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또 계란세례, "쏘나타를 에쿠스 만들겠다"
주민들 정총리 회동때 강력 항의, 자리 박차고 나가기도
정 총리는 취임 이후 세 번째인 이번 충청 방문에서 방송토론회 참석, 충남 연기군 주민 및 지역원로 간담회, 교회ㆍ사찰 방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충청 민심 설득에 주력했다.
정 총리는 특히 앞선 두 차례의 방문때와는 달리 세종시 수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주민들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취재진에 드러내는 등 세종시 수정 추진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정 총리는 충청 행보의 첫 날인 12일 오후 대전KBS 주최 토론회에서 "지난 두 차례의 방문에서 어떤 분들은 저와 만나는 것을 회피했고 저희 일행이 탄 버스에 달걀을 던지는 분들도 있었다"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고 참으로 안타까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오죽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으면 그렇게 하셨겠느냐"며 "소중한 삶의 터전을 내주고 대대로 이어온 조상들의 산소까지 옮기셔야 했던 분들의 심정, 잘 헤아리고 있다"고 성난 민심을 달랬다.
그러면서 그는 "어려서부터 음과 양으로 충청도 덕을 많이 입고 그 힘들다는 서울살이를 이겨나갈 수 있었던 제가 내 고향 충청도를 배반하겠느냐"며 "저의 진심을 믿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토론를 마친 정 총리가 탄 버스가 대전KBS 입구를 벗어나려는 순간 2차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또 계란이 날아왔고, 이어 주민간담회를 위해 도착한 세종시 내 `첫마을'에서도 50여 명의 주민은 항의의 표시로 `X'자를 한 마스크를 쓴 채 그를 맞이했다.
정 총리는 `첫마을' 공사현장 사무소에서 주민대표 9명과 1시간여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주민들에 의해 3차례나 발언이 제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주민들은 "에쿠스(원안)를 왜 쏘나타(수정안)로 만드려는 거냐", "우리를 갖고서 장난한 거냐"고 따졌고, 4-5명의 주민은 "세종시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정 총리의 발언 도중 "더 이상은 못 듣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간담회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정 총리는 "잠깐만 더 계셔달라"고 당부한 후 "여러분과 저는 사실상 첫 만남인데 서운하고 자존심 상해서 정부를 못 믿겠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에쿠스를 쏘나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쏘나타를 에쿠스로 만들겠다는 것임을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1월에 초안이 나오면 다시 찾아올 테니 (그때는) 저희를 그냥 보내지 마시고 진지한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며 재방문 의사를 전달했다.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은 "처음에는 만나지도 않으려고 했던 분들인데 어떻게 됐든 간에 만나서 불상사 없이 대화를 나눴다"며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차장은 "다만 그동안 얼마나 속았으면 저럴까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정부의 진정성을 인정해줄까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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