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5.18 회동'서 클린턴 방북 권유
DJ "1차때 카터가 방북해 문제 풀지 않았나", 방북 제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는 두달여 전인 5월18일 한국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장시간 회동한 자리에서 오간 '북핵 해법찾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5.18 회동'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앞서 지난 2월 방한시 김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면담 희망 의사를 전한 뒤 성사된 것이어서, 오바마 미국정부와 김 전 대통령간 접촉이라는 의미도 내포한 중차대한 회동이었다.
당시 회동에는 김 전 대통령의 복심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배석했었다. 박지원 의원은 4일 오후 <뷰스앤뉴스>와의 긴급 인터뷰에서 당시 양자간 대화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5월18일 김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중국을 방문하고 방한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김 전 대통령에게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에 "중국으로서는 남북한을 똑같은 형제국가로 본다"며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접경국가이기에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매해 북한에 8억 달러 가량의 무상원조를 하고 있고, 작년에만 12억달러의 원조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경제제재를 하더라도 중국이 그러한 생각과 실질적인 행동을 하기에 효과가 없다"며, 대북 경제제재가 올바른 북핵 해법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실질적으로 2번 핵을 포기한 적이 있다"며 "첫번째는 클린턴 정부 당시 제네바 협정으로 핵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들어와 경수로 지원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고 난 뒤 2005년 9.19공동선언으로 핵을 포기했다"며 "9.19선언으로 북에 대한 식량과 에너지 지원을 하려했는데 또다시 네오콘이 들어와 방해했고, 또 깨져버렸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만 하더라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겠다', '내 대북정책은 클린턴 정부 당시 정책과 같다', 이렇게 말했는데 취임하자마자 아프간 문제에만 집중했고 심지어는 쿠바, 러시아 문제까지 관심을 보이면서도 북한은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그래서 북한이 저렇게 강경하게 나가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중국에서도 궁극적으로는 북한핵을 포기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러니 미국이 북한을 설득해야만 한다"며 오바마 정부에게 적극적 대북대화를 주문한 뒤, "미국이 9.19 선언을 이행하겠다고 선언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중국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왜 대화를 일본같은 훼방꾼하고만 하고 공조하느냐' 하는 불만을 제기하더라"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94년 북핵 1차 위기때 극적으로 방북해서 북핵위기를 해결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그런 식의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나" 라며 "클린턴 대통령도 재임기간 북한의 조명록을 초청해 미국에서 만나지 않았나. 그리고 클린턴대통령 당신도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거의 만날뻔 하지 않았나? "라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공감을 표시하며 "미국으로 돌아가면 힐러리 국무장관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을 반드시 전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앞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 방문중 수제품을 보내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소에 내가 제일 존경하는 대통령은 만델라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이다. 그래서 김대통령이 생각나서 소포를 보내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김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간 '5.18 회동'에서 북-미 직접대화와 대북특사 파견이란 큰 틀의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고, 귀국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김 전 대통령의 조언을 전달한 뒤 자신이 직접 '대북 특사'로 나섰음을 감지케 하는 대화 내용이다.
이같은 대화 내용을 전한 박지원 의원에게 '김 전대통령의 조언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이끌어냈다고 보느냐'고 묻자, 박 의원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가 우리 입으로 우리 공이라고 자화자찬하기는 뭣하나, 그 날 두 분의 대화가 지금 100%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반응과 관련해서도 "김 전 대통령에게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기사를 조금만 읽어드렸는데 몸짓으로 더 읽어달라고 하셨다"며 "기분이 좋으셨는지 고개를 끄떡끄떡하시면서 경청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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