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MB, 관치금융 독재 중단하라"
"'오랄 해저드' 심각, 어려울수록 발언 삼가하라"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21일 연일 은행에게 대출 확대 및 시중금리 인하를 지시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관치금융 독재"를 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김태동 교수는 이날 다음 아고라에 올린 '은행 울리지 말고, 정부부터 구조개혁해야'란 글을 통해 한 방송사로부터 '한국은행과 정부가 130조원을 풀었음에도 시중금리 인하가 내리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은 사실을 소개하며 "100조원은 이중계산도 되고 과장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밖에서 시장금리가 안 내린다고 나라체면 깎이는 무식한 이야기를 하자, 많은 언론 매체가 130조원 운운 하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다"고 '언론의 무지'를 힐난했다. 요컨대 은행들이 한은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과정에 "은행이 원화를 대가로 부족한 외화자금을 얻으면서 그만큼 한은의 본원통화가 환수됐다"는 것.
김 교수는 이 과정에 "무식한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무식하고 무엇을 이룰 수가 있겠냐"며 "<한겨레>나 <경향신문>의 경제면이 아고라의 경제방 만큼이라도 시야를 넓게 갖기를 바란다"고 <한겨레> 등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은행들이 심한 유동성 부족 및 자기자본 잠식 위기에 처해 있음을 지적한 뒤, "여러분이 은행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냐?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출 더 하라고 한다고 그 말씀을 따르겠습냐"고 물은 뒤, "은행 목숨이 달려 있는데, 법적 근거가 없는 정부의 압력에 자율성이 있는 은행이라면 응할 리 없다"고 단언했다. 은행이 직면한 위기들에 대한 처방 없이 무조건 대출을 지시해봤자 약발이 먹힐 리 없다는 지적.
그는 이 대통령을 정조준,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몸사리고 대출 안 하는 건 대통령을 무시해서가 아니고, 은행의 자구책이라는 걸. 그러니까 공개적으로 은행 몰아세우는 건 중단해야 한다"며 "은행은 동네북도 아니고 자선단체도 아니다. 동네북처럼 두들기고 협박해서야 시장이 은행을 믿겠냐? 신뢰도가 떨어진 은행이 어떻게 신용을 창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더 나아가 "건설회사 옥석을 가리겠다고, 은행연합회를 앞에 내세워 ‘대주단’에 가입하라 욱박지르는 것도 야만적인 행태다. 이런 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 거냐"며 "경제를 모르면서 아는 척하시더니, 이제 보니까 비지네스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비지네스 프렌들리라고 떠든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독설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거듭 "시장은 시장에 맡기라. 어려울수록 발언을 삼가하라. 대통령, 장관, 금융위원장의 말씀이 많아지면 ‘오랄 해저드(oral hazard)'가 커진다"며 "당연히 환율도 오르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는 얼마 안 내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신들이 정권의 위험을 싫어 하듯이 시장은 신용위험, 시장위험, 유동성위험 등 금융위험을 싫어하는 걸 아셔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고액과외를 하셔서라도 시장경제를 공부하라. 금융의 중심인 크루그만, 루비니 다 모셔와도 금융회사를 압박해서 시장금리 내리라는 처방은 안 나올 거다. 관치금융 독재수법을 쓰지 말라. 본인의 무식을 드러내고 시장을 불안하게 하여 이리저리 역효과만 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다음은 김 교수의 글 전문.
은행 울리지 말고, 정부부터 구조개혁 해야
어제 밤 미국에서 주가가 또 폭락했네요. S&P지수는 대공황기간을 포함해서 연간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폭락을 기록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침 6시 40분에 CBS 라디오 인터뷰를 했지만 시간 관계로 충분히 전달이 안 된 게 있어서 아고라에 올립니다.
첫 질문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풀었지만 시중에는 여전히 돈 부족현상이 해소되지 않아.. 대체 이유가 뭘까?”이었습니다.
