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토목거품과의 싸움' 할까
규제완화 반대, 강만수에도 비판적. 각종 난제 산적
물론 총리는 경제부처 수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경제석학'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까닭에 향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비상한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정운찬 "가뜩이나 거품 많은데 거품 더 일으켜선 안돼"
우선 그가 MB노믹스 가운데 가장 신랄하게 비판해온 대목은 4대강 사업 등 토목경기부양책이다.
그는 지난 4월30일 한국미래소비자포럼 특강에서 “가뜩이나 거품이 끼어 있는 시점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여 거품을 더욱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비판했었다.
그는 앞서 지난 1월12일 금융연구원 특강에선 '녹색 뉴딜'에 대해 "뉴딜이라고 하면 대규모 치수사업을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는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으로 그리 간단한 개념이 아니다"라며 "녹색뉴딜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기보다는 토목건설 중심의, 과거에 많이 보아왔던 패러다임에 가까워 보인다"고 비판했었다.
그는 3월7일 MBC와의 인터뷰에서도 “토목공사하면 성과가 금방 나니까 돈 쓰려고 생각하겠지만, 교육·관광·의료·보육에 돈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이처럼 평소 일관되게 토목경기 부양책에 신랄한 비판을 가해왔던 그였기에 과연 그가 4대강 사업, 그린벨트 해제 등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 부동산경기 부양책에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연히 야당들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 이 대목에 질문을 집중할 전망이다.
"탈규제 정책 계속해선 안돼"
정 내정자는 MB노믹스의 또 다른 핵심인 '규제완화'에도 신랄한 비판을 가해왔다.
그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야지 우리나라만 탈규제 정책을 계속해서는 안된다”며 정부의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비판했었다. (4.30 특강)
그는 또 정부여당이 강행처리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도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었다.(3.7 인터뷰)
이같은 그의 생각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드라이브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그가 규제완화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랄했던 '강만수 비판'
정 내정자는 최근 대통령 경제특보로 화려하게 청와대로 컴백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 전 총장은 1월12일 강연에서 당시 강만수 장관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팀은 미국 경제팀보다도 훨씬 시장에서의 신뢰와 리더십이 취약한데 현재와 같은 위기 시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환율정책을 예로 들며 "현 경제팀은 환율 상승이 바람직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곤 했고 이에 따라 환율이 급등했다"며 "문제는 달러 약세기에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물가가 급등했고 '키코' 등 파생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드러나자 거꾸로 달러 강세기에 환율 하락을 유도했고 여기에 수백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소요됐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은 당시 자신의 정책이 한국을 제2 외환위기에서 구했다는 강만수 경제특보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두 사람 간 관계가 주목된다.
청와대 "경제비평가로서 조언했던 것"
청와대는 정 내정자 발탁을 발표하며 이같은 평소 신랄했던 그의 정부비판과 관련, "그간 경제비평가로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건설적 대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경험이 대통령을 보좌하여 행정 각부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고 중도실용과 친서민정책을 내실있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비판은 '경제비평가의 조언'이었던만큼 향후 총리가 되면 유연해지지 않겠냐는 바람이 내포된 설명인 셈.
그러나 국내의 대표적 거시경제전문가인 정 내정자 앞에는 부자감세-4대강사업에 따른 재정악화, 빈부양극화, 아파트거품 재연, 서민-중산층 붕괴 위기 등 각종 험난한 경제 난제들이 산적해 있어 과연 그가 얼마나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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