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의 "사수꾼" 발언에 충청권 발칵
대전여성단체협의회장 "된장 먹다가 스테이크 주니까..."
문제의 발언은 정 총리가 17일 오전 대전의 한 호텔에서 대전여성단체협의회 관계자들과의 조찬 간담회를 하던 와중에 나왔다. 정 총리는 모두 발언을 통해 "어제 연기군 남면 진의리에 갔는데 지도층의 마음이 많이 (세종시 수정안으로) 돌아선 거 같아 흐뭇했다"며 "원안사수대가 있는데 연기사수대ㆍ공주사수대가 그 지역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사수꾼이더라, 다른 지역과 정당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 지도 모른다"는 위압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상적으로 "꾼"이란 표현은 순수성이 결여된 정략이나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집단이나 개인을 비하하는 용어. 당연히 충청권이 발칵 뒤집혔다.
행정도시무산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는 즉각 논평을 내고 “정운찬 총리의 발언은 이명박 정권이 세종시 백지화에 혈안이 된 나머지 이제는 정권의 꼭두각시인 총리마저 미쳤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국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진행되는 행정도시 건설 문제를 지역의 문제로 폄하하는 정 총리의 모습은 행정도시건설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거 같다"며 "총리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에 대해 비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며 정 총리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의 이규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 총리를 발언을 "실성을 한 망언"으로 규정한 뒤, "행정부처 이전을 폼 잡는 것으로 비유하는가 하면,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 난다는 등 대국민 사기행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원안추진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사수대’ 충청도민들을 ‘사수꾼’들이라고 폄훼하고, 이곳 사람들이 아닌 청치꾼들이 결합되어있다며 구닥다리 중상모략까지 하고 나섰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국민을 평안하게 하지는 못할망정, 권력에 눈이 멀어 이명박 정권을 포장해주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사고까지 장악하려는 괴펠스의 완장을 찬 정 총리야말로 ‘희대의 정치사기꾼’"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7일째 단식중인 민주당 선병렬 대전시당위원장은 "정 총리의 발언은 옛날 군사 독재 시절에나 있을법한 국민의 의사를 오염시키는 공작적 발언"이라며 "정 총리가 충청권 주민들을 이간질 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세종시 수정안을 주민들로부터 지지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충남도당위원장도 논평을 통해 “정 총리의 자질이 이 정도밖에 안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면서 “‘사수꾼’이라니, 이 보다 더 충청인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이 또 어디 있는가”라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지금 국민들은 국가 백년대계인 세종시 원안과 얄팍한 포장으로 위장한 수정안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간과하자 마라”면서 “귀를 막은 채 늘 자기 말만 내세우는 정 총리와 정부여당에게 더 이상 충청인은 농락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에서조차 정운찬 총리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이계인 정의화 최고위원은 18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운찬 총리가 `한 부처라도 옮기면 나라가 거덜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와 국민에 대한 총리의 인식과 견해에 놀랄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그동안 사실 (정 총리의) 문제 발언이 있었고, 문제가 꼬인 것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거듭 정 총리 발언을 비판했다.
한편 17일 조찬 간담회에서 정 총리 모두 발언뒤에 답사에 나선 대전여성단체협의회 김용금 회장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여기 계신 분들은 13개 단체 10만명을 대표한다"며 마치 회원들이 모두 세종시 수정을 지지하는 것처럼 말한 뒤, "몇 십년간 된장에 익숙하다가 스테이크를 주니 낯설고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며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충청민심을 '된장'에 비유했다. 점입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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