저는 100조원은 이중계산도 되고 과장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이 밖에서 시장금리가 안 내린다고 나라체면 깎이는 무식한 이야기를 하자, 많은 언론 매체가 130조원 운운 하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는데, 아마 CBS 라디오 담당자도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10월에 외환보유액이 260억 달러 넘게 줄었습니다. 11월에도 그보다 더 많을지 적을지 모르지만 상당히 줄어서 11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억 달러를 하향 돌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월, 11월 두 달에 외환시장 매도 개입, 달러 스왑 입찰, 은행의 무역관련 소요 외화지금 지원 등으로 5백억 달러 전후가 소요될 것 같습니다. 이중에 대부분은 은행이 원화를 대가로 부족한 외화자금을 얻는 것입니다. 그만큼 한은의 본원통화가 환수되는 거죠.
한국은행은 다시 돈(원화)을 풀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고채도 직매입하고 만기전 통안채도 되사주고 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너무 전문적인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지만, 그리고 대통령은 아직도 모르시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통령의 주인인 아고라 가족들은 알고 계시겠지요? 이중, 삼중되는 것을 단순 나열해서 보수적 신문이든 진보적 신문이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청와대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격입니다.
무식한 진보는 진보가 아닙니다. 무식하고 무엇을 이룰 수가 있겠습니까? 한겨레나 경향신문의 경제면이 아고라의 경제방 만큼이라도 시야를 넓게 갖기를 바랍니다.
소위 ‘돈맥경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위에 말씀드린 대로 달러부족, 외화자금 부족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환율이 급등하니까, 이러저러한 달러지원책이 나온 것이고, 그런 건 본원통화를 일단 감소시키는 겁니다.
둘째, 파생통화가 있습니다. 은행과 금융회사가 만들어 내는 시장통화죠. 예금과 대출이 반복되면 파생통화가 본원통화 증가분의 몇배로 증가합니다. 그러나 요새 은행은 예금이 늘어도 (10월에 20조원 이상 증가) 대출을 그만큼 늘릴 형편이 안 됩니다.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란 걸 충족시켜야 하니까요. BIS비율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조금 안 좋게 평가되고, 8% 이하 내려가면 감독원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더 내려가면 경우에 따라 퇴출될 수도 있죠.
여러분이 은행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출 더 하라고 한다고 그 말씀을 따르겠습니까? 은행 목숨이 달려 있는데, 법적 근거가 없는 정부의 압력에 자율성이 있는 은행이라면 응할 리 없습니다.
대통령은 알아야 합니다. 몸사리고 대출 안 하는 건 대통령을 무시해서가 아니고, 은행의 자구책이라는 걸. 그러니까 공개적으로 은행 몰아세우는 건 중단해야죠. 다른 금융회사 (자산운용, 증권, 보험, 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예요. <이 부분에 금융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의견 바랍니다.>
은행은 동네북도 아니고 자선단체도 아닙니다. 시장에서 신용을 창조하는 중심입니다. 동네북처럼 두들기고 협박해서야 시장이 은행을 믿겠습니까? 신뢰도가 떨어진 은행이 어떻게 신용을 창조할 수 있겠습니까?
은행은 자동차산업보다 중요하고, 어느 기간산업보다 더 중요한 산업입니다. 저는 상업은행에 하루도 근무한 적이 없지만 이건 알고 있습니다. 미국을 보세요. 보수적인 부시정부도 은행을 살리는 데는 수천억을 쏟아붓고 AIG 보험회사 살리는 데도 돈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살리는 데는 왈가왈부하다 어제 주가폭락의 빌미를 준 거지요. 건설은 자동차보다 못하지요. 한국정부는 산업의 대소경중을 구분못하고 ,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심부름꾼이 국내외에서 경제문맹을 펼치고 다닙니다.
건설회사 옥석을 가리겠다고, 은행연합회를 앞에 내세워 ‘대주단’에 가입하라 욱박지르는 것도 야만적인 행태입니다. 이런 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 겁니까? 은행이든 건설회사든 다 자기 살려고 하는 본성은 있는 겁니다. 그걸 존중하는 게 ‘Business Friendly' 아닌가요?
경제를 모르면서 아는 척하시더니, 이제 보니까 비지네스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비지네스 프렌들리라고 떠든 건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너무 길어져서 결론 부분으로 갑니다. 시장은 시장에 맡기세요. 어려울수록 발언을 삼가세요. 대통령, 장관, 금융위원장의 말씀이 많아지면 ‘oral hazard'가 커집니다. 당연히 환율도 오르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는 얼마 안 내립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아셔야 합니다. 국민의 심부름꾼들은. 지금 미국 회사채금리가 20%가 넘는 게 많습니다. 우리가 10%가 넘는 게 있다고 해서 금리 타령할 때가 아니란 말이죠. 우리가 미국보다 국가신용도가 훨 낮은데, 국가 CDS(credit default swap)로 본 신용위험이 높은데, 어떻게 회사채 금리가 내려갈 수 있나요?
