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떠나는 순간까지 '블랙코미디'
"MB에게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 보고" "명동에 일본인 넘쳐"
강만수 장관은 지난 6일 퇴임을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 고별 간담회에서 “나는 경제 전망을 좀 비관적으로 본다”며 "작년에 이미 이명박 대통령께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제 성장률은 전년도 기준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올해 -4%를 기록한 뒤 내년에 +4.2%라는데, 왜 그게 +8.2%포인트 오르는 거냐. 전년 기준이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내년 경제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낙관론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재임기간중 환율을 폭등시킨 데 대해선 전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난 고환율론자가 아니다. ‘펀더멘털에 맞게 가자’는 거였다"며 "요즘 서울 명동에 가보면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환율 덕분에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로 쇼핑 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때 제주 같은 곳은 주말 부킹률이 30%밖에 안 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주중에도 100%라고 한다. 일본인 관광객들 때문"이라며 자신의 환율정책 때문에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는 것을 자랑인양 내세웠다. 그는 환율 폭등 때문에 물가 폭등 등으로 국민 삶이 피폐되고 수많은 기업들이 환차손 등으로 벼랑끝에 몰린 것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그는 상류층이 돈을 써야 경제가 잘 풀린다는 종전의 생각도 고수했다. 그는 "재정지출을 중심으로 하면 지원받는 계층이 대부분 저소득이다 보니 소비 패턴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즉 동태적-장기적으로 보면 감세가 힘이 있고, 정태적`단기적으로 보면 재정지출이 힘이 있는 것"이라며 "신년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에게 ‘골프를 해야 소비 분위기가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엔 워낙 바빠 (난) 골프 칠 시간이 없었지만, 차관들에겐 ‘시간이 되면 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추진했던 상속-증여세 감면이 좌절된 데 대해 "소득세보다 상속세를 많이 부과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뿐"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한 뒤, "난 부자도 아니고, 살아온 환경을 봐도 부자를 잘 봐줘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왜 부자를 위해 감세정책을 하겠나. 감세를 통해 경제가 잘 된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거듭 감세론을 폈다.
그는 더 나아가 올해 세수 감소와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막대한 재정적자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세계잉여금이 15조원이 넘었고, 올해도 초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4년간 그랬다"며 황당한 낙관론을 편 뒤, "G20회의 때 내가 다른 재무장관들에게 '난 재정 흑자가 고민이다'고 하니 다들 어이없어 하더라. 모두들 재정 적자에 대해 고민이었다. 세계 경제가 비상이 걸렸는데 작년에 감세하지 않고 계속 이렇게 (잉여금을) 남겼다면 국민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을 게 분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 재무장관들이 왜 어이없어 했는가를 미뤄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재임기간중 보람 있었던 게 뭐냐는 질문에 "물을 것 같아서 생각해봤다. 그런데 딱히 보람 있었던 시기를 꼽을 수 없었다"며 "재정부에 들어온 날부터 지난주까지 토요일, 일요일도 예외 없이 한 번도 머리가 쉰 적이 없었다"고 말해 스스로도 업적이라 할만한 것을 남기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11년전 IMF사태 발발후 환란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을 때나, 지금 옷을 벗을 때나 왜 자신이 물러나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무감각'은 변함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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