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대기업들도 쓰러질 것"
<인터뷰> "중국, 하반기부터 확실히 기울 텐데 걱정"
이한구 "빠르면 2분기부터 대기업들 쓰러질 것"
한나라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이한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22일 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금 여러 경제지표, 기업지표 등을 감안할 때 아마도 빠르면 2.4분기이고, 늦어도 3.4분기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위기에 직면할 산업부문에 대해 "건설-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자동차, 석유화학업계도 그럴 거고, IT업계도 그렇고 줄줄이 만만찮게 밀고 들어올 것"이라며 "문제는 앞으로 이런 업종들이 전부 수출 주력분야라는 점"이라고 극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그는 "아주 수요가 급감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상태에서 유동자금이 많냐 적냐, 재무재표가 좋냐 안좋냐의 평가가 의미없어진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가 지금 기업들에 사인을 잘못 보내는 게 '기업체를 전부 다 살려줄 것'처럼 계속 사인을 보내지 않나? 그거는 잘못된 거다. 그건 거짓말이다"라며 "무슨 기업을 다 살려줄 수 있나? '경쟁력 없으면 바로 간다, 유동성 공급도 못한다', 하는 이 원칙을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구조조정이 확실하게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하반기부터 확실히 기울 것"
이 위원장은 중국경제가 경착륙하고, 제2 세계금융위기가 도래하는 등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몇년간 잘 지낸 게 중국과 인도 덕이었다. 중국 정부도 그동안 너무 벌려놨기에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도 아마 하반기부터는 확실히 기울어질 것이다. 중국이 더 나빠지면 대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금융위기 2파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요가 급감하고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다시 이 영향이 금융을 때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이 앞으로 1차례, 2차례는 더 진행돼야 바닥이 겨우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BNP파리바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4.5%로 낮추는 등 올해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비관론이 급속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금 현재의 성장률 전망은 의미없다. 전망을 하려면 가정이 있어야 한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외경제가 어느 정도일 것이라는 것을 가정해야 전망치가 나온다"며 "그런데 올해 해외전망이 안된다. 나빠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데 얼마만큼 추락할지, 어느 정도의 속도일지 이걸 수치화할 수가 없는 상태로 지금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이런 때일수록 방향을 잡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언론에서 많이 경고도, 얘기도 해 주어야 한다. 지금 말해 줄 사람이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다음은 이 위원장 인터뷰 전문.
이한구 "앞으로 국제금융위기 한두 차례 더 진행될 것"
뷰스앤뉴스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미국발 금융위기 '1파'에 이어 이제 미국 상업은행들이 흔들리면서 '2파'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한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앞으로 실물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고 실물경제가 더 나빠지면 다시 금융권에도 건전성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프로세스가 앞으로 한두 차례 더 진행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취하고 있는 대책, 즉 재정을 쏟아부어서 해결하는, 소위 돈만 풀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돈을 풀어도 작동이 안되는 이 시스템을 안 고치고는 해결이 안된다.
무슨 얘기냐 하면 지금 금융시장에다 돈을 잔뜩 풀어봤자 기업체에 전달이 안되지 않나? 그러면 왜 전달이 안되느냐 하는 그 매커니즘에 손을 대야지, 자꾸 한국은행보고 기준금리만 낮추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그런데 그걸 안 고치고 있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자금만 풀고 사업만 벌리면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은 재정에서 만들어내는 사업이라는 게, 그리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라는 게 대부분 단기-임시 일자리들이다. 그러면 임시 일자리를 몇 년 만들겠나? 예를들어 이제까지도 소위 3D업종에 국내 노동자, 젊은 사람들은 기피하고 외국인 노동자들만 가지 않았나? 사실은 한국 사람 고용은 안 늘어난다는 거다. 그래서 수요가 있는 고용을 창출해야하는데, 수요있는 고용창출에 대한 인식이 지금 안 돼 있다.
또 한가지 걱정은 그러면 한 2~3년 내다보고 지속가능한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준비기간으로 1~2년을 내다봐야하는데 당장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증에 그런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예를 들어 '신성장동력 산업'이라고 좋은 말 많이들 하지 않나? 그러면 그게 계획발표만 있지, 실제로는 그게 계획대로 될 지 정부가 자신이 없는거다.
왜 그러냐하면 첫째는 이게 재정이 일정부분 들어가야하는데 앞으로 재정사정이 예상보다 굉장히 나쁠 거다. 세수도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덜 걷힐 것이다. 금년도 내년도 마찬가지다. 그런 재정의 문제가 있다.