당신들이 정권의 위험을 싫어 하듯이 시장은 신용위험(credit risk), 시장위험(market risk), 유동성위험(liquidity risk) 등 금융위험을 싫어하는 걸 아셔야죠. 이런 위험(risk)을 안게 하려면 보상을 주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금리 스프레드, 즉 가산금리란 겁니다. 세계 수십조 금융자산가격의 기준인 LIBOR금리도 영국의 은행국유화 전후 5% 이상 가산금리가 높아졌던 적이 몇주 안됐어요. 세계 굴지의 은행끼리도 아직 신뢰도가 평상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한국의 은행보고 중소기업을 믿고 대출하라면 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고액과외를 하셔서라도 시장경제를 공부하세요. 금융의 중심인 크루그만, 루비니 다 모셔와도 금융회사를 압박해서 시장금리 내리라는 처방은 안 나올 겁니다. 관치금융 독재수법을 쓰지 마세요. 본인의 무식을 드러내고 시장을 불안하게 하여 이리저리 역효과만 나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대통령이 새로 만들고 임명한 금융위원회의 위원장이 미국에 행차하셔서 은행이 짝짓기를 할 수 있다고 한 말씀 크게 하셨네요. 저는 CBS에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지 모른다. 정체불명의 기관장이 외국에 나가기만 해도 나라 신용등급이 떨어질 텐데, 불필요한 이야기를 해서 정말 큰 일이다. 은행이 지금대로만 한다면 12월말 현재 BIS비율 문제 없을꺼다. 은행이 청와대 말 안 듣는다고 지나친 협박한 거라고 판단된다.
큰 일이죠. Oral hazard가 더 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겁니다. 신용경색이 잘못된 발언을 낳고, 잘못된 발언은 신용경색을 더 심화시키고 금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나라경제가 정말 걱정 됩니다. 제가 아고라에 이 졸필을 쓰는 이유를 이제 아시겠지요?
은행 구조조정, 건설 구조조정, 조선 구조조정을 내뱉기에 앞서서 정부부터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10분이 지나 CBS 청취자에게 할 말을 다 못하였습니다)
첫째, 금융위원회를 없애야 합니다.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구가 왜 한국에 있어야 합니까? 박정희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없애고 금융통화운영위원회로 격하시키면서 관치금융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한 원인이 돼서 외환위기가 나 거죠. 금융정책은 한국은행이 하면 됩니다. 급융위원회는 할 일이 없는 데입니다. 감독정책은 금융감독원이 결정하면 됩니다. 할일이 없는 기구를 만드니까, 사공만 많아져서 위기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청와대 잘못을 증폭시키는 나팔수 역할로 나라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겁니다.
둘째, 금융감독원을 독립시켜야 합니다. 지난 10년 금감원이 제 기능을 했다면 2003년 신용카드 위기를 겪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제3의 위기가 왔는데, 이것도 금감원 독립이 전제되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권에 종속된 감독기구는 해야할 사전, 사후감독은 제대로 못하고 건설PF 부실통계 차단 등 부정적 기능을 하게 되죠. 11년간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고 세 번째 위기를 겪는 이유가 바로 감독기구의 종속성 때문이에요. 제대로 은행감독이 되었다면 건설업체에 과잉대출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KIKO피해도 사전에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최종대부자로서 한은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는데 9시가 다가와서 시장공부를 할 시간이 되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정부가 신뢰를 쌓는 길은 정부부터 global standard로 구조개혁하는 것입니다. 그런 자기 희생 이후 정치인은 금융 구조조정에서 손 떼야 합니다.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이 제대로 작동하면 금융기업등 모든 기업이 정신차리고 지난 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겁니다.
시장을 믿고, 시장의 자기규율능력을 키우는 것 - 이게 진정한 business friendly 정부가 취해야 할 방향입니다. 부동산투기꾼, 건설어자 재벌 봐준다고, 은행을 울리지 마세요. 그리고 공무원 월급 일체 동결 이런 것 하지 마세요. 불필요한 조직 줄이고 중하위직 공무원 월급은 조금이라도 올려 주세요.
