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美정부가 한국 외환위기 촉발"?
FT "美국채만 2조달러 발행", 서머스 "美경제 1조달러 감소"
올해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자금 회수로 외환위기가 초래됐다면 내년은 미국정부가 외환위기의 주범이 될 것이란 전망으로,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 상황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FT> "내년에 선진국 3조 국채 발행, 신흥국 상환채무 7조달러 육박"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내년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신흥국가들의 자금조달 상황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발행되는 국채 규모가 올해의 세배에 달하는 3조달러에 달하면서 신흥국가 차입자들의 신용상황을 더욱 빠듯하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만 해도 내년 국채발행 예상규모가 2조달러에 이른다.
반면에 신흥국가들이 내년에 갚아야 할 채무는 7조달러에 육박한다. ING에 따르면, 이머징 국가 정부와 기업들은 채권과 대출, 이자지급과 무역금융 등을 포함해 내년 6조8천65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브릭스 즉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은 내년에 각각 2천50억달러, 6천50억달러, 2천570억달러, 2천437억달러의 대외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그나마 이들 국가는 풍부한 외환보유고가 도움이 되겠지만 아르헨티나 640억달러, 터키 360억달러 등 내년에 많은 신흥국가들은 부채 차환과 이자지급 압력이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미 우크라이나와 헝가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상태다.
데이빗 스피젤 ING 이머징마켓 담당 헤드는 "내년 이머징마켓 발행자들에게는 차환 리스크가 최대 문제가 될 것"이라며 "국가 부도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부채 조정이나 디폴트 우려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기사에서 한국을 따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우리나라도 내년에 만기도래 외채가 2천200여억달러에 달해 예외가 아니다. <FT> 우려대로 미국정부가 2조달러의 국채를 발행, 세계의 돈을 해면처럼 빨아들일 경우 우리나라 환율은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머스 "미국 내년실업률 10%, 미국 GDP 1조달러 축소"
이같은 외환 위기감은 예상보다 미국경제가 급속 악화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당선자의 '경제두뇌'인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내정자는 "내년말 미국의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머스 내정자는 28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한 뒤 "10% 실업률은 미국 경제 규모가 1조달러 축소된다는 것으로 4인가족 기준 가구당 1만2천달러의 수입이 준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현재 국내총생산(GDP)는 14조달러. 여기서 1조달러가 줄어든다는 것은 올해 및 내년에 미국경제가 총 -7%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종전에 미국경제에 가장 비관적 전망을 해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5% 전망보다도 더 비관적인 전망이다.
오바마의 또다른 경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 역시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기부양책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6천750억~7천750억달러 규모로 논의하고 있다"며 오바마 취임후 7천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경기부양 및 금융-제조업 붕괴방지 비용 등 수조달러를 조달할 길이 국채 발행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럴 경우 <FT> 우려대로 미정부가 가뜩이나 위축된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한국 등 신흥시장에 제2의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더 나아가 '달러화 폭락' 사태로 이어지면서 국제적 금융 대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2 외환위기는 끝났다"는 정부여당의 인식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이래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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