두번째는, 투자가 제대로 되려면 민간 대기업이 들어와야한다. 아니면 외국계라도 들어와야한다. 그런 대기업들이 지금 어렵더라도 투자가 생기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프로그램이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그거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
그러니까 그것도 될 것 같지도 않지, 세금은 덜 걷힐 것 같지, 그러면 이게 하다못해 경제가 회복이 돼서 U자라도 가야 하는데, L자로 갈 가능성이 무지하게 많을 거라는 거다. 그것도 앞으로 상당기간 끝을 예측할 수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가,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보완, 규제완화, 감세, 공공부문 개혁 등 이런 것들이 뒤따라줘야 하는데, 그것은 정치적으로 안정이 돼야 가능한 것 아닌가? 그런데 허구헌 날 이러고 있으니 되겠나?
"정부가 기업체를 전부 살려준다? 거짓말이다"
뷰스 그렇다면 기업체에 그런 자금이 흘러갈 수 있게하는 시스템 구축부터 해야된다고 했는데, 어떤 방안이 있나?
이한구 은행이 기업체에게 왜 돈을 안 빌려주느냐부터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지금 양쪽 다 문제다.
하나는, 은행이 지금 'BIS(자기자본비율) 비율을 맞추면 은행은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생각부터가 문제다. 그래서 그것을 손을 봐야한다. 은행이 책임감을 느끼도록 감독행정을 잘 해야한다. 은행 경영진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문제고, 은행 노조도 문제다. 은행에 개혁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은행의 패턴을 바꾸도록, 산업금융에 초점을 맞추도록 여러가지 감독행정을 바꿔주어야 한다. 이제까지는 가계대출을 무한정 해줘도 아무런 제재도 가해지지 않았다. 이제는 그렇게 가면 안된다. 그렇게 가다가는 다 죽는다.
기업쪽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금 기업들에 사인을 잘못 보내는 게 '기업체를 전부 다 살려줄 것'처럼 계속 사인을 보내지 않나? 그거는 잘못된 거다. 그건 거짓말이다. 무슨 기업을 다 살려줄 수 있나? '경쟁력 없으면 바로 간다, 유동성 공급도 못한다', 하는 이 원칙을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구조조정이 확실하게 정부가 만들어줘야한다.
"빠르면 2.4분기부터 대기업들 하나둘씩 쓰러질 것"
뷰스 이번에 조선, 건설사들을 거의 모두 살려준 것도 문제 아닌가?
이한구 그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자동차, 석유화학업계도 그럴 거고, IT업계도 그렇고 줄줄이 만만찮게 밀고 들어올 거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업종들이 전부 수출 주력분야라는 점이다. 아주 수요가 급감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상태에서 유동자금이 많냐, 적냐, 재무재표가 좋냐, 안좋냐의 평가가 의미없다는 거다.
뷰스 '나쁘다. 최악이다' 말은 해도 구체적으로 앞으로 불어닥칠 경기불황을 실제 피부로는 못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한구 그게 97년 IMF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하고, 거기에 딸린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돈이 자신의 주머니속에서 말라가기 시작하는 걸 느낄 때 즈음이면 대책 세우기는 이미 힘들어진 상황이 되는거다.
뷰스 : 이름만 들어도 알수 있는 그런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시점을 대략 언제로 예상하고 있나?
이한구 지금 여러 경제지표, 기업지표 등을 감안할 때 아마도 빠르면 2.4분기이고, 늦어도 3.4분기는 가시화될 것이다.
정부가 지금 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런 최악의 국면은 쌓이고 쌓여 터져버리고 말 거다. 지금 쌍용차를 살린다고 그러지 않나? 조금 있으면 다른 자동차업계도 생길 것이고, 조선업계, 건설업계도 지금은 임시방편으로 살려놨다고 해도 조금 더 있으면 리스트에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그게 누적이 되는 거다. 한 기업, 한 산업분야가 아닌 전체 누적인데 그게 무서운 거다.
"중국, 하반기부터 확실히 기울어질 것"
뷰스 지금 말한 수출분야산업 기업들의 어려움, 이는 곧 중국 경제하고도 직결되는 문제 아닌가?
이한구 당연하다. 그래도 우리는 지난 몇년간 잘 지낸 게 중국과 인도 덕이었다. 그러나 중국도 아마 정부가 우리나라 옛날 3공때하고 비슷해서 일단은 정부가 감당하려고 할 거다. 그러나 중국 정부도 그동안 너무 벌려놨기에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국도 아마 하반기부터는 확실히 기울어질 것이다. 중국이 더 나빠지면 대책이 없다.
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일본도 지금은 엔화 때문에 우리가 일본 걱정은 안하는 것 같아도, 조금 더 있으면 일본 경제도 타격이 커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더욱 힘겨워질 거다.