김태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김태동 교수는 이날 다음 아고라에 올린 '은행 울리지 말고, 정부부터 구조개혁해야'란 글을 통해 한 방송사로부터 '한국은행과 정부가 130조원을 풀었음에도 시중금리 인하가 내리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은 사실을 소개하며 "100조원은 이중계산도 되고 과장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밖에서 시장금리가 안 내린다고 나라체면 깎이는 무식한 이야기를 하자, 많은 언론 매체가 130조원 운운 하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다"고 '언론의 무지'를 힐난했다. 요컨대 은행들이 한은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과정에 "은행이 원화를 대가로 부족한 외화자금을 얻으면서 그만큼 한은의 본원통화가 환수됐다"는 것.
김 교수는 이 과정에 "무식한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무식하고 무엇을 이룰 수가 있겠냐"며 "<한겨레>나 <경향신문>의 경제면이 아고라의 경제방 만큼이라도 시야를 넓게 갖기를 바란다"고 <한겨레> 등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은행들이 심한 유동성 부족 및 자기자본 잠식 위기에 처해 있음을 지적한 뒤, "여러분이 은행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냐?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출 더 하라고 한다고 그 말씀을 따르겠습냐"고 물은 뒤, "은행 목숨이 달려 있는데, 법적 근거가 없는 정부의 압력에 자율성이 있는 은행이라면 응할 리 없다"고 단언했다. 은행이 직면한 위기들에 대한 처방 없이 무조건 대출을 지시해봤자 약발이 먹힐 리 없다는 지적.
그는 이 대통령을 정조준,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몸사리고 대출 안 하는 건 대통령을 무시해서가 아니고, 은행의 자구책이라는 걸. 그러니까 공개적으로 은행 몰아세우는 건 중단해야 한다"며 "은행은 동네북도 아니고 자선단체도 아니다. 동네북처럼 두들기고 협박해서야 시장이 은행을 믿겠냐? 신뢰도가 떨어진 은행이 어떻게 신용을 창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더 나아가 "건설회사 옥석을 가리겠다고, 은행연합회를 앞에 내세워 ‘대주단’에 가입하라 욱박지르는 것도 야만적인 행태다. 이런 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 거냐"며 "경제를 모르면서 아는 척하시더니, 이제 보니까 비지네스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비지네스 프렌들리라고 떠든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독설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거듭 "시장은 시장에 맡기라. 어려울수록 발언을 삼가하라. 대통령, 장관, 금융위원장의 말씀이 많아지면 ‘오랄 해저드(oral hazard)'가 커진다"며 "당연히 환율도 오르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는 얼마 안 내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신들이 정권의 위험을 싫어 하듯이 시장은 신용위험, 시장위험, 유동성위험 등 금융위험을 싫어하는 걸 아셔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고액과외를 하셔서라도 시장경제를 공부하라. 금융의 중심인 크루그만, 루비니 다 모셔와도 금융회사를 압박해서 시장금리 내리라는 처방은 안 나올 거다. 관치금융 독재수법을 쓰지 말라. 본인의 무식을 드러내고 시장을 불안하게 하여 이리저리 역효과만 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다음은 김 교수의 글 전문.
은행 울리지 말고, 정부부터 구조개혁 해야
어제 밤 미국에서 주가가 또 폭락했네요. S&P지수는 대공황기간을 포함해서 연간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폭락을 기록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침 6시 40분에 CBS 라디오 인터뷰를 했지만 시간 관계로 충분히 전달이 안 된 게 있어서 아고라에 올립니다.
첫 질문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풀었지만 시중에는 여전히 돈 부족현상이 해소되지 않아.. 대체 이유가 뭘까?”이었습니다.
저는 100조원은 이중계산도 되고 과장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이 밖에서 시장금리가 안 내린다고 나라체면 깎이는 무식한 이야기를 하자, 많은 언론 매체가 130조원 운운 하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는데, 아마 CBS 라디오 담당자도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10월에 외환보유액이 260억 달러 넘게 줄었습니다. 11월에도 그보다 더 많을지 적을지 모르지만 상당히 줄어서 11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억 달러를 하향 돌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월, 11월 두 달에 외환시장 매도 개입, 달러 스왑 입찰, 은행의 무역관련 소요 외화지금 지원 등으로 5백억 달러 전후가 소요될 것 같습니다. 이중에 대부분은 은행이 원화를 대가로 부족한 외화자금을 얻는 것입니다. 그만큼 한은의 본원통화가 환수되는 거죠.
