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에 두다리 잃은 최혜연의 '13년 전쟁'
[김동석의 뉴욕통신] 도요타, 돈으로 진실 은폐 시도하기도
2월22일, 월요일 저녁 7시30분 펜실베이니아 애브뉴의 601번지 ‘캐피톨 그릴’에 ‘댄 버튼’ 의원이 나타났다. 버튼 의원은 부인을 대동하고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켰다. 보좌관이나 비서실장이 대신 나오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필자는 거의 30분 동안 입구에다 시선을 고정시키고 대기했다. 댄 버튼 의원 부부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아, 하나님!” 저절로 눈물이 핑 돌았다.
버튼 의원은 수요일로 예정된 도요타 청문회를 준비하느라 주말을 의회 사무실서 보냈다고 했다. 정말로 많이 지쳐보였다. 부인이 필자에게 포옹을 하고 입맞춤을 하면서 너무나 반가워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새벽에 뉴욕을 떠날 때 커피 한 잔을 놓고 기도해 주던 아내의 모습과 보스턴에 있을 최혜연씨(51)의 얼굴이 머리에 떠올랐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돕고 있다는 확신이 갔다. 의원에게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겠다는 결심이 순간적으로 생겼다.
필자는 15번째인 올해 선거가 어떤지 물었고 인디애나의 지역구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그는 같은 당내에서 자신에게 도전하는 후보가 7명이나 된다고 정말로 횟수가 많을수록 선거는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부인은 지난해 함께 경주를 방문했을 때 불국사 주지스님이 선물로 준 ‘복돼지 카드’를 핸드백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이번 선거도 걱정 없다고 농담을 했다.
마침 의원이 내 아내의 안부를 물어오는 틈을 타서 새벽에 함께 기도한 것을 시작으로 보스턴의 도요타에 의한 한인 피해자 ‘최혜연씨 사례’를 설명했다. 사건 관련 자료뭉치를 필자의 아내가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건넸다. 밖에는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눈에 익은 의원들이 있었고 그 의원들과 무엇인가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는 테이블에 사람들이 빼곡했다.
필자는 최혜연씨가 겪은 지난 13년동안의 참혹한 시련의 이야기에 대해 최선을 다해 의원에게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외국기업을 상대해서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지 않는가? 시민은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는 결국에 승리한다’는 것을 믿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는가?”란 논리로 설명을 했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피해사례가 엄청나게 많이 접수되었다고 답변했다. 필자는 “의원이 청문회 상임위의 지도급이고 그리고 이번에 질의를 하고, 한인들과 의리를 지켜주시는 분이지 않은가”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필자는 이날로부터 불과 3일전인 금요일에야 댄 버튼 의원이 소속된 ‘감독 정부개혁위원회’의 청문회에 도요타 회장이 증인으로 직접 출석하는 것을 알았다. 댄 버튼 의원은 이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4년동안 역임한 적이 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댄 버튼 의원을 접촉해서 월요일 저녁식사 약속을 때낸 것이다. 가족이 아니고 현직 연방의원을 이틀만에 식사약속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을 필자는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질 않기 때문에 절박하게 매달렸다. 의원과 약속이 잡히고 월요일 새벽에야 피해당사자인 최혜연씨에게 진행상황을 이메일로 알렸다.
24일 수요일 오후 2시20분 정각, 미국 의회 감독.정부개혁위원회(Oversight and Government Reform) 회의실인 레이번(하원의원회관) 1층 154호실, 도요타의 최고경영자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도요타 미주법인 사장을 대동하고 언론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청문회장에 들어섰다. 청문회의장에는 이미 전 세계의 언론들이 집결해서 취재 열기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보통 일반적인 청문회에는 고작 몇 명의 현직의원들만이 참석을 하는데 도요타 청문회에는 상임위내의 거의 모든 의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뉴욕시 브루클린 출신의 에돌퍼스 타운스 위원장이 착석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오른손을 들고 증인선서를 하고 곧바로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영어로 읽어 내려가면서 장장 4시간에 걸친 청문회가 이어졌다.
드디어 위원장이 댄 버튼 의원에게 질의를 허락했다.
버튼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1997년 도요타 차량이 연루된 교통사고로 한 여성이 두 다리를 잃었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했다. 의원은 이어 전날 필자가 전달한 사고관련 서류 한 부를 증인석에 앉은 아키오 사장에게 전달했다. 댄 버튼 의원은 사고의 기록을 검토한 후 사장이 도요타 측의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아키오 사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버튼 의원은 이를 통해 피해자의 방대한 서류를 도요타측에 제시하면서 자신이 이 사건을 철저하게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미 의회와 전 세계에 보였다. 미국 의회의 힘이 정확하게 작동했다. 그동안 무시되고 묻혀왔던 최혜연씨의 사례를 현직 연방의원이 전 세계의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도요타 회장에게 직접 묻는 작은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동시에 의회기록에 남기게 되었다. 각종 언론들로부터 사건에 대한 문의가 의원 사무실로, 뉴욕의 한인유권자센터로, 그리고 보스턴의 최혜연씨에게 직접 쇄도했다.
