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일본음식이야말로 양두구육"
"일본음식 보면 아름다우나 먹어보면 별 맛 없어"
이어령 석좌교수는 앞서 자신의 저서 <디지로그>에서 "비빔밥 문화야말로 우리 문화 진수다", "비빔밥은 맛의 교향곡"이라고 비빔밥을 예찬한 바 있다.
이 석좌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구로다의 '양두구육' 발언에 대해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며 "그 사람은 겉으로는 아름다운데 실제로 먹을 땐 비벼야 되니까 그 색깔이 다 없어진다 라는 얘긴데 말이죠. 색깔 보고서 한국 음식 먹으러 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비빔밥을 이렇게 오방색으로 넣으면 예쁘잖아요, 다섯 색깔. 그거 보고 왔다가 비비면 없어지니까 허망할 거다, 이런 얘긴데, 그건 일본사람의 음식을 눈으로 먹는다고 그러는데 정말 양두구육이 그런 뜻이라면 일본음식이야말로 양두구육"이라며 "참 보면 아름답고 먹기 아까운데 먹어보면 별 맛 없거든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렇게 구로다에게 일침을 가하면서도 "뭐 저는 그렇게 탓하지 말고 그렇게도 보는구나, 그것까지도 비벼...이렇게 생각하는 게 한국인의 아량이고 비빔밥 문화의 정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구로다를 깔아뭉갰다. 그는 이어 "우리가 왜 쓴 것도 잘 먹잖아요? 쓴맛도 우리 잘 먹어요. 그러니까 뱉지 말고 쓴맛도 다 필요 없는 말이라도 들어가면서 모든 걸 이렇게 비빔밥처럼 혼합된 맛 속에 들어가면 쓴맛조차도 아름답게 된다 하는 그 정신을 꼭 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거듭 구로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비빔밥 문화의 정신과 관련해선 "왜 한식에서 비빔밥을 자꾸 얘기하느냐 그러면, 우리는 오방색 색깔을 써가지고 서로 혼합시켜서 서로 다른 색깔들이 뭉쳐서 하나가 된다 하는 소위 혼합의 사상, 나와 다른 이질적인 것들을 조화시킨다, 이러한 뜻이 있기 때문"이라며 "밥은 싱겁고 반찬은 짜다. 서양식으로 디쉬 중심으로 반찬만 먹어보세요. 짜서 못 먹죠. 또 밥만 먹어보세요. 싱거워서 구역질나죠. 싱겁기 때문에 반찬은 짠 거고 짜기 때문에 밥은 싱거운 거라 입속에 들어가서 씹을 때 비빔밥처럼 서로 다른, 간이 다른 것들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한국음식은 완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서양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하나 독립된 것이기 때문에 디쉬 하나를 먹고 접시 하나 먹고 또 먹고 따로 따로 먹는다"며 "어느 것이 좋다가 아니라, 우리는 비빔밥처럼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맛, 거기에는 채식도 있고 육해공 다 들어있죠. 그것을 함께 비벼서 먹는다는 그 맛은 개별 맛하고 조화된 맛하고는 꼭 음악에서 독주와 교향곡의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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