한국은행은 다시 돈(원화)을 풀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고채도 직매입하고 만기전 통안채도 되사주고 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너무 전문적인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지만, 그리고 대통령은 아직도 모르시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통령의 주인인 아고라 가족들은 알고 계시겠지요? 이중, 삼중되는 것을 단순 나열해서 보수적 신문이든 진보적 신문이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청와대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격입니다.
무식한 진보는 진보가 아닙니다. 무식하고 무엇을 이룰 수가 있겠습니까? 한겨레나 경향신문의 경제면이 아고라의 경제방 만큼이라도 시야를 넓게 갖기를 바랍니다.
소위 ‘돈맥경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위에 말씀드린 대로 달러부족, 외화자금 부족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환율이 급등하니까, 이러저러한 달러지원책이 나온 것이고, 그런 건 본원통화를 일단 감소시키는 겁니다.
둘째, 파생통화가 있습니다. 은행과 금융회사가 만들어 내는 시장통화죠. 예금과 대출이 반복되면 파생통화가 본원통화 증가분의 몇배로 증가합니다. 그러나 요새 은행은 예금이 늘어도 (10월에 20조원 이상 증가) 대출을 그만큼 늘릴 형편이 안 됩니다.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란 걸 충족시켜야 하니까요. BIS비율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조금 안 좋게 평가되고, 8% 이하 내려가면 감독원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더 내려가면 경우에 따라 퇴출될 수도 있죠.
여러분이 은행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출 더 하라고 한다고 그 말씀을 따르겠습니까? 은행 목숨이 달려 있는데, 법적 근거가 없는 정부의 압력에 자율성이 있는 은행이라면 응할 리 없습니다.
대통령은 알아야 합니다. 몸사리고 대출 안 하는 건 대통령을 무시해서가 아니고, 은행의 자구책이라는 걸. 그러니까 공개적으로 은행 몰아세우는 건 중단해야죠. 다른 금융회사 (자산운용, 증권, 보험, 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예요. <이 부분에 금융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의견 바랍니다.>
은행은 동네북도 아니고 자선단체도 아닙니다. 시장에서 신용을 창조하는 중심입니다. 동네북처럼 두들기고 협박해서야 시장이 은행을 믿겠습니까? 신뢰도가 떨어진 은행이 어떻게 신용을 창조할 수 있겠습니까?
은행은 자동차산업보다 중요하고, 어느 기간산업보다 더 중요한 산업입니다. 저는 상업은행에 하루도 근무한 적이 없지만 이건 알고 있습니다. 미국을 보세요. 보수적인 부시정부도 은행을 살리는 데는 수천억을 쏟아붓고 AIG 보험회사 살리는 데도 돈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살리는 데는 왈가왈부하다 어제 주가폭락의 빌미를 준 거지요. 건설은 자동차보다 못하지요. 한국정부는 산업의 대소경중을 구분못하고 ,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심부름꾼이 국내외에서 경제문맹을 펼치고 다닙니다.
건설회사 옥석을 가리겠다고, 은행연합회를 앞에 내세워 ‘대주단’에 가입하라 욱박지르는 것도 야만적인 행태입니다. 이런 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 겁니까? 은행이든 건설회사든 다 자기 살려고 하는 본성은 있는 겁니다. 그걸 존중하는 게 ‘Business Friendly' 아닌가요?
경제를 모르면서 아는 척하시더니, 이제 보니까 비지네스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비지네스 프렌들리라고 떠든 건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너무 길어져서 결론 부분으로 갑니다. 시장은 시장에 맡기세요. 어려울수록 발언을 삼가세요. 대통령, 장관, 금융위원장의 말씀이 많아지면 ‘oral hazard'가 커집니다. 당연히 환율도 오르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는 얼마 안 내립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아셔야 합니다. 국민의 심부름꾼들은. 지금 미국 회사채금리가 20%가 넘는 게 많습니다. 우리가 10%가 넘는 게 있다고 해서 금리 타령할 때가 아니란 말이죠. 우리가 미국보다 국가신용도가 훨 낮은데, 국가 CDS(credit default swap)로 본 신용위험이 높은데, 어떻게 회사채 금리가 내려갈 수 있나요?
