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리투표' 정황 속속 드러나
김형오-이윤성도 '찬성 대리투표', 야당의원 표까지 슬쩍
이날 표결 당시 신문법은 찬성 152명, 방송법은 찬성 150명으로 의결정족수 148명을 간신히 넘겼다. 따라서 대리투표 행위가 단 몇 건만 입증되더라도 표결의 적법성 자체가 밑동채 흔들릴 수 있다.
대리투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사수하는 과정에 발생했다. 의원들은 자기 의석에 앉아 재석 버튼을 누른 뒤 찬성, 반대, 기권 중 하나를 투표용 컴퓨터의 버튼을 눌러 선택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의장석을 사수하느라 움직일 수 없었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신해 다른 의원들이 찬성표를 누르는 일이 곳곳에서 민주당과 언론에 목격됐다.
국회영상회의록에는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의장석에 앉은 상태에서 IPTV법 처리 때 누군가에게 "야, 나도 나도 찬성 눌러"라고 말하는 영상과 소리가 그대로 녹화돼 있다.
또한 국회 의사국에서 정리한 표결 결과를 보면,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김형오 국회의장이 방송법 등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와 있다.
더 황당한 것은 미디어법 통과를 막기 위해 몸싸움 중이던 민주당의 강봉균 의원이 신문법 통과 당시 자리에 앉아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다. 강 의원은 "한나라당 초선 박상은 의원이 내 자리에 가서 찬성 버튼을 누르는 것을 보고 강하게 항의했더니 찬성했던 것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했다는 뜻의 재석 버튼은 취소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광판에 강 의원은 '재석'으로 표시되면서, 한나라당 대리투표의 명백한 증거를 남겼다.
이밖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단 일부가 다른 한나라당 의원 좌석으로 가 대리투표를 하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되는 등, 아수라장 속에서 대리투표가 곳곳에서 진행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형오 의장 외에도 이정현, 나경원 의원도 신문법 처리 본회의장에 없는데 배석한 걸로 나온 걸로 알고 있다"며 대리투표 의혹이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실명을 밝히기도 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통과후 긴급 의총에서 "대리투표야 말로 부정행위이고, 범법행위임을 말씀드리면서 앞으로 우리는 사진과 자료를 통해서 대리투표를 입증시켜서 앞에 말했던 세 개 법안에 대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것을 기필코 입증해 낼 것"이라며 채증반을 가동시켰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대리투표-재투표를 문제삼으며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는 완전실패이며, 원천무효임이 명백하다"며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방송법 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는 “대리투표까지 불사하며 언론악법을 강행처리한 한나라당 등 여권에 대해 강도 높은 정권 퇴진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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