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 "주한미군, 한국서 뺄 수도"
'한국군-미군 해외 동시파병'도 압박, '재정위기' 미국의 꼼수
샤프 사령관은 이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행한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주한미군이 미래에 좀 더 지역적으로 개입하고 전세계에 배치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당장 일어날 준비를 우리는 갖추지 못했다"면서도 "양국간 협의를 통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전세계의 다른 곳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배치되든, 양국 군이 함께 배치되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해외배치 주한미군이 완전히) 빠지는 게 아니며, 한국으로 안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주한미군) 가족들은 한국에 남아있고, 배치가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우리의 가장 큰 책임은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프 주한미사령관 발언은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의 주한미군 해외이동 가능성 언급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최근 아프간 추가파병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수뇌부가 이미 주한미군 일부를 해외로 빼내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달 방한시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여러분(주한미군) 중 일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고, 여러분 일부는 다시 파병될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아프간 파병 가능성을 거론,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이 역시 지난 10월 "아시아 국가에 배치된 많은 미군 장병이 가족과 함께 장기 주둔함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내에 주한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압박성 발언이 잇따르자,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신속히 받아들여 아프간 재파병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샤프 주한미사령관이 재차 주한미군 해외이동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향후 주한미군의 아프간 파병, 또는 주한미군 주둔비의 한국측 부담 증액 등을 겨냥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 발생으로 궁지에 몰린 미국 정부가 군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런 포석을 놓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샤프 사령관이 한-미 양국 군의 해외 동시배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앞으로 아프간 등 미군이 개입하고 있는 해외분쟁지역에 한국군도 미군과 함께 동시 파병해야 한다는 요구로도 해석돼,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주일미군 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일 정부간 갈등에 이어 한-미간에 주한미군 해외이동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기존의 한미일 동맹 블럭에 중대 변화 조짐이 읽히기 시작한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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