도요타의 무지막지하고 무소불위했던 권력에 무참하게 짓밟힌 한 여성의 인생과 진실이 이제 다시 살아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돈을 들이대면서 사실을 은폐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최씨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최씨는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고 차량의 결함이란 것을 끝까지 밝혀내려고 지난 13년동안 포기하지 않고 법정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전신마비 상태의 휠체어 생활이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의회 청문회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문제를 거론한 만큼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내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댄 버튼 의원은 외교위 소속의 14선 의원이다. 유권자센터가 비자면제, 위안부결의안, 독도명칭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한인커뮤니티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댄 버튼 의원은 현재 연방하원 코리아코커스 의장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동국대학교가 경주로 초청해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필자 소개
김동석 미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버튼 의원은 수요일로 예정된 도요타 청문회를 준비하느라 주말을 의회 사무실서 보냈다고 했다. 정말로 많이 지쳐보였다. 부인이 필자에게 포옹을 하고 입맞춤을 하면서 너무나 반가워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새벽에 뉴욕을 떠날 때 커피 한 잔을 놓고 기도해 주던 아내의 모습과 보스턴에 있을 최혜연씨(51)의 얼굴이 머리에 떠올랐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돕고 있다는 확신이 갔다. 의원에게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겠다는 결심이 순간적으로 생겼다.
필자는 15번째인 올해 선거가 어떤지 물었고 인디애나의 지역구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그는 같은 당내에서 자신에게 도전하는 후보가 7명이나 된다고 정말로 횟수가 많을수록 선거는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부인은 지난해 함께 경주를 방문했을 때 불국사 주지스님이 선물로 준 ‘복돼지 카드’를 핸드백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이번 선거도 걱정 없다고 농담을 했다.
마침 의원이 내 아내의 안부를 물어오는 틈을 타서 새벽에 함께 기도한 것을 시작으로 보스턴의 도요타에 의한 한인 피해자 ‘최혜연씨 사례’를 설명했다. 사건 관련 자료뭉치를 필자의 아내가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건넸다. 밖에는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눈에 익은 의원들이 있었고 그 의원들과 무엇인가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는 테이블에 사람들이 빼곡했다.
필자는 최혜연씨가 겪은 지난 13년동안의 참혹한 시련의 이야기에 대해 최선을 다해 의원에게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외국기업을 상대해서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지 않는가? 시민은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는 결국에 승리한다’는 것을 믿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는가?”란 논리로 설명을 했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피해사례가 엄청나게 많이 접수되었다고 답변했다. 필자는 “의원이 청문회 상임위의 지도급이고 그리고 이번에 질의를 하고, 한인들과 의리를 지켜주시는 분이지 않은가”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필자는 이날로부터 불과 3일전인 금요일에야 댄 버튼 의원이 소속된 ‘감독 정부개혁위원회’의 청문회에 도요타 회장이 증인으로 직접 출석하는 것을 알았다. 댄 버튼 의원은 이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4년동안 역임한 적이 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댄 버튼 의원을 접촉해서 월요일 저녁식사 약속을 때낸 것이다. 가족이 아니고 현직 연방의원을 이틀만에 식사약속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을 필자는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질 않기 때문에 절박하게 매달렸다. 의원과 약속이 잡히고 월요일 새벽에야 피해당사자인 최혜연씨에게 진행상황을 이메일로 알렸다.
24일 수요일 오후 2시20분 정각, 미국 의회 감독.정부개혁위원회(Oversight and Government Reform) 회의실인 레이번(하원의원회관) 1층 154호실, 도요타의 최고경영자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도요타 미주법인 사장을 대동하고 언론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청문회장에 들어섰다. 청문회의장에는 이미 전 세계의 언론들이 집결해서 취재 열기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보통 일반적인 청문회에는 고작 몇 명의 현직의원들만이 참석을 하는데 도요타 청문회에는 상임위내의 거의 모든 의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뉴욕시 브루클린 출신의 에돌퍼스 타운스 위원장이 착석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오른손을 들고 증인선서를 하고 곧바로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영어로 읽어 내려가면서 장장 4시간에 걸친 청문회가 이어졌다.
드디어 위원장이 댄 버튼 의원에게 질의를 허락했다.
버튼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1997년 도요타 차량이 연루된 교통사고로 한 여성이 두 다리를 잃었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했다. 의원은 이어 전날 필자가 전달한 사고관련 서류 한 부를 증인석에 앉은 아키오 사장에게 전달했다. 댄 버튼 의원은 사고의 기록을 검토한 후 사장이 도요타 측의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아키오 사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버튼 의원은 이를 통해 피해자의 방대한 서류를 도요타측에 제시하면서 자신이 이 사건을 철저하게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미 의회와 전 세계에 보였다. 미국 의회의 힘이 정확하게 작동했다. 그동안 무시되고 묻혀왔던 최혜연씨의 사례를 현직 연방의원이 전 세계의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도요타 회장에게 직접 묻는 작은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동시에 의회기록에 남기게 되었다. 각종 언론들로부터 사건에 대한 문의가 의원 사무실로, 뉴욕의 한인유권자센터로, 그리고 보스턴의 최혜연씨에게 직접 쇄도했다.
도요타의 무지막지하고 무소불위했던 권력에 무참하게 짓밟힌 한 여성의 인생과 진실이 이제 다시 살아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돈을 들이대면서 사실을 은폐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최씨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최씨는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고 차량의 결함이란 것을 끝까지 밝혀내려고 지난 13년동안 포기하지 않고 법정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전신마비 상태의 휠체어 생활이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의회 청문회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문제를 거론한 만큼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내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댄 버튼 의원은 외교위 소속의 14선 의원이다. 유권자센터가 비자면제, 위안부결의안, 독도명칭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한인커뮤니티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댄 버튼 의원은 현재 연방하원 코리아코커스 의장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동국대학교가 경주로 초청해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필자 소개
김동석 미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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