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구명보트 옆에서 놀아라"
"하반기 중국특수 소멸", "인플레라는 불청객 찾아올 수도"
8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박경철씨는 7일 오후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행한 '현시점에서 바라보는 올바른 경제전망과 투자전략'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현재의 한국 경제상황과 관련,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투자는 당분간 지속하되 예단을 하지는 말고, 시장을 아주 예민하게 지켜보자"며 이같은 비유를 했다.
"한국은 '중국 특수' 최대 수혜자"
그는 최근의 경제상황과 관련, "2분기 국내 주요기업이 최고의 실적을 올린 것은 중국의 내수 확대 정책 덕분이며, 여기에 환율효과가 더해졌다"며 '중국 특수'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의 '서민'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지난해 실업자가 1억명을 기록하자 각종 상품의 수출이 급감하며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대적 내수 확대에 나서 900조원, 은행을 통해 2천500조원을 푸는 등 모두 3천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했다.
한국경제는 이러한 중국의 내수 확대 정책의 덕을 톡톡히 봤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면서 보조금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 품질 좋은 한국 제품이 중국 제품보다 불티나게 팔렸다. 이 결과 삼성과 LG의 냉장고 TV 휴대폰 등의 전자제품은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이들 기업이 2분기 최고의 매출실적을 올리게 됐다.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역시 한국 기업들이 가장 큰 혜택을 봤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대상 자동차 배기량을 1천600cc 이하로 제한했다. 외국 제조업체가 혜택을 받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으나, 중국에서 소형차 시장에 집중했던 현대·기아차는 아반테와 포르테 등이 불티나게 팔리며 큰 반사이익을 봤다.
"미국-유럽 경기회복 늦어지면 한국 어려움에 직면할 것"
그는 그러나 향후 상황은 낙관을 불허한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올 상반기 중국의 '과다 수입' 영향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도 물가상승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돈을 풀 수는 없는 상황으로,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자금 공급을 조이기 시작했으며 이는 지난달 중국 증시가 20% 하락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는 하반기에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70%가 넘는 한국경제에 있어서는 아주 이상적이고 선순환적인 경제회복 시나리오다. 그러나 회복 기미를 보이는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다시 꺾일 수 있고, 유럽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소비는 예전처럼 늘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상반기와 같은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경제회복이 늦어진다면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진짜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라는 불청객 찾아올 수도"
그는 경기회복기 때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분명히 있다. 올해 말, 내년 초, 아니면 내년 말 등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며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기 때문에 인플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달러화 가치 급락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가치의 약세 여부에 주목하라"며 "원·달러 환율, 중국 위안·달러 등 특정국가 2국 간 환율이 아닌 달러 전반적인 가치 하락에 유의하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현재의 세계 금가격은 수요와 공급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의 가치변화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금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대목도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원유가와 곡물, 국제원자재값은 급락하고 있으나, 국제 금 시세만은 온스당 1000달러에 육박하면서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달러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상승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유가나 여타 원자재 가격이 지지부진하면서 금 가격이 상승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가정하자"며 "이는 아마 이 시점에서 세계경제가 가장 피하고 싶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손님이 ‘금리인상’이라는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라고 판단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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