역구(경기 고양) 내 업자였다"며 "건설업자들이 '요주의 대상'이라는 건 정치 초보생도 안다. 호의를 베푸는 척하지만 그 호의에는 '민원 부탁'이라는 꼬리가 달려있기 십상이어서 관가에서는 사무관급만 돼도 만나기를 꺼리거나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며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사설은 "이게 이상하지 않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역대 어느 총리가 대한민국 총리공관에서 같은 날 이런 오찬, 이런 만찬을 했겠는가"라는 의혹으로 글을 끝냈다.
<조선일보>는 이어 게재한 사설을 통해서는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5만달러 수뢰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마자 한 전 총리가 건설업자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또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며 "검찰로선 체면도 체면이려니와 검찰의 수사력 전체가 흔들릴 처지에 놓이게 됐으니 총력 대응 체제로 나오는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사설은 이어 "지금 와서 보니 검찰은 수사 여부 결정에선 가볍게 덜렁댔고 수사 착수 후에는 대충대충 안이(安易)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며 검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한 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 의혹의 새 수사를 지방선거 뒤에 하는 게 순리다. 또다시 헛발질을 해 괜한 소용돌이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말이다"라며 추가수사를 선거 뒤에 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자 <조선일보> 지면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피의사실을 보도하며 추가비리를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선거후에 수사를 하라고 주문하는 말 그대로 '두 얼굴'이었다.
한나라당 중진인 남경필 의원조차 검찰의 계속되는 불법적 피의사실 공표와 이를 받아쓰며 기정사실화하는 <조선><동아> 등 보수신문을 싸잡아 질타하고 나섰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추가수사를 질타한 뒤, "먼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수사부터 해야 한다"며 "오늘도 아침에 보니까 수사상황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이참에 나는 검찰이 피의 사실을 흘리는 것에 대한 개혁이 있어야 되고, 무엇보다 진행되는 검찰수사에 대한 수사를 해야 되겠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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