당신들이 정권의 위험을 싫어 하듯이 시장은 신용위험(credit risk), 시장위험(market risk), 유동성위험(liquidity risk) 등 금융위험을 싫어하는 걸 아셔야죠. 이런 위험(risk)을 안게 하려면 보상을 주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금리 스프레드, 즉 가산금리란 겁니다. 세계 수십조 금융자산가격의 기준인 LIBOR금리도 영국의 은행국유화 전후 5% 이상 가산금리가 높아졌던 적이 몇주 안됐어요. 세계 굴지의 은행끼리도 아직 신뢰도가 평상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한국의 은행보고 중소기업을 믿고 대출하라면 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고액과외를 하셔서라도 시장경제를 공부하세요. 금융의 중심인 크루그만, 루비니 다 모셔와도 금융회사를 압박해서 시장금리 내리라는 처방은 안 나올 겁니다. 관치금융 독재수법을 쓰지 마세요. 본인의 무식을 드러내고 시장을 불안하게 하여 이리저리 역효과만 나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대통령이 새로 만들고 임명한 금융위원회의 위원장이 미국에 행차하셔서 은행이 짝짓기를 할 수 있다고 한 말씀 크게 하셨네요. 저는 CBS에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지 모른다. 정체불명의 기관장이 외국에 나가기만 해도 나라 신용등급이 떨어질 텐데, 불필요한 이야기를 해서 정말 큰 일이다. 은행이 지금대로만 한다면 12월말 현재 BIS비율 문제 없을꺼다. 은행이 청와대 말 안 듣는다고 지나친 협박한 거라고 판단된다.
큰 일이죠. Oral hazard가 더 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겁니다. 신용경색이 잘못된 발언을 낳고, 잘못된 발언은 신용경색을 더 심화시키고 금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나라경제가 정말 걱정 됩니다. 제가 아고라에 이 졸필을 쓰는 이유를 이제 아시겠지요?
은행 구조조정, 건설 구조조정, 조선 구조조정을 내뱉기에 앞서서 정부부터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10분이 지나 CBS 청취자에게 할 말을 다 못하였습니다)
첫째, 금융위원회를 없애야 합니다.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구가 왜 한국에 있어야 합니까? 박정희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없애고 금융통화운영위원회로 격하시키면서 관치금융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한 원인이 돼서 외환위기가 나 거죠. 금융정책은 한국은행이 하면 됩니다. 급융위원회는 할 일이 없는 데입니다. 감독정책은 금융감독원이 결정하면 됩니다. 할일이 없는 기구를 만드니까, 사공만 많아져서 위기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청와대 잘못을 증폭시키는 나팔수 역할로 나라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겁니다.
둘째, 금융감독원을 독립시켜야 합니다. 지난 10년 금감원이 제 기능을 했다면 2003년 신용카드 위기를 겪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제3의 위기가 왔는데, 이것도 금감원 독립이 전제되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권에 종속된 감독기구는 해야할 사전, 사후감독은 제대로 못하고 건설PF 부실통계 차단 등 부정적 기능을 하게 되죠. 11년간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고 세 번째 위기를 겪는 이유가 바로 감독기구의 종속성 때문이에요. 제대로 은행감독이 되었다면 건설업체에 과잉대출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KIKO피해도 사전에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최종대부자로서 한은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는데 9시가 다가와서 시장공부를 할 시간이 되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정부가 신뢰를 쌓는 길은 정부부터 global standard로 구조개혁하는 것입니다. 그런 자기 희생 이후 정치인은 금융 구조조정에서 손 떼야 합니다.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이 제대로 작동하면 금융기업등 모든 기업이 정신차리고 지난 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겁니다.
시장을 믿고, 시장의 자기규율능력을 키우는 것 - 이게 진정한 business friendly 정부가 취해야 할 방향입니다. 부동산투기꾼, 건설어자 재벌 봐준다고, 은행을 울리지 마세요. 그리고 공무원 월급 일체 동결 이런 것 하지 마세요. 불필요한 조직 줄이고 중하위직 공무원 월급은 조금이라도 올려 주세요.
김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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