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강사, '500만 조문객 조작' 주장 파문
'독자적 핵무장' 주장도, 한나라 당황 "우리하곤 상관없어"
한나라 강사 "지 에미애비가 돌아가도 그렇게 돌겠나?"
뉴라이트전국연합정책포럼 대표 출신인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이날 오전 과천 중앙공무원연구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북한 핵실험 도발과 우리의 대응책'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송 소장은 그러나 모두에 뜬금없이 주제와 무관하게, 자신이 잘 아는 지인이 여당 의원들에게 꼭 전달해 달라는 말이라며 '500만 조문 조작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잘 아는 분이 전국에서 수백만명이 조문했다는 얘기를 보고 '도대체 이게 무슨 현상이고 싶어 덕수궁 담 옆에 의자를 놓고 이틀에 걸쳐 하루 4시간씩 치밀하게 봤다"며 "그랬더니 거기 넥타이를 매고 검은 옷을 입고 조문 오는 한 친구가 있어 그냥 슬퍼서 한번 온 것으로 봤는데, 계속 보고있으니 한바퀴를 돌고 또 같은 친구가 오고, 또 돌고돌고 그렇게 5번을 돌더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일주일간 돌면 35번을 도는 건데, 그 분의 표현대로라면 '지 에미애비가 돌아가셔도 그렇게 돌겠느냐' 그러더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봉하마을에 하루에 20만명씩 왔다는데 버스로 한 차에 40명씩 와도 5천대가 와야 한다"며 "5천대가 오면 그 작은 골짜기에 어떻게 되겠느냐"며 "정부는 이런 걸 파악하고 좀 더 치밀하게 국정 관리를 하라는 것이 그분의 전달사항이었다"며 봉하마을 조문객 숫자로 조작됐을 것이란 주장을 폈다.
그는 또한 앞서 지인의 말을 빌어 "그분이 하는 또 하나의 얘기는 '지난번 쇠고기 촛불 시위때는 우리가 조금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밀어붙였으면 완전히 넘어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좀 더 치밀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며 진보진영이 조문 정국을 정권 타도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500만 조문객 조작 의혹'을 제기한 그는 북핵 대응 방안이란 본 주제에 들어가선 '자위권 차원의 핵무기 개발 보유'라는 독자적 핵무장론을 펴기도 했다.
한나라 "저 사람은 무식한 극우, 우리당과 상관없어"
송 소장이 예기치 못한 '500만 조문객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연찬회장은 크게 술렁였다. 정태근, 권영진 의원 등은 즉각 "왜 강의 내용과 관계없는 말을 하나. 주제와 관련있는 얘기를 하라"고 질타했다.
송 소장은 그러나 "내가 강사다. 내가 강의하는 요령이 있다. 지금 이걸 전달하고 나서 한다. 지금 강의 그만 둬요?"라며 "저런 분들이 가끔 있다. 그렇게 강사한테 무리한 이야기를 하는 건 결례다. 지금 나 보고 나가라고 하는 사람 어디 손들어 보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연찬회장을 빠져 나갔다. 한 의원은 "무슨 저런 또라이가 다 있냐"며 "한나라당이 쇄신하러 연찬회 개최했다가 엉뚱한 사람때문에 망신을 당하게 생겼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또다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원래 저 양반은 무식한 극우 강사로 유명하다"며 "누가 저런 사람을 섭외했는지 모르겠다"고 행사를 준비한 당 사무국을 비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파문이 일자 본지와 만나 "오늘 초청 강사로 2명을 추천받았는데, 결정은 실무진(원내 행정국)이 한 것으로, 의원들이 섭외한 것은 아니다"라며 "발언이 너무 거칠다. 우리 한나라당 의견하고는 절대 다르다. 관계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찬회 사회를 맡은 신지호 의원은 송 강사의 강연이 끝나자 "송대성 소장님이 지금 강의하신 내용은 학자로서의 개인 견해고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은 아니다"라고 거듭 진화에 나섰으나, 송 소장은 마이크를 붙잡고 "그래요. 전적으로 내 의견이에요. 한나라당과 아무 관계없어요"라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송 소장 주장이 한나라당 당론과는 다른 것일 수도 있으나, 이런 인사를 초청강사로 불렀다는 사실 자체가 한나라당의 적나라한 현주소라는 게 한나라당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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