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국정원, 조계사 출입하지 말라"
시민단체 '불우이웃돕기 행사' 중단, 불교계-MB정권 갈등 심화
조계종 총무원 대변인인 원담 스님은 31일 논평을 통해 “국가기관이 조계사 경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행사에 대해 압력을 행사한 것은 종교단체 고유의 활동을 저해한 것”이라며 “현재 종단은 조계사 경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바보들 사랑을 쌓다’ 행사장소 대여 불허의 배경에 대해 자세한 상황을 파악 중이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담 스님은 이어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해당기관 직원에 대해서는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및 조계사 경내에 일절 출입을 금지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에 해당기관은 자숙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발단은 진보시민단체 ‘진실을알리는시민(진알시)’이 불우이웃돕기운동의 일환으로 ‘사랑의 라면탑 쌓기’ 행사를 1월 31일부터 2월 7일까지 조계사 경내에서 하기로 했으나 지난 28일 국정원으로부터 장소제공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압력이 들어와, 조계사가 장소 제공 약속을 철회하면서 비롯됐다.
<법보신문> 등은 이와 관련, 조계사 한 관계자가 “1월 28일 오전에 국정원 직원이 직접 조계사를 찾아왔으며 조계사 고위층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이 방북하는 시기에 조계사에서 반MB 집회를 하면 되겠냐’며 행사 장소 제공에 대해 부정적인 어조를 강하게 비췄다”며 “행사를 취소하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기관원’이라는 상대의 신분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태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조계사 고위층 스님도 “총무원장 스님까지 거론을 하니 혹시라도 종단에 누가 될까 싶어 서둘러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진알시도 지난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취소 사실을 공지하며 “1월 28일 조계사측으로부터 장소제공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진알시에 따르면 “조계사에 출입하던 국정원 직원 권 모 씨가 조계사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행사는 정치적 성향이 너무 강하다’ 등의 부정적 발언을 했다”며 “조계사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받은 명함까지 직접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진알시는 또 “이 행사의 일부로 2월 1일에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가 계획돼 있었으며 이 사실을 안 KBS측은 조계사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행사를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를 전했다고 한다”며 “정황상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에 대한 압력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으나, 일부 불교매체들은 문제 국정원 직원의 '명함'까지 공개하며 국정원 해명을 일축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언련, 녹색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일 오후 여의도 KBS 앞에서 국정원·KBS의 외압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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