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국방 "좌파 盧도 8.9% 보장해줬거늘"
['이상희 항의서한' 전문] "李대통령, 오판해선 안돼"
이상희 장관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대통령실장, 경제수석, 안보수석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서한을 보내는 이유와 관련, "대통령님의 최종적인 의사결정 전에 오판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올바른 건의를 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다음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해, 내년도 국방비 3.8% 증액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판'임을 지적했다.
이 장관은 더 나아가 "흔히들 진보ㆍ좌파정부라 불리는 지난 정부에서도 평균 8.9%의 국방비 증가를 보장한 바 있는데 자칫 과거정부에 비해 현 정부가 오히려 국방을 등한시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장병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노무현 정부 때도 국방예산을 국가재정 증가율 이상 보장해줬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 측근 장수만 국방차관에 대해서도 "얼마 전 장수만 차관이 경제수석과 기재부 등 관련부서에 전체 국방비, 경상운영비 및 전력투자비를 모두 5.5%로 낮출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방부 내부의 의사 결정과정이나 전력 소요를 결정하는 합참과 각군의 검증 없이, 비전문가가 개인적 사견을 밝힌 것"이라며 장 차관을 '비전문가'로 규정한 뒤, "이 사실을 아는 일부 군인들은 이것을 하극상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하극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가 장병들 병영생활관 개선을 우선 추진하고 방위력 개선을 늦추라고 지시한 데 대해서도 "경제가 어려워 재정을 긴축해야 한다면, 그것은 미래의 국방력을 좌우하는 전력증강분야가 아닌 인건비ㆍ급식ㆍ주거 등 경상운영비에 국한되어야 한다"며 "병영환경의 불편은, 지난 60년 동안 참아왔듯이 앞으로도 몇 년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원-달러 환율폭등이 발발한 대목을 지적하며 "국방비는 정부 전체 외화 예산의 약 80%를 차지하여 환율기준 변경으로 인해 실제물량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 타격이 여타 예산에 비해 지대하다"며 "이러한 막대한 환차손을 단순히 물량축소로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합리적인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력 주장했다.
이 장관의 서한은 단순히 위계질서가 깨진 데 대한 불만 표출 차원을 넘어서, 군을 대변해 이명박 정권의 안보관 자체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향후 일파만파의 거센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다음은 항의서한 전문
기획재정부장관님께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국가운영과 경제정책의 효율화를 위해 헌신하시는데 경의를 표하면서, 현재 검토되고 있는 ’10년도 국방예산(안)에 대해, 서로가 시간이 제한되는 점을 감안, 서신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방예산의 경우, 그 중요성을 이해하는 분들이 적어서 제가 외로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말씀드립니다.
기획재정부는 ’10년도 국방예산 편성에 있어서 우리 부가 요청한 7.9% 증가율에 비해 3.8%(경상운영비 3.0%, 방위력개선비 5.5%) 증가 수준으로 지출한도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최종적인 의사결정 전에 오판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올바른 건의를 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다음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통수권자가 결심하신 다음에는 복종과 시행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장관님,
우리 국방부는 국가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더불어 정부의 건전 재정정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혁명적 감내를 통해 국방재정을 절약하기 위한 전방위적이고 다각적인 자구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방예산의 증가율은 경제논리와 재정회계의 논리를 초월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역대의 정부가 그래왔듯이, 국방예산은 아무리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최종적 예산편성상의 국가재정 증가율 이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그 이하의 수준일 경우에는 그 어떤 논리로도 이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경제논리에 따라 안보조차도 희생할 수 있는 정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장병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대북ㆍ대주변국에도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국방예산은 경상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로 구분되어 있으면서 몇 가지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투자우선순위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경상운영비 분야 중 특히 병영생활관 개선은, 군 통수권자께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추진되고 있는 사안임을 잘 알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영생활관 개선사업은 일반회계 뿐만 아니라 군사기지의 효율적 통합과 재배치 과정에서의 특별회계, BTL, 추경 등 단계별로 다양한 방안을 통해 보완과 조정이 가능합니다. 반면에 일반회계로만 편성되는 방위력개선비는 미래의 위협과 안보환경을 기초로 한 전략개념과 합동전장운영개념을 바탕으로, 장기 기획과 계획과정을 거쳐 편성되는 것으로서, 장기간의 리드타임이 요구되고, 연부액을 지연시킨다고 하지만 한번 사업이 지연되면 이자, 위약금 등을 포함하여 총체적인 비용이 막대하게 증가되며 사업의 우선순위에 연쇄적 영향을 초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관님,
우선, 기재부에서 제시한 방위력개선비 증가율 5.5%가 어떤 근거와 논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얼마 전 장수만 차관이 경제수석과 기재부 등 관련부서에 전체 국방비, 경상운영비 및 전력투자비를 모두 5.5%로 낮출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국방부 내부의 의사 결정과정이나 전력소요를 결정하는 합참과 각군의 검증없이, 비전문가가 개인적 사견을 밝힌 것이며, 국방운영분야의 경우도 이미 그동안 국방부에서 검토하거나 추진되는 사항을 정리한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저는 청와대와 기재부에 전달된 내용을 본인으로부터 보고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는 정상적인 의사결정과정과 채널을 통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저는 이러한 부적절한 처신과 행동, 지휘계통 문란행위의 처리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사실을 아는 일부 군인들은 이것을 하극상으로까지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사실 자체를 장관이 보호하고 있으나, 만약 개인적인 사견이 재정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군 내부에 심각한 불신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기재부가 설정하는 재정계획대로 국방예산이 편성될 경우, 여기에는 또 다른 여러가지 세부적인 제한사항에 봉착하게 됩니다.
