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정부, '25만 학생' 끝내 밥 굶기나
4대강에는 흥청망청 정부, 결식아동 예산은 전액 삭감
경기도는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겨울방학 기간 도내 저소득층 가정 초.중.고교생 4만7천여명이 굶을 위기에 놓였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도 교육청과 각급 학교를 통해 조사한 결과 모두 7만1천398명의 학생이 겨울방학 50일간 중식 지원을 신청했으나, 도가 확보한 예산은 2만4천여명분 42억원(시.군비 21억원 포함)에 그쳐 나머지 4만7천398명은 중식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
경기도는 이를 위해 정부에 71억1천여만원의 국고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도 듣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경기도에 한시적으로 학생들의 중식비 102억원을 지원했으나 내년 예산안에는 한 푼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저소득층 학생들이 추운 겨울 점심을 굶을 위기에 처한 곳은 경기도뿐이 아니다. 서울·부산·대구·강원·경북 등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결식아동 지원 예산을 지난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관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금융위기 등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점심을 굶는 학생들이 속출하자 정부는 올해 541억원의 긴급예산을 편성해 지자체에 지원해왔다. 그러나 보건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이는 4대강 사업과 무관치 않다. 천문학적 액수의 4대강 사업 예산이 내년 예산의 최우선 순위로 자리잡으면서 어이없게도 결식아동 예산이 최우선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저소득층은 세계금융위기후 소득이 격감하는 등 더욱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지속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매몰차게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곽정숙,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국회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보건복지가족부의 결식 아동 급식 지원 예산 삭감 반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곽정숙 의원은 "올해에는 총 54만5천836명이 급식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25만명의 결식 아동에 대한 급식 지원이 끊기게 됐다"며 "급식 예산을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재정 자립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예산을 줄였다"고 심각한 상황을 알렸다. 또한 곽의원은 이어 "서울시의 경우, 강남 도곡동 주민센터 하나 짓는 데 855억원이나 들이면서, 이에 절반도 되지 않는 급식 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김춘진 의원은 "1조8000억원만 배정하면 초·중학생의 완전 무상 급식이 가능하고 고등학교 취약 계층의 무상 급식까지 모두 해결된다“며 ”이 돈은 4대강 사업 예산 22조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7일 밤, 국민과 대화를 갖는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당위성과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이 대통령이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해 추운 겨울 25만명의 학생들이 밥을 굶는 사태에 대해 어떤 해명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나이 어린 학생들이 밥을 굶게 만드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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