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난리에도 한나라 구의장들 '룰루랄라 외유'
외유 사실 들통나자 '거짓말'로 은폐 시도까지
21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부산시의장단 협의회 소속 구의장 13명은 지난 16일 오전 9시 50분께 김해공항을 출발, 7박 9일 일정으로 '의장단 연수'를 명분으로 그리스와 터키를 포함한 유럽 등지로 떠났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들이 출국하던 16일 당일에만 시간당 최고 90㎜라는 장대비가 쏟아져 부산 전역 간선도로가 마비되고 곳곳에서 침수와 붕괴사고가 잇따르며 사망자 등 인명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초등학교는 휴교령을 내리는 등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부산 지역은 앞서 지난 7일에도 18년 만의 최대 폭우가 쏟아져 지역 주민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외형상 '연수'를 떠난 것이나, 실제로는 외유에 가깝다. 7박 9일 동안 그리스 아테네 시청과 터키 상공회의소 방문 등 4건의 공식일정을 제외하고는 연수시간 내내 세계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이들은 연수 첫날 아테네에 도착, 디오니소스 극장과 파르테논 신전 등이 있는 아크로폴리스와 에게나섬을 관광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 이후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터키의 카파도키아 계곡을 관광한 뒤 이스탄불로 이동, 톱카프 궁전 등 각종 유적지를 둘러보는 등 연수기간 내내 관광을 하게 돼 있다.
이들의 1인당 연수비용은 249만9천원으로, 해당 경비는 주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들은 더 나아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거짓말까지 하며 사건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C구의회는 "의장이 몸이 좋지 않아 모처에서 요양 중"이라고 발뺌을 하는가 하면, D구의회는 "일주일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한 연수에 참여한 모 구의회 의장은 "서울에 회의가 있어 왔는데 24일 이후에나 부산으로 돌아간다"고 말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났다.
부산 모 구의회 관계자는 "지난 5월로 예정됐던 의장단 연수가 한 번 연기돼 또다시 연기할 수 없었고, 취소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강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이번 유럽 여행을 떠난 의장단은 부산시의장단협의회장인 동래구의회 의장을 비롯, 연제구, 사하구,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금정구, 동구, 중구, 서구, 사상구, 강서구, 기장군의회 의장들로 오는 24일 오후 7시35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그러나 부산진구와 북구, 영도구 의장들은 구의회 회기 중이라거나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에도 수해 때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바 있어, 한나라당의 자정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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