"환란 때는 외국계가 인수라도 했지... 지금은 우리 혼자 해결하는 수밖에"
뷰스 IMF 당시에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 부실해지면 외국계에게 넘기기라도 했지 않았나?
이한구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IMF 때와 지금이 근본적으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 그 문제다. 세계가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공황에 빠졌는데, 지금 다른나라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살 여력이 있나? 지금은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지금 기준으로 견딜만 하다든지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더 나빠진다는 것을 전제로 먼저 하고 살 궁리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제도와 체질을 바꿔주는 발판 역할을 해야 하는데...
노사문제도 적극적으로 빨리 풀어줘야한다. 내 말이 심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1~2개 심한 데는 문닫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하는 게 맞다. 적극적으로 경고해주고 타협하라 그러고 노사 둘 모두에게 해야한다. 상당부분은 정부가 실제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그거를 구별해서 접근해야 한다.
"국내외 모든 경제 전망치 틀릴 것, 가정을 못하는 데 전망이 나오겠나?"
뷰스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도 국내외가 너무 다르다. 마이너스 4.5%에서 플러스 1%까지 다양한데 어떻게 전망하나?
이한구 나는 모든 기관, 모든 학자들의 전망치가 다 틀릴 것이라고 본다. 지금 현재의 성장률 전망은 의미없다는 거다. 지금은 예를 들어서 전망을 하려면 가정이 있어야한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외경제가 어느 정도일 것이라는 것을 가정해야 전망치가 나온다.
그런데 올해 해외전망이 안된다. 나빠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데 얼마만큼 추락할지, 어느 정도의 속도일지 이걸 수치화 할 수가 없는 상태로 지금은 심각하다. 전제가 없는데 어떻게 가정을 하겠나?
뷰스 리먼 사태로 세계적 금융위기가 도래했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또 BOA 사례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위기를 꺼도 또 새로운 위기가 도래하는 형국이다.
이한구 내가 아까도 말했잖나? 수요가 급감하고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다시 이 영향이 금융을 때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이 앞으로 1차례, 2차례는 더 진행돼야 바닥이 겨우 보일 거다.
금융위기는 바로 그게 특징이다. 과거 80년대말 SNL(저축대부조합) 사태가 났을 때도 그거 해결하는데 4년이 나 걸렸다. 그때도 몇 차례 충격파가 더 왔다. 금융위기는 그게 특징이다. 실물은 꾸준히 하다가 금융만 딱 버텨주면 한번으로 끝날 지 모르지만, 금융 자체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그와는 다르다.
"정경복합 불황이 아닌, 사회 전체의 불황이 될 것"
뷰스 일각에서는 현 한국 상황을 보고, 경제 위기 속 정치 위기 즉 '정경 복합불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이한구 맞는 얘기다. 정경 정도가 아니다. 사회, 문화 다 불황일 거다.
경제살리기 법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사회쟁점법안 가지고 여야가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치권이 조금만 더 싸우면 다 필요없다고 다 쓸려내려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거다, 실제로도 필요가 없고. 국민들이 뽑은 국회에서 문제 해결은 안하고 문제를 더 만들고 있는데 없어지는 게 낫지. 안그래요?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권도 참 문제다. 정부가 그나마 잘해주면 괜찮은데, 안그러니까 여권이 정부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비판할 것인지 방향을 못 잡고있다. 거기다가 야권은 흔드니... 꼭 이번 용산 철거민 참사와 비슷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극한 대치 상황이다.
"지금 해외에서 불꽃이 넘어왔는데 우리나라 인화성 물질로 가득차"
뷰스 이런 상황에서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과거 실적도 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과거 환란 시절에는 책임론을, 노무현 정권에서 금융위원장으로 컴백했을 때는 은행들의 예대율 등 감독기능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이 그것인데.
이한구 : 하여튼 그거는 내가 뭐라 할 수는 없고.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세계적 불황이 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경제는 한번 터질 것이라고 다들 전망했다.
부동산 거품에다가... 사실 부동산 거품도 은행이 키워준 측면이 많다. 거기다가 은행이 외형 키운다고 중소기업대출 붐을 일으켰지. 사실 지금 나라 경제가 이 꼬라지가 된 것은 은행들의 외형 키우기 경쟁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해외에서 지금 불꽃이 넘어왔는데 우리나라 전체에 불이 잘 타는 인화성 물질을 잔뜩 만들어 놓은 곳이 바로 은행 등 금융권이다.
뷰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이런 때일수록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이한구 제일 중요하다. 하여튼 언론에서 많이 경고도, 얘기도 해 주어야 한다. 지금 말해 줄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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