내년도 방위력개선비 중 旣계약 계속사업이 98.6%를 차지하여 신규사업 추진이 불가하고, 계속 사업비조차 4,396억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 방편식 연부액 조정은 일시적 미봉책으로서 해가 거듭될수록 전력증강의 재정적 악화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또한 전ㆍ평시 우리가 육성해야 할 방산업체는 산업계의 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산감축으로 인해 현재도 60%수준의 낮은 가동율을 보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방위력개선비의 적정수준 보장은 방위산업의 신성장 동력화라는 국정과제에도 부합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환율 및 유가 기준의 상향설정으로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방비는 정부 전체 외화 예산의 약 80%를 차지하여 환율기준 변경으로 인해 실제물량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 타격이 여타 예산에 비해 지대합니다. 이러한 막대한 환차손을 단순히 물량축소로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합리적인 조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전력은 한ㆍ미 연합전력으로 보완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지만 ’06년에 美 럼스펠드 장관은 미국은 GDP의 4%선을 국방비에 투자하는데 비해 현실적인 안보위협이 있는 한국은 2.7%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하였고, 지난해 美 게이츠 국방장관도 한국의 낮은 국방비 투자를 지목하면서 한국이 한ㆍ미동맹관계에 무임승차(free-ride)하려 한다며 간접적인 불만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美 전력을 이용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美 전력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에는 점점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경상운영비중 전력유지비의 감소는 수리부속ㆍ장비유지비 등의 부족을 초래하여 장비 자산가 대비 유지비 비율이나 가동율이 ’07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될 것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예산의 적정치 못한 배분으로 소중한 장병들의 목숨이 희생되는 불상사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일부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국정과제인 병영생활관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전력증강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있다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 재정을 긴축해야 한다면, 그것은 미래의 국방력을 좌우하는 전력증강분야가 아닌 인건비ㆍ급식ㆍ주거 등 경상운영비에 국한되어야 합니다. 병영환경의 불편은, 지난 60년 동안 참아왔듯이 앞으로도 몇 년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두가지를 다 시행하기 위한 방법의 문제입니다.
국정과제로 추진중인 병영생활관 개선은, BTL 사업의 확대와 「군사기지 재배치 및 통합계획」에 의거 실질적 개선소요를 재판단하여 특별회계를 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12년까지의 개선소요 사업은 완료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감소되는 예산은 전력증강에 투입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경상비의 경우는 추경편성 등 융통성 있는 보완조치가 가능하지만 방위력개선비의 경우는 일단 편성되면 추경에 편성되는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기재부에서 재정계획을 확정하여 대통령님께 재가 받는 과정에서, 통수권자께서 군의 사기복지를 위한 특단의 예산을 추가로 전격 배려해 주시는 모습을 보여 주신다면, 군 통수권자의 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전장병은 물론 모든 국민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추가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통령님께서 누차 강조하시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효율성 제고와 계약ㆍ조달과정에서의 절약문제는 지속적인 자구 및 개선노력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예산편성과 집행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국방비 증가율은 정부의 안보관을 반영하는 상징적 지표입니다. 흔히들 진보ㆍ좌파정부라 불리는 지난 정부에서도 평균 8.9%의 국방비 증가를 보장한 바 있는데 자칫 과거정부에 비해 현 정부가 오히려 국방을 등한시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장병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작금의 안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 개발 등 군사적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고, 동북아 지역은 탈냉전 후 유일하게 21세기 군비경쟁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한반도는 4강간의 이해관계가 교차되는 전략적 중심에 위치하기 때문에, 우리는 주변국간 갈등ㆍ대립ㆍ분쟁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만한 최소한의 자위적 방위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최종결정을 하시기 전에 충분히 고려가 되어, 우리가 잘 보좌해 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서신은 대통령실장, 경제수석과 안보수석에게도 함께 전하겠습니다.
’09. 8. 24(월)
국방부